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로비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분회장 현정희)가 23일 오전 5시 의료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이틀째인 24일 오전까지 노사는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이 서울시 위탁의 받아 운영하는 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 강남건강검진센터에 근무하는 조합원 1천400여명 중 필수유지업무·교대근무자 등을 제외한 350~4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분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새로운 교섭 테이블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며 "노조는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만 키를 쥐고 있는 병원측이 아무런 답변이 없다. 현재 모든 대화채널이 끊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도 분회는 병원측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 정기훈 기자
분회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파업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6월부터 40여 차례 단체교섭을 벌이며 돈벌이 진료가 아닌 환자를 우선하는 공공병원이 돼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분회는 "오히려 병원은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비용절감과 검사실적 증가 등을 요구했고, 이로 인해 저질 의료재료가 도입돼 환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동자들에게 임금동결과 단협 개악을 요구하며 근거 없는 비상경영의 고통을 전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회는 "의사성과급제 폐지 및 적정 진료시간 보장, 비정규직 정규화 및 인력 충원, 임금인상 등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서울대 병원이 공공병원으로 제자리를 되찾는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과 분회는 6월27일부터 40여 차례 교섭과 2차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에도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분회는 △1분 진료 중단 △의사성과급제 폐지 △비정규직 정규직화 △인력충원 △선택진료비 폐지 △임금인상(13.7%) △소속 직원의 70% 요구시 관리자 교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의사성과급제 폐지와 적정진료시간 보장이다. 서울대병원은 환자수와 검사 건수에 따라 의사들에게 진료수당을 지급하는 의사성과급제를 국립대 병원 중 가장 먼저 도입했다. 초진환자 특진비 100%, 재진환자 특진비 50%, 검사비 10%를 교수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급 때문에 의사들은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보기 위해 이른바 '1분 진료'를 하고, 이로 인해 간호사 등 직원들의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분회의 지적이다. 분회가 적정 인력충원을 요구하는 이유다.

반면 병원측은 환자수가 늘지 않고 경영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에 임금을 동결하고 인력충원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은 성명을 내고 "올해 680억원의 적자가 예상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경영여건이 크게 악화돼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경영여건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자체 예산 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최근 교수의 선택진료수당을 30% 차감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회는 이에 대해 "환자가 줄고 있다면서 수천억원대의 신축공사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과잉된 규모 확장으로 회계 장부상 적자가 발생하면 환자와 직원들을 쥐어짜는 명분이 된다"고 비판했다. 실제 최근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발간한 '서울대병원 비상경영의 진실' 보고서를 보면 서울대병원의 회계장부상 적자는 매년 수백억원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전입하면서 생긴 '실재하지 않는 부채'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분회는 파업 이틀 째인 24일 오후 1시 서울대병원에서 '공공의료 사수, 병원 인력감축 분쇄,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공운수노조·연맹 의료연대본부 조합원 결의대회' 사전대회를 진행한 뒤 정부서울청사 후문으로 이동해 본대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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