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0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경비노동자의 뇌심혈관계질환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업무 강도가 높지 않다"는 이유로 산업재해 불승인 결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이 산재보험 판정절차와 인정기준 개선방안으로 내놓은 지침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산재불승인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22일 공단 국정감사에서 "2011년과 지난해 발표됐던 산재보험 판정절차 및 인정기준 개선방안이 공단의 집행단계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은 의원에 따르면 공단은 판정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산재 신청사건에 대한 현장조사를 강화하고, 근골격계질환이 퇴행성이라는 이유로 불승인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자연경과 속도가 빠른 퇴행성 질환은 업무관련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산재인정 기준을 보완했다.

특히 뇌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산재 인정률이 15% 수준에 불과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에 따른 발병 가능성을 구체화했다.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거나,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관련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은수미 의원이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불승인한 뇌심혈관계 질병사안 9건을 분석한 결과 공단의 판정절차 개선사항이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발병 12주 평균 1주일에 84시간 근무한 경비원 등 60시간 이상 근무자들이 대거 불승인됐다. 주야간 24시간 맞교대는 아예 과중한 업무로 평가하지 않아 불승인시킨 사례도 확인됐다.

업무상질병판정위 위원을 구성할 때 직업환경전문의를 반드시 2명 이상 참여시키기로 한 개선안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 위원 참석현황을 분석한 결과 144차례 회의 중 44회(29.5%)가 직업환경전문의 2명 기준을 지켜지지 않은 채 실시됐다.

은 의원은 "공단이 산업재해 판정절차와 인정기준을 개선한다고 해서 합리적인 산재 판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산재보험 제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