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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특별기획-물구나무선 노동, 간접고용 ①] 법망 피해 ‘불법파견’ 활개 … “우리는 일회용이 아니다”간접고용 노동자에게 눈물 강요하는 사회 … 더 이상 '진짜 사용자 면죄부'는 곤란
▲ 정규직은 앞쪽, 비정규직은 뒤쪽을 맡았다. 종종 좌우를 나누기도 했다. 지난 2012년 6월 울산 현대자동차 2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을 조립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간접고용은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와 사용하는 사업주가 다른 고용형태다. 사내하청이나 용역·외주, 민간위탁 모두 간접고용에 속한다. 형식적인 사용자가 둘이다 보니 간접고용 노동자는 헷갈린다. 사용사업주는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사실상 급여를 지급하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노동자들과는 맞부딪히지 않는다. 도급업체 노동자에게만 위험한 일을 시키고 산업재해 책임을 지지 않거나, 최저임금 수준인 급여를 올려 달라는 노조와 협상할 이유가 없다며 버틴다. 간접고용이 ‘치사하고, 전근대적인 고용’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가리지 않고 법규제를 피하기 위해 갖가지 수단이 동원된다.

이달 14일부터 시작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간접고용’이 주요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티브로드·마필관리사를 비롯해 반월·시화공단의 초단기 파견노동자까지, 그리고 대기업·공기업·중소영세기업 가릴 것 없이 불법파견이 판을 친다. <매일노동뉴스>가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눈물을 강요하는 실태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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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 순서>
1. 진화하는 사용자, 간접고용 활용 급증
2. 간접고용 규제방안 논의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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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인이세요? 외국인이세요? 거주지는요? 주야(교대근무)는 가능하죠? 그럼 내일 오전 7시까지 시흥시 시화공단 부근 ○○○빌딩으로 오세요."

올해 5월 벼룩시장에서 '사원 대모집' 광고를 보고 오후 6시쯤 전화를 건 이상구(39·가명)씨가 “내일부터 출근하라”는 전화를 받은 건 3시간 뒤인 오후 9시쯤이었다. 다음날 ○○○빌딩을 찾았을 때 사무실에는 이미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씨처럼 구인광고를 보고 처음 찾아왔거나, 일하다 사업장을 바꾸려는 사람들이었다. 사무실 밖에도 100여명이 서성였다. 그들 앞에는 '○○○인력'이라고 쓰인 승합차 7~8대와 35인승 버스가 길게 줄 지어 있었다.

이씨가 이름을 이야기하고 꾸벅 인사했지만 사무실 안에서는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1시간쯤 지났을까. 어제 전화로 한국인이냐고 묻던 목소리의 남자가 3호차를 타라는 말 한마디를 던졌다. 그가 자신을 채용한 회사와 나눈 대화의 전부였다.

3호차라고 쓰인 승합차에는 이씨 외에도 4명이 함께 탔는데 모두 외국인 노동자였다. 승합차가 도착한 곳은 전기전자 제품을 만드는 ○○싸이언스였다. 승합차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한 관리자가 나와 그의 손에 드릴을 쥐어 주고 쇠판에 구멍을 뚫으라고 했다. 안전장비라고는 목장갑 한 짝이 전부였다. 드릴의 진동이 팔을 타고 고스란히 몸으로 전달됐다. 점심시간에 팔이 떨려 숟가락조차 들기 힘들었다. ○○싸이언스에서 일한 8시간 동안 이씨는 연마작업을 하고, 청소를 하고 기계에 기름칠을 했다. 일을 하고 있으면 누군가 와서 다른 일을 시켰다.

“어이, 여기 와서 청소 좀 해”, “어이, 빨리빨리 움직여” 하는 소리를 귀가 따갑게 들었다. 이씨는 결국 하루 만에 일을 그만뒀다.

#2. 한 달 뒤 이씨가 두 번째 취직한 곳은 가정용 난방기기를 만드는 회사였다. 벼룩시장 구인광고에 나온 번듯한 공장 사진이 근사해 보였다. 근무시간은 주간이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라고 했다. 월급 18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구비서류는 신분증뿐이었다. 회사에 전화를 하니 이력서를 들고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안산역으로 나오라고 했다. 이씨는 다음날 안산역에서 회사 이름인 (주)대****라고 쓰인 승합차를 탔다. 승합차가 도착한 곳은 반월공단에 위치한 ㄷ사 앞 주차장. 그곳에는 파견업체들의 이름이 적힌 승합차들이 잇따라 멈춰 섰다. 이씨처럼 일하러 온 노동자들이 우르르 내렸다. 그렇게 모인 사람이 족히 100명은 넘어 보였다. 오전 8시가 되자 ㄷ사의 파트팀장들이 사람을 고르기 시작했다.

