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잠잠하던 현대제철 당진공장 증설 플랜트공사 현장에서 또다시 산재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9일 오후 3시께 현대제철 유아패키지 2공사 7층에서 작업 중이던 배관공 전아무개(53)씨가 파이프로 추정되는 물체에 부딪혀 6층 난간으로 떨어져 사망한 것이다.

현대제철 당진현장은 지난해 9월 이후 13명이 산재로 사망했고 지난 5월에는 전로(轉爐·고로에서 녹인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시설) 보수공사 중 아르곤 가스가 누출돼 노동자 5명이 한꺼번에 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언론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안전실태의 심각성을 보도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도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을 실시해 현대제철 898건·협력업체 156건·건설업체 69건 등 모두 1천123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이에 따라 책임자들을 형사입건하고 476건에 대해서는 6억7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데 이어 개선이 필요한 916건에 대해서는 시정조치했다. 또 올해 8∼9월 현대제철에 안전보건 개선계획서를 제출하게 하고 개선과정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왜 당진공장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이미 여러 차례 당진공장 공사현장을 방문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작업환경과 목소리를 직접 접할 수 있었다. 또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잇따른 당진공장 산재참사의 원인으로 우선 내부적 원인과 외부적 원인을 들 수 있다. 내부적 원인으로는 다단계 하도급 물량작업 구조가 원흉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제철에서 내려오는 저가수주 하청 물량을 하청업체들은 각 작업 팀원 5~6명에게 작업 물량을 주는 것이다. 곧 인건비 따먹기식 작업이 되다 보니 습관적으로 “빨리빨리” 독촉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노동부 특별점검 이후 강화된 각종 방호 안전장치들도 작업의 원활함을 위해 해체시킨 후 작업을 하는 것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제철소 공장은 제조업과 건설업이 혼재돼 작업을 하다 보니 공장 주변이 매우 시끄럽다. 관리자들이 “주의하세요”라고 소리쳐도 소음 때문에 작업자들에게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일반 공사장과 달리 제철소 플랜트 공사는 수많은 배관 파이프 등으로 마치 미로처럼 돼 있는 작업공간 구조라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된다. 안전관리자들이 공사장 1층 하부에서 50미터~70미터 상부를 쳐다보며 감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발생한다. 또한 수많은 하청업체들이 취급하고 있는 각종 유해물질 관리도 엉망이다. 공사장 곳곳에 고압전선 및 LPG가스 산소 용접기 고무호스도 땅바닥에 나뒹굴고 너무 낡아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위험한 장면들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많은 하청업체들끼리 중첩작업 등 혼재된 작업을 하다 보니 본인 바로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타 공정의 위험성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작업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지난 5월 노동자 5명이 참사를 당한 전로공사작업 사고가 그랬다.

노동자들이 불만으로 삼고 있는 현대제철 당진공장 증설공사의 또 다른 문제점은 원청사에서 내려오는 공사비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원활하게 내려오지 않고 있는 점이다. 하청업체들이 도급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 팀원들에게 물량을 내려주지 않고 필요시 간헐적인 몇몇 소수를 임시방편식으로 채용해 개별작업(이른바 뻔지작업)을 하는 행태가 계속되면서 종합적인 안전관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주로 지금의 현대제철 당진공장처럼 마감공사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산재참사의 외부적인 원흉으로는 해당지역 고용노동청와 지자체의 봐주기식 행정관행을 꼽을 수 있다. 해당지역에 대규모 공장이 들어설 때마다 “지역경제 활성화” 운운하며 각종 행정규제를 완화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친기업 문화가 기업주들의 방만한 ‘인명경시’ 경영을 의식적으로 만들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사업주의 안전조치를 비난하기 전에 “일하다 보면 아프거나 다칠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문화도 잇따른 산재사고의 원흉임을 인식해야 한다. 국가가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인력 감소를 걱정하기 전에 이미 있는 노동인력만이라고 잘 지켰으면 한다. 매년 2천500명이 산재로 사망한다니 너무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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