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희
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2012헌가16, 2013.9.26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 위헌제청

1. 사건의 개요

해당 근로자는 텔레비전 회사의 기술국장으로 근무 중인 2011년 7월27일 수일간의 집중호우로 인해 회사 건물의 일부가 침수돼 사업주의 비상소집 지시를 받고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해 출근하다가 우면산 산사태로 인해 사고를 당했다. 그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신청을 했으나 불승인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행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것이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는 4명 재판관이 합헌, 5명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내 정족수 6명에서 1명이 부족해 합헌 결정했다. 사안의 쟁점과 판단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헌법재판소 표현을 빌리자면, 혜택 근로자와 비혜택 근로자(통근버스를 제공받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별취급의 합리성이 있는지와 공무원과의 차별취급의 합리성 여부이다.

합헌 의견 논거를 보면 간명한데 뒤에서 다루고자 한다. 이어 헌법불합치 의견을 보면, 첫째 쟁점에 대해 “통상의 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재해로 인정해 근로자를 보호해 주는 것이 산재보험의 생활보장적 성격에 부합하는 점, 비혜택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가 없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첫 번째 쟁점에서 이미 차별이라고 판단했으므로 공무원과의 차별은 살필 필요도 없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3. 합헌 의견에 대한 비판적 검토

가. 산재보험법상 출·퇴근재해 규정의 변화

사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연혁적 내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1999년 12월31일 개정 산재보험법(법률 제6100호) 이전에는 산재보험법 제4조 제1호는 “업무상 재해라 함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고 했다. 1999년 12월31일 개정법에 의해 “업무상재해라 함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이 경우 업무상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해서는 노동부령으로 정한다”고 했다. 당시 출·퇴근재해를 규정한 시행규칙 제35조는 1999년 12월31일 개정 전이나 개정 후나 법규적 효력을 가지지 못한 것으로 해석됐다. 시행규칙은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 성격을 가지므로 법규적 효력을 가질 수 없다는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었다.(대법원 2004.12.24 선고 2004두6549판결 등)

또한 법령에 의해 재해 인정기준을 노동부령(시행규칙)으로 규정하도록 했지만, 당해 규정은 ‘포괄위임금지 및 명확성의 원칙에 의한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됐다. 따라서 여전히 시행규칙 제35조 제4항은 법규적 효력이 없는 것이었다.

이후 2007년 12월24일 산재보험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제37조가 신설됐다. 또한 출·퇴근재해를 규정하는 시행령 제29조가 신설되면서 기존 시행규칙의 내용이 시행령으로 편입된 것이다. 결국 당해 사건의 위헌법률심판대상의 법률조항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1호 다목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다.

나. 대법원의 출·퇴근 재해에 대한 입장 변화

대법원은 2004년부터 “업무의 특성이나 근무지의 특수성 등으로 출·퇴근의 방법 등에 선택의 여지가 없고 사회통념상 아주 긴밀한 정도로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와 업무 사이에는 직접적으로 밀접한 내적 관련성이 존재해 그 재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아래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출·퇴근재해 중 일부를 업무상 재해로 판결’했다.(대법원 2004.11.25 선고 2002두10124 판결, 대법원 2004.11.25 선고 2002두12298 판결, 대법원 2005.9.29 선고 2005두4458 판결 참조)

이후 2007년도에 대법원에서는 출·퇴근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볼 것인지 여부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다.(대법원 2007.9.28 선고 2005두 12572 판결, 전원합의체 판결)

4. 헌법재판소 합헌 의견에 대한 검토

가. 쟁점1에 대해

합헌 의견은 “사업주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않고 업무 그 자체로도 볼 수 없는 통상의 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재해의 범위에서 제외한 것은 산재보험의 목적 및 성격, 그리고 업무상재해의 법리에 비춰 볼 때 당연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합헌 의견은 “출·퇴근행위의 경우 출·퇴근 방법과 경로 선택이 근로자에게 유보돼 있기 때문에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출장의 경우는 사업주의 구체적인 지시·명령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므로 업무관련성을 인정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한다. 이러한 합헌 의견은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인 ‘출·퇴근행위가 업무와 밀접불가분 관계에 있지만, 출·퇴근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유보돼 있다는 것’보다 법리적 논리가 부족하다. 출·퇴근행위는 업무의 준비행위로서, 사업주의 출·퇴근시간에 종속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또한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의해 출·퇴근하는 경우 이를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합헌 의견은 출장 중 재해의 경우 구체적인 지시·명령에 따라 이뤄진다고 했지만, 출장의 경로와 방법은 구체적인 지시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통상적인 출·퇴근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본질에 대한 판단은 사실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기초로 해야 함에도 합헌 의견은 이러한 고민의 흔적이 없다. 또한 비혜택 근로자의 경우 산재보험법의 보호가 더욱 더 필요함에도 사업주의 자의에 의해 산재보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이는 산재보험법의 취지 및 사회보장적 성격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나. 쟁점2에 대해

합헌 의견은 공무원과 근로자의 차별취급이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제시한 일부 근거는 전혀 타당성이 없다. 특히 공무원연금제도는 공무원이 납부하는 기여금과 국가의 부담금으로 이뤄진다는 견해를 보자면, 법률해석의 기본원칙에도 반한다. 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 소수의견에서 ‘기여금 불입여부는 근거 자체가 잘못이다’고 지적한 바 있고, 행정법원 판사들도 논문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 공무원연금법 제65조 제2항은 “제34조에 따른 급여에 드는 비용과 제42조에 따른 급여 중 공무에 따른 질병·부상·장애 또는 사망 및 순직유족급여에 드는 비용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합헌의견이 제시하는 근거 중 ‘산재보험급여의 종류와 내용이 공무상 재해보상급여보다 더 다양하고 풍부하다’는 것은 법률을 떠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일단 법률상 규정을 보더라도 공무원연금법상 각종 급여와 보상의 종류가 더 많을 뿐만 아니라 공무상재해의 경우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금전적으로 환산 불가능한 지원이 있다. 합헌 의견은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상재해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재해의 규정의 차이, 법리상 동일성에 대한 분석도 전혀 없이 정당하지 못한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다. 소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수의견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출·퇴근재해가 논의되고 있고, 입법안이 국회 계류 중이기 때문에 출·퇴근재해를 업무상재해로 포섭할 것인가 여부는 사법부의 역할이 아니다’고 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합헌 의견도 마찬가지로 입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헌법불합치 의견이 지적한 국제노동기구(ILO) 제121호 ‘업무상 재해에 대한 급여조약 및 동 권고’ 도입 당시인 1964년에도 이미 101개 국가에서 50개 국가가 통상의 출·퇴근재해를 노동재해로 포함할 정도였다. 헌법불합치 의견은 “산재보험법이 1963년 11월5일 제정된 이래 통상의 출·퇴근재해를 업무상재해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무수한 논의만 있었을 뿐, 정작 입법과정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여전히 비혜택 근로자의 출·퇴근재해는 보호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법부가 판단할 수 없다고 했으므로, 그 책임은 이제 입법부와 행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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