"몸집 좋은 남자로 3명." "여자 10명." "남자 둘, 여자 셋."

마치 노예시장에서 노예를 사고팔듯이 이씨도 파견회사에서 원청회사로 넘어갔다. 그는 ㄷ사의 회사로고가 찍힌 서류에 이력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어 제출했다.

첫날 이씨가 배치된 곳은 난로에 전자부품을 조립하는 컨베이어벨트였다. 50여명이 근무했는데 반장과 조장, 자재를 공급하는 사람, 이렇게 3명을 빼면 모두 파견직이었다. 파견직들은 노랑·파랑·초록색 작업복을 입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색깔이 다른 이유는 파견회사를 구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소속회사도 작업복도 달랐지만 정규직 조장과 반장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난로를 조립했다.

다음날 ㄷ사의 주차장에서 다시 '인간경매'가 벌어졌다. 이날 이씨가 맡은 업무는 컨베이어벨트 앞부분에 자재를 공급하는 일이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리고 매일 아침 ㄷ사의 주차장에서는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회사 정규직은 150여명인데, 파견직은 200여명이었다. 8개 파견업체가 매일 아침 노동자들을 실어 날랐다.

노동자 사이에 ㄷ사에서 6개월간 열심히 일해서 회사에 잘 보이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돌았다. 파견직들은 정말 열심히 일했다. 정규직이나 파견직이나 시급은 최저임금이었지만, 상여금과 기타 수당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했다. 오전 8시30분부터 공장이 가동되지만 노동자들은 8시 조회 시작 전부터 일할 준비로 분주했다. 쉬는 시간(10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예비종(2분 전) 소리만 듣고도 모두 컨베이어벨트 앞에 섰다. 정규직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파견직 아니면 취직 불가능한 공단

안산의 반월공단과 시흥의 시화공단에서는 이씨처럼 파견직이 아니면 취업이 거의 불가능하다. 정현철 금속노조 안산시흥일반분회 분회장은 "이주노동자의 파견은 불법이지만 반월·시화공단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며 "이주노동자든 내국인 노동자든 모두 파견직으로 취업한 후 운이 좋으면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고용구조가 일반화돼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안산지역 파견노동자는 2만2천910명으로, 전국 파견노동자(노동부 허가업체 기준) 12만347명 중 16.6%를 차지한다. 전국에서 파견노동자가 가장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눈에 띄는 것은 안산지역 파견노동자의 95.7%가 6개월 미만 단기 파견노동자라는 사실이다.

정현철 분회장은 "사용자들이 법의 맹점을 악용해 단기파견을 돌려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제5조는 파견이 금지된 제조업 등에 일시적·간헐적 사유에 한해 파견노동을 허용하고 있는데 사용자들이 이를 편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씨가 근무했던 ㄷ사도 이런 방식으로 생산라인을 6개월 단기 파견직으로 대부분 채우고 있었다.

사용자가 무려 셋 … ‘섬기는’ 파견노동자

반월·시화공단 대기업의 간접고용 노동자 활용 방식을 보면 중소기업 저리 가라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커피믹스 제조업체인 ㄱ사는 사내하청업체의 파견노동자를 쓴다. 파견사업주가 ㄱ사의 사내하청업체에 노동자를 파견하고, 사내하청업체는 다시 해당 노동자를 ㄱ사업장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ㄱ사에 파견된 노동자는 사용자가 셋이 되는 셈이다.

이럴 경우 누가 진짜 사용자인지 고용관계의 책임소재는 더욱 불명확해진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원청업체에서 일할 뿐인데 사용사업주의 책임은 1차적으로 사내하청업체가 지고, 임금은 파견사업주가 지는 기형적인 형태가 된다. 원청업체 입장에서는 위장도급이 문제가 되더라도 사용사업주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겨 노동관계법상 책임을 이중으로 회피하게 된다.

이런 고용형태를 사용하는 대기업은 ㄱ사뿐만이 아니다. 영풍그룹 계열사로 전자회로 기판을 생산하는 ㅋ사는 생산직을 전원 소사장제로 운영하고 있다. 소사장들은 파견업체가 공급하는 노동자들을 사용한다. 이중·삼중의 착취구조가 만연한 셈이다.

