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철도공사의 경쟁적·폐쇄적 직장문화가 기관사의 자살을 유발하는 위험인자로 작용하고 있어 조직문화와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정훈 서울시의원과 공공운수노조·연맹, 공공교통네트워크 공동주최로 29일 오후 서울시의회 별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연이은 기관사 자살,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김선경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원은 이같이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조직문화와 업무특성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 토론문을 통해 "지난 10년간 지하철 기관사 직군에서만 8명이 자살했다"며 "지하철 사업장이란 특수한 구조적·문화적 요인이 자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지하철 기관사들은 높은 긴장도를 요구하는 반복작업을 혼자 수행하면서 사상사고나 민원 같은 폭력적 상황에 자주 노출된다. 제로섬 방식의 경쟁제도와 교육 참여나 봉사활동 같은 비본질적 업무에 과도한 비중을 두는 평가방식도 기관사들의 정신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현장에 만연한 독단적·강압적·폭력적인 리더십도 기관사들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김 연구원은 강조했다. 그는 "폐쇄적이며 폭력성이 높은 방법으로 관리·유지되는 조직 속에서 기관사 개인은 철저히 도구화되고 있다"며 "다양한 업무스트레스와 고충이 있어도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에 따라 기관사들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조직의 권력 불평등 해소 △적극적 의사소통 방식 도입 △애사심·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18일 서울도시철도공사 정아무개 기관사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올해 들어서만 두번 째 기관사 자살사고가 생긴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