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비정규 노동자들이 고용안정·임금인상·원청과의 대화 등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인천공항에서 노조가 파업하는 것은 2001년 개항 이래 처음이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지부장 조성덕)는 31일 오전 공항 여객터미널 8번 게이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 경고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파업 참여인원은 여객터미널 청소업무를 하는 환경지회 190여명과 시설 유지·보수업무를 하는 설비지회 240여명이다. 지부 소속 조합원 중 근무자를 제외한 휴무·비번자들은 경고파업 집회에 함께할 예정이다. 경고파업에도 원청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5일부터는 파업수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비행기와 터미널 연결통로를 운영하는 탑승교지회와 공항 소방업무를 하는 소방대지회 노동자들은 1일부터 나흘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투표 결과에 따라 5일부터 파업에 동참한다. 필수유지업무 인원을 제외한 조합원들이 파업에 나선다. 탑승교지회는 조합원의 40%, 소방대지회는 10%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정규직은 파리 목숨 … 고용 보장하라"=지부는 △고용안정 보장 △임금인상 및 착취구조 개선 △교대제 개편·인력 충원 △노조활동 보장 △정규직화를 위한 대화테이블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핵심은 고용보장이다. 하청노동자들은 3년(평가에 따라 2년 연장 가능) 주기로 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업체가 변경될 경우 이전 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신규업체 입사절차에 따라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는데, 이 과정에서 노조간부들을 중심으로 재계약이 안되거나 업체들이 임금·노동조건 저하를 시도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최근 공항 토목시설 유지·관리업무를 새로 맡은 KR산업과 이전 업체에서 일하던 토목지회 소속 하청노동자들이 고용승계 보장 합의서 작성을 놓고 갈등을 겪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치훈 토목지회장은 "파리 목숨 같은 비정규직들에게 고용승계 합의서는 생명줄과도 같은데, 아직까지 업체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당장 내일부터 실업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부는 업체 변경 때마다 고용승계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노사갈등을 막기 위해서는 애초 공사가 입찰 때부터 하청노동자 고용승계 의무화를 강제하고 업체가 이를 어길 경우 계약을 해지하는 조건을 명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규직 노동자와의 임금격차 해소도 하청노동자들의 숙원 중 하나다. 현재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38.3%에 불과하다. 산업 평균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수준(55.8%)에도 못미친다.

지부는 근속수당(4만원)과 명절휴가비(기본급 50%)를 신설하고, 교통비도 정규직 수준(22만원 인상)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민길숙 노조·연맹 비정규전략조직국장은 "정규직 교통비는 리무진 기준으로 지급하면서 하청노동자들은 시내버스 기준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교통비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파업 유도 말고 대화 나서야=민 국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원청인 공사와 대화 테이블이 마련되는 것"이라며 "원청과 대화창구만 마련된다면 요구안은 얼마든지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사는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하청노동자들은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공항공사는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요구안을 들어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용보장 요구에 대해서도 "하청업체의 경영권과 인사권에 공사가 관여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업체변경 과정에서 원활한 고용승계가 이뤄져 왔다"고 덧붙였다.

조성덕 지부장은 "공사가 대화를 거부하면서 파업을 부추긴 뒤 불법파업으로 몰아가고 노조를 탄압·파괴하는 시나리오를 세운 것 같다"며 "장기파업을 유도하지 말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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