불법파견으로 적발돼 고용의무가 부과되더라도 원청에서는 파견직을 6개월 혹은 3개월짜리 계약직으로 전환해 쓰다 버리는 일이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금속노조 경기지부에 따르면 인쇄회로기판 제조업체인 ㅇ사는 2010년 10월 무허가업체를 통한 파견으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후 20여명을 계약직으로 직접고용했다. 이후 ㅇ사는 6개월 단위로 파견직과 계약직을 돌려쓰는 방식으로 인력을 운영한다. 현재 회사에는 정규직이 350명, 6개월 단위 계약직이 70명, 파견직이 75명 근무 중이다. ㅇ사와 마찬가지로 불법파견으로 적발됐던 제약회사인 ㅅ기업은 (불법파견으로 적발된) 파견직을 3개월 단위의 계약직으로 전환해 쓰면서 법망을 피해 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짜 사용자' 하청 뒤로 숨는 “치사한 고용” 급증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진짜 사용자가 하청회사의 뒤로 숨는 이런 간접고용 형태를 “치사한 고용”이라고 이름 붙였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사용하면서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발뺌하는 고용이기 때문”이란다. 치사한 고용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 있는 고용이다. 더군다나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때문에 계약직을 최대 2년밖에 쓰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간접고용은 비용을 줄이기에 가장 편리한 해결책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파견·용역처럼 사용하는 사용자와 고용하는 사용자가 다른 간접고용은 2003년 이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사회 양극화의 원인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지목되고 기간제법 개정 논의가 시작되던 시점과 겹친다. 2003년 25만명 수준이던 간접고용 노동자는 지난해 90만명 수준으로 늘어났다.<그래프 참조>


실제로는 간접고용돼 있으면서도 자신을 중소기업 정규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통계의 한계로 다수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통계에서 빠뜨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경향은 '모범적인 사용자'여야 할 공공부문에서 특히 심각하다. 노동부가 2006년과 2011년, 지난해 벌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수조사에 따르면 용역과 파견은 2006년 6만4천822명에서 지난해 11만641명으로 증가했다. 증가속도가 민간부문보다 훨씬 빠르다.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기간제가 같은 기간 21만8천여명에서 19만7천여명으로 감소한 것을 보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구조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

“간접고용은 비용 아닌 기본권의 문제”

공공기관 중에서도 간접고용을 비롯해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는 기간제법을 회피하려고 간접고용을 늘리다 원자력연구원처럼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을 시정하라는 명령을 받는 곳도 나왔다. 김영호 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은 “연구기관들이 연구보조 같은 업무를 예전에는 기간제로 뽑았는데 비정규직 비중이 높다는 비판이 계속되니까 간접고용을 늘리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우려했다.

손정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소장은 “지난해 경활 부가조사에서 보니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파견과 용역이 40%나 증가했다”며 “기간제는 줄어들고 파견과 용역이 늘어나는 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계 대기업 대상으로 간접고용 비정규직 투쟁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사실은 영세사업장 간접고용이 보다 심각하고 규모도 크다”며 “영세사업장은 법·제도로 규율할 수도 없어 종합적인 실태조사와 더불어 전 사회적으로 해법을 찾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성재 연구위원은 “정년연장이 비용에 관한 문제라면 간접고용은 기본권에 대한 문제”라며 “국회가 논란만 계속하고 시간을 끄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한계희 기자 / 김미영 기자


스마트해지는 원청, 눈감은 노동부
스마트폰으로 하청노동자 근태관리 … 온라인 업무지시도


과거 사양식별표 같이 종이로 이뤄졌던 원청의 업무지시나 출퇴근 기록계처럼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됐던 근태관리가 스마트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근태관리 애플리케이션과 단말기를 개발해 판매하는 '스마트일보'사는 "하도급 근로자 근태관리의 유일한 해답", "모든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태를 처리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워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스마트일보가 만든 앱 또는 단말기를 설치하면 원청 직원의 스마트폰으로 하청노동자의 출퇴근 시간부터 근무위치까지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다수의 하청업체가 원청의 직원을 통하지 않아도 각각 독립적으로 클라우드 단말기에 근로자를 등록하거나 근태카드를 발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원청 담당자는 스마트폰 하나로 하청노동자의 휴일근로 등록 같이 실시간 근태처리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GPS로 위치인증 근태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원청의 지휘·감독이 스마트기기를 통해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해당 회사는 "GPS 기술을 통한 스마트폰 위치인증 방식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기기나 전자기기를 통한 원청의 업무지시는 이미 문제가 되고 있다. 위장도급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와 티브로드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서비스와 티브로드는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에게 개인용휴대단말기(PDA) 기기를 직접 제공하고, 원청의 통합전산시스템을 이용하고, PDA로 각종 업무지시 사항을 전달해 왔다.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 차장급 관리자(SV)가 직접 문자메시지를 작성해 전송하기도 했다. PDA를 통한 원청의 직접적인 업무지시 없이는 협력업체가 독립적으로 일을 할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온라인 업무지시를 "전국적으로 균질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통일된 업무매뉴얼일 뿐 불법은 아니다"며 면죄부를 줬다.

김미영 기자



한계희  gh1216@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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