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달 24일부터 사흘간 금속노조 임원선거가 실시됐다. 당시 선출된 임원의 임기가 지난 1일 시작됐다. 실국장 등 사무처 인선 작업을 하고 새로운 조직 운영과 사업 방안을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2001년 2월 설립된 금속노조가 이렇게 제8기 집행부가 출범했다. 금속노조 설립 이후 12년8개월이다. 많은 일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나라 노동운동도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2001년 2월 이 나라에서 노동운동은 상승하고 있었다. 1980년 중반 이후 민주노조운동으로 이 나라 노동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사업장에서 민주노조 건설과 함께 사업장 밖에선 전노협·민주노총·금속산업연맹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적 성장을 이뤄냈다. 그리고 민주노조운동의 오랜 조직적 전망, 산별노조 건설을 추진했다. 금속노조는 그 전망의 중심이었다. 당시 금속산업연맹, 즉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은 대의원대회에서 산별전환 추진을 결의하고 금속노조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2013년 10월 오늘, 이 나라에서 노동운동은 상승하고 있지 못하다. 상승은 고사하고 분명히 보여지는 양상은 현상유지도 아니고 하향이다. 권력과 자본에 대한 심각한 위협도 아니고 노동자세상을 위한 노동운동의 무기도 되지 못한다. 금속노조는 그 양상의 중심에 있다. 그런데 오늘 금속노조는 “금속노조 단결 강화, 비정규 미조직 사업 강화, 계급적 산별노조로 금속노조 발전 전망 구축”이라는 3대 목표를 내걸고서 8기 집행부가 출범하고 있다.

2. 어떻게 해야 할까. 금속노조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면 하향으로 추락하고 마는 건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많은 진단을 하고 많은 방안이 제시됐다. 대기업과 중소영세사업장 사이, 원청과 하청 사이의 연대 강화를 주장하고, 비정규직사업과 미조직사업장 조직화사업의 강화를 주장하고, 자본과 권력에 맞서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앞세우는 계급적 투쟁사업의 전개를 주장했다.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되는가. 지금까지 진단하고 제시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대로 그렇게 하겠다고 사업을 계획하고 집행하면 금속노조는 다시 이 나라에서 노동운동의 조직적 전망이 되는 것일까. 아니다. 지금까지 금속노조가 그런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그걸 사업계획에서 제외했던 것이 아니다. 해마다 사업계획에서 주요사업으로 해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해 왔다. 당연히 8기 집행부에서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금속노조는 지금까지 대로다. 하향으로 추락하고 마는 노조의 길이다. 당신은 말할지 모른다. 사업이 힘 있게 집행되지 못해서 그렇다고. 당신 말대로라면 다시 한 번 노조는 사업계획해서 그걸 힘 있게 집행하겠다고 하면 된다. 그러나 아니다. 아무리 그렇게 해 봐야 금속노조는 지금 이대로다. 당신이 금속노조를 비난해서 금속노조가 그걸 받아서 정말로 힘 있게 집행한다고 해봐야 금속노조는 다시 당신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전히 대기업과 중소영세사업장 사이에, 원하청사업장 사이에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존재하고, 비정규직사업과 미조직조직화사업이 절실하고, 전체 노동자를 위한 법개정 투쟁 등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3. 지금 금속노조가 문제라면 그건 금속노조가 지금까지 계획하고 집행해 온 사업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조합원권리를 위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과 파업 등 쟁의 투쟁을 자신의 활동으로 해서 존재한다. 노동조합의 사업은 이 교섭과 투쟁에 관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규약은 이걸 위해서 제정돼 그에 따라 노동조합이 운영되고 활동하도록 하고 있다. 노조법은 이걸 위한 노동조합의 조직 활동을 규제하고 있다. 2001년 2월 제정돼서 그 동안 10여회 개정된 금속노조의 규약도 그렇게 정하고 있다. 조합원권리를 위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과 쟁의를 금속노조의 활동으로 해서 운영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금속노조가 2001년 2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벌인 주된 사업은 산별교섭 쟁취였다. 금속노조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와 진행하는 중앙교섭이 금속노조가 설정한 산별교섭이고 그러한 교섭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산별교섭 쟁취였다. 이 산별교섭은 어디까지나 금속노조가 희망하는 교섭구조였을 뿐이다. 교섭 상대방인 사용자들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그에 응하는 것일 뿐 금속노조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서 응하지 않았다. 한때 필요해서 응했더라도 탈퇴하면 그만인 사용자들과의 교섭구조였다. 그래서 10여년 동안 금속노조의 주된 사업계획이었던 산별교섭 쟁취는 아직도 쟁취하지 못한 금속노조의 꿈이다. 금속노조는 법으로 이것을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건 금속의 사용자들을 상대로 쟁취해 내지 못한 것을 권력을 상대로 관철하겠다는 주장이고 그 실현가능성은 낮은 것이다. 