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를 한 데 이어 새누리당이 반국가·이적단체로 판명된 시민사회단체까지 강제해산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한다고 나섰다. 정부가 헌정사상 유례없는 정당 해산심판 청구를 한 것도 상식에서 벗어난 것인데 여당은 시민사회단체까지 강제해산하겠다고 맞장구치고 나서는 것을 보니 70년대 유신시절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신이 종말을 맞고 군사정권을 종식시키기까지 우리 국민은 숱한 피를 흘리며 지금의 민주주의를 이뤄 왔다. 하지만 과거 유신의 잔재들이 부활해 민주주의를 되돌리려고 한다.

공무원노조·전교조·통합진보당에 몰아치는 공안몰이 광풍은 앞으로 또 어디를 향할 것인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연대를 깨려는 것이라면 나머지 노동·시민사회단체, 야당 역시 광풍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포심 이기고 민주주의 수호전선 형성해야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새누리당에 동조하고 박근혜 정권을 찬양하면 민주주의고, 비판하면 민주주의가 아닌 집단으로 가르고 있다.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는 모든 세력에 대해서는 그것이 정당이든 시민사회든 하나도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다.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철저하게 독재정권식 발상이다.

이것이 통합진보당만을 향해 쏟아지는 공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누리당의 지난 대선 전략이 야권연대를 깨고 재집권을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실제 그렇게 실행돼 왔다. 야권연대에서 자신들이 보기에 약한 고리를 치면서 야권 전체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이번에도 정상회담 회의록 관련 제1야당의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에게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공격을 하고 있지 않나.

통합진보당이 타깃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영구집권을 위해 모든 정치·사회세력에 대해서 똑같이 전방위적인 공격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시민사회나 정치권에도 심각한 공포와 자기검열이 생겼다. 이것이야말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본질적으로 노리는 것이다.

공포심을 이기고 이른바 '민주주의 수호전선'을 광범위하게 형성해 맞설 때만이 새로운 유신정권의 독재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 공포정치 개막 선언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

어제 윤성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반국가단체, 이적단체 강제 해산법’ 등을 상정 처리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이제 국민이 ‘친박’ 아니면 ‘종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온 국민을 갈라치고 나라를 분열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새누리당의 인식은 이제 우려를 넘어 불온하고 위험한 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국민에게 종북딱지를 붙이고, 시민들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은 불가하다고 하는 것이다. 공포정치의 개막이다. 건강한 비판의식은 사회 발전의 기초다.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청구라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반민주적 폭거를 계기로 이제 우리 사회의 모든 비판적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다. 정권에 ‘예스 맨’이 아니면 누구나 사회에서 퇴출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자신들이 입만 열면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위배된다는 점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를 강행할 경우 새누리당이야 말로 대한민국의 반헌법적 정당이 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을 초월한 제왕적 지위에 올랐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이제 갈수록 증세가 심각해지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한 민심이 들끓고 있다. 내편 아니면 다 적으로 몰아붙이는 권력의 칼끝은 부메랑이 될 것이다.

광기의 시대, 결기를 다지자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정부·여당이 정당과 노조에 이어 시민단체까지 강제해산하겠다고 나섰다. 민주공화국에서 있을 수 없는 미친 짓이다. 정당과 노조는 헌법적 가치와 법률로 보호받는데 이것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자율적인 시민단체까지도 ‘종북’의 잣대로 갈라 세우고 통제하겠다는 의도다. 이것은 진보와 보수의 지향 이전에 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발상이다.

정당은 정치적으로 심판받는다. 정당해산에 관한 법조항 역시 정당을 보호하자는 것이지 탄압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악용해 통합진보당에 사법적 살인의 칼날을 들이밀었다. 법률도 아닌 시행령 조항을 근거로 전교조에게 ‘노조 아님’을 통보한 것은 이 정권이 얼마나 반노동적이고 노조혐오증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임의단체인 시민단체들까지 ‘반국가 이적단체’라는 기준으로 강제해산까지 하려 든다면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민주주의를 논할 수 없다. 부정선거 의혹으로 정권의 정통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모든 곳에 ‘종북’을 들이대는 것은 그만큼 이 정권의 토대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매카시 의원이 ‘여기 소련간첩 명단이 있다’며 흔든 종이 한 장으로 시작된 반공광풍, 이로 인해 미국시민들이 야만적 광기에 환멸을 느끼고 합리적 이성을 되찾기까지 5년이나 계속됐고 무고한 희생자들을 양산했다. 죽은 유신독재를 불러내어 허약한 정권을 유지하려는 광기의 시대, 얼마나 많은 희생이 따를 것인지 아득하다. 정신 바짝 차리고 결기를 다져야 할 때이다.

정당해산은 정부가 판단할 일 아니다

권영국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장)

진보적 민주주의를 당의 강령으로 채택한 정당이 있다. 또 다른 당은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사회를 당의 강령으로 내세웠다. 이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됐을까. 조금 더 진보적인 민주주의를 채택한 것과 노동자가 주인인 사회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일까.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는 아주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논리적인 오류투성이다. 정부도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청구한 것이 아닐 것이다. 법적인 다툼이 생길 여지조차 없는 일들을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하게 했다. 그리고 당사자들은 법정이나 헌법재판소에서 변호해야만 한다. 권위주의 정권 때나 있던 일들이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일어나고 있다. 정당이 어떤 사회를 지향하고, 부와 권력의 분배를 어떻게 할지는 국민이 판단할 일이지 정부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 정치적 자유 등을 박근혜 정부는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 헌법 8조 4항은 지금까지 어떠한 정부도 한 적이 없지만, 설령 심판 청구를 한다고 해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을 비판하는 여론을 호도하고,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서 진보진영이 사회에서 해악을 끼치는 세력인 것 마냥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 너무 막 나가고 있다.

한국의 보수는 진화를 거부하는가

조성대
한신대 교수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보수 우익세력인 미국 ‘티파티’라고 해도 정당과 시민단체 해산은 엄두도 못 낼 것이다. 부시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민주주의적 가치와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자유롭게 단체를 구성하고, 정당을 만드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가치다. 시민적 합의에 의해서 존재하는 정부가 정당과 시민단체를 해산시키는 것은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이 국민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겠다는 발상까지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석기 사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그리고 시민단체 강제해산 법안 추진까지 박근혜 정부의 공안몰이가 도를 넘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속내는 사실상 폐기된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돌리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북풍’ 분위기를 만들어 승리하기 위해서 공안정국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다. 고작 선거 승리를 위해 우리사회가 어렵게 이룩한 민주주의 가치들을 퇴보시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너무나 크다. 보수주의자들이 입이 닳도록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할 때 가능하다. 이를 부정한다면 자유민주주의는 파시즘과 동의어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당신은 공산주의자인가?”란 매카시즘 광풍이 미국사회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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