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던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가 또 목숨을 끊었다. 공공운수연맹 서울도시철도노조(위원장 이재문)는 "사측이 지하철최적근무위원회 권고사항만 따랐어도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20일 노조에 따르면 지난 18일 새벽 경기도 양주시 자택에서 7호선 기관사 정아무개(44)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했다. 유족에 따르면 4년 전 첫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정씨는 최근 우울증세가 심해져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 왔다. 지난달에는 차도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평소 가족과 동료들에게 1인 승무와 수동운전·SR전동차·7호선 전동차 4대 차종에 적응하기 힘들고, 승객들의 잦은 민원신고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관사 자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만 벌써 다섯 번째 죽음이다. 올해 1월에는 고 황선웅 기관사가 우울·불안장애에 시달리다 투신했고, 지난해 3월에는 공황장애를 앓던 고 이재민 기관사가 투신해 사망했다. 10년 전인 2003년에는 서아무개 기관사와 임아무개 기관사가 공황장애와 신경정실질환으로 고통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조는 "기관사 자살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공사는 책임 있게 행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이재민 기관사의 죽음 이후 서울시 지시로 설치된 지하철최적근무위원회는 올해 3월 "1인 승무체계 운영을 재고하라"는 내용의 '서울지하철 종사자 최적근무를 위한 권고안'을 냈다. 이즈음 공사 노사도 기관사 처우개선 관련 19개항에 합의했다.

하지만 최적위 권고안이나 노사 합의안 이행수준은 기대에 못 미쳤다. 노조 관계자는 "기관사 처우개선 합의사항 이행은 절반도 안 되고, 최적위 권고안에 대해서는 아예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관사 순직사고에 대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약속했던 서울시와 김기춘 공사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며 "기관사 처우개선이 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사측은 "4월 기관사를 대상으로 특별임시건강검진을 가톨릭 여의도성모병원에서 했다"며 "당시만 해도 이상이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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