자신이 사용자들을 상대로 관철해야만 할 것을 쟁취해 내지 못하니 법이 문제라고 핑계를 대고 여전히 산별교섭 쟁취를 외치고 있는 모습이다. 금속노조가 꿈꾸는 산별교섭은 사업장단위의 교섭구조에서 벗어나 금속노조가 교섭의 중심이 돼서 사용자단체와 일대일로 교섭할 수 있는 교섭구조다. 그러나 산별교섭은 어디까지나 교섭구조일 뿐이다. 조합원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서 산별노조가 필요한 교섭의 한 방식으로 선택하는 교섭구조의 하나인 것이다. 아무리 산별교섭구조가 확립됐다 해도 노동조합은 사용자단체와 하는 산별중앙교섭보다도 사업장 사용자를 상대로 하는 개별교섭이 조합원권리를 확보하는데 유용하다면 당연히 그걸 자신의 교섭구조로 택해서 교섭하고 투쟁해야 한다. 12년8개월이다. 그 사이 금속노조는 많은 것을 놓쳤다. 산별교섭 쟁취의 구호에 묻혀 수많은 조합원권리를 금속노조는 확보하지도, 지켜주지도 못했다. 금속노조는 산별노조라서 당연히 산별교섭 쟁취인 거라고 자신의 조합원들에게 선전하고 교육하고서 조합원권리의 일은 산별전환 전에 기업별노조이던 기업지부·지회 등 사업장조직의 것으로 맡겨 놓았다. 그러니 오늘 금속노조 조합원은 금속노조가 사용자를 상대로 해서 자신의 권리를 단체협약으로 확보해 준다고 알지 못한다. 그건 당연히 지부·지회 등 사업장조직의 일이라고 알고 있을 뿐이다. 그저 산별교섭 쟁취가 금속노조의 일이라고 알고 있다. 오늘 금속노조를 두고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그건 금속노조가 조합원권리 확보를 자신의 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코 금속노조가 조직화사업, 즉 조합원이 아닌 자들을 조직화 내지 못해서가 아니다. 금속노조가 조합원을 조합원으로 해서 노조로서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4. 오늘 금속노조의 문제는 임원간부가 관료화돼서도 아니고 정규직조합원의 권리를 챙기느라고 비정규직투쟁을 외면해서도 아니다. 차라리 그런 거라면 그건 노조로서 조합원권리를 위한 교섭과 투쟁을 자신의 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금속노조는 노조로서 조합원권리를 위한 교섭과 투쟁을 자신의 일로 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문제는 어떠한 노조보다도 심각하다. 산별노조로 전환을 결의하기 전에 금속연맹과 기업별노조는 조합원권리를 위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과 쟁의의 권한을 갖는지를 두고서 구분됐다. 연맹은 규약과 법에서 그럴 권한이 없었다. 금속노조와 지부·지회 등 사업장조직도 그 권한으로 구분되고 있다. 이제는 금속노조만이 그럴 권한을 가진다고 규약과 법이 정하고 있다. 중소사업장에서건 대공장에서건 조합원들에게 산별노조로 전환되면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로서 고용·임금·노동시간 등 조합원권리를 확보해 주겠노라고 선전하고 교육해서 마침내 조합원들은 특별결의를 통해서 산별노조로 조직형태변경을 결의했다. 금속노조는 규약에 단체교섭권은 금속노조에 있으며, 금속노조 내 모든 단체교섭의 대표자는 위원장이 되고, 산하 조직의 교섭단위에는 위원장의 위임에 의해서 교섭권을 행사하며, 기업 교섭단위에는 교섭권을 위임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제66조). 쟁의조차도 금속노조가 하는 것이고 각 교섭단위에서 조정, 중재신청을 할 경우에도 위원장이 신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금속노조 규약 제68조). 노동조합이고 산별노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겠다고 조합원은 기업별노조를 산별노조 지부·지회 등으로 하는 조직형태변경 결의에 찬성했다. 금속노조(위원장)가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는 교섭과 쟁의를 해줄 것이라고 알고서 결의했던 것인데 금속노조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그것을 외면해 왔다. 산별교섭 쟁취가 자신의 일이고 구호였다. 노동조합은 조합원권리를 위해서 하는 교섭과 쟁의를 자신의 일로 하는 노동자단체다. 그걸 외면하고서는 노동조합으로서 존립할 수가 없다. 거창한 교섭구조와 대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일지라도 그걸 외면하고서는 노동조합이라고 할 수 없다.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지난 17일 “공장과 지역을 넘어 산별노조 정신을 다시 세우고,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나의 전선을 만들어 정권을 향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금속노조 소식지 ‘금속노동자’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방법은 단순하다. 규약과 노조법이 정한 대로 금속노조가 노동조합의 일을 하면 된다. 조합원권리 확보를 위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서 교섭하고 투쟁하면 된다. 어떤 조합원권리냐 하는 것은 무엇이 전체 조합원의 권리로 되는 사항인지를 따져 정하면 된다. 통상임금 문제도 주간연속 2교대제 노동시간도 좋다. 비록 통상임금 문제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해도 판결이 노동자권리에 불리하면 불리한 것이기 때문에 단체협약으로 확보해야 하는 것이고, 유리하면 유리한 것이기 때문에 그걸 바탕으로 단체협약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연차휴가 등 각종 휴가와 휴일을 모두 사용하고, 주 40시간만으로 일하고 있지 않은 금속노동자들에게는 노동시간 문제는 언제나 단체협약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는 문제다. 지금까지 금속노조는 노동조합으로서 규약이 정한 자신의 일을 하지 않아서 힘을 잃어 왔다. 노동조합의 힘은 조합원권리를 위한 교섭과 쟁의라는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데서 나온다. 그 일을 할 권한은 이미 노조에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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