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적자를 이유로 "개원 이래 최대 위기"라며 비상경영을 선포한 서울대병원이 최근 4년간 61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매년 수백억원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전입하면서 장부상에만 기록되는 '실재하지 않는 부채'를 만들어 경영위기를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발간한 '서울대병원 비상경영의 진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의료기관회계기준규칙에 따라 2009년부터 매년 160억~360억원을 '고유목적사업준비금'과 '의료발전준비금'으로 전입해 비용으로 계산해 왔다. 지난해 말 서울대병원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과 의료발전준비금은 880억원에 달한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비영리 내국법인이 건물신축 등 고유목적사업이나 지정기부금에 지출하기 위해 일정 한도에서 손실된 금액으로 계산한 준비금을 말한다. 다시 말해 재무제표상 비용으로 기록되지만 실제 있는 지출이 아니기 때문에 경영현황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손익계산서에서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나 의료발전준비금의 순전입액을 빼야 한다.

연구소가 이를 제외하고 서울대병원의 순익을 다시 계산했더니 2009년 203억원, 2010년 298억원, 2011년 190억원, 지난해 마이너스 7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4년간 619억원의 흑자를 낸 것이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흑자 규모는 691억원으로, 지난해 발생한 72억원의 손실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동근 연구원은 "서울대병원의 상황은 전년과 비교했을 때 경영상황이 다소 나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2009년부터는 2011년까지 흑자경영을 했다"며 "경영진이 주장하는 것처럼 개원 이래 최대의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병원이 공공의료체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감안할 때 수치로 나타나는 단기적 경영상황에 일희일비하면서 단기적 대응을 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 조건을 제대로 파악해 발전방향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올해 7월 서울대병원은 "2011년 8억원이던 적자가 지난해 287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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