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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방을 나온 마필관리사
마방을 나온 것은 경주마가 아니라 마필관리사였다. 지난 14일 윤창수 전국마필관리사노조 위원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나왔다. 어린 말들을 길들이기에서 조교 훈련까지, 사료 주는 것에서 배설물을 치우는 것까지가 마필관리사의 몫이다. 우승 테이프를 끊는 말의 포효와 관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경마장 뒤편 구석진 마방에선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마필관리사들이 마방을 나와 국회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

윤 위원장은 “마필관리사 열 명 중 세 명이 말에서 떨어지거나 발길질을 당한다”며 “언제까지 동료들이 마방에서 다치고 죽어나가야 되나”라고 울먹였다.

마필관리사에게 마방은 삶의 터전이자 일터이지만 사실상 전쟁터였다. 마방에선 다치거나 죽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경마공원의 연간 재해율은 13.89%로, 전국 평균(0.52%) 재해율의 25배 이상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한 건수를 집계한 기록에 불과하다. 산재를 은폐한 건수까지 포함하면 재해율은 34%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산재사고 가운데 70%가 어린 말을 길들이거나 조교 훈련 과정에서 발생한다. 재해 치료는 입원 치료가 76.4%에 달하며, 치료 기간도 1~3개월 사이가 50%나 된다. 사고가 일어나면 대부분 중대재해라는 얘기다. 지난 2011년 부산경마공원에서 마필관리사로 일한 박아무개씨는 말에서 떨어진 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것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고 원인은 여럿 있지만 핵심은 마필관리사 한 명당 몇 마리 말을 관리하느냐다. 말을 많이 맡을수록 사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경마공원의 마필관리사 1인당 관리하는 말은 3마리다. 서울경마장에는 현재 470명의 마필관리사들이 1천420마리의 말을 관리하고 있다. 반면 부산은 마필관리사 1인당 4마리, 제주는 1인당 5.5마리다. 서울경마공원에 비해 부산과 제주 마필관리사들이 더 많은 말들을 관리하는 셈이다. 일본의 중앙경마장의 경우 마필관리사 1인당 2마리를 관리한다. 물론 일본의 지방경마장은 1인당 3마리를 관리하나 우리나라의 부산·제주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일본 마필관리사의 공식 산재율은 9%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한국마사회측은 미국·유럽의 경우 마필관리사 1인당 4~5마리를 관리한다며 이런 통계를 외면한다. 하지만 미국·유럽의 경우 사료를 주거나 배설물을 치우는 마방 관리, 어린 말 순치와 조교 훈련, 건강관리 등 경주마 관리 업무가 세분화돼 있다. 이를테면 미국·유럽의 마필관리사는 마방만 관리하지 말 순치나 조교 훈련은 다른 이들이 맡고 있다. 한국처럼 통합시스템으로 돼 있지 않고, 경마장과 마방이 분리된 나라도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 비해 미국·유럽 마필관리사의 산재율이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적정 인원이 채워지면 그만큼 마필관리사의 산재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마필관리사의 고용은 겉으로는 조교사협회가 책임진다. 마필관리사는 조교사협회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단체교섭과 임금교섭도 조교사협회와 벌인다. 물론 부산과 제주의 경우 조교사협회라는 법인이 아니라 조교사가 직접 마필관리사를 고용한다. 이른바 협회 고용이냐, 조교사 개인 고용이냐로 서울과 부산·제주의 고용형태는 나눠 지는 셈이다.

당초 마필관리사는 마사회 소속이었다. 93년 개인마주제가 실시되면서 바뀌었다. 마사회로부터 말을 분양받은 마주는 조교사에게 경주마를 위탁한다. 프로야구로 치면 구단주와 감독의 관계다. 조교사는 사업자등록을 가진 사장들이다. 조교사는 또 기수·마필관리사를 고용해 경주와 말 관리를 책임지도록 한다. 하지만 조교사는 경마를 통해 상금을 따먹는 사업자에 불과하다. 마필관리사의 고용인원 승인, 임금 및 근로조건 등의 예산을 실제로 쥐고 있는 곳은 마사회다. 이러한 사항은 한국마사회법과 경마시행규정세칙에 명시돼 있다. 결국 마필관리사노조가 산재 사고를 줄이기 위해 적정인원을 요구하더라도 한국마사회로 향할 수밖에 없다.

사행산업감독위원회에 따르면 한국마사회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7조8천397억원으로 사행산업 매출액의 40.1%를 차지한다. 2010년 기준 일본중앙경마회(JRA)의 총 매출액이 약 2조4천4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 마사회의 매출액이 세 배 가량 많은 셈이다. 이런 놀라운 성과는 화려한 경주 뒤에 신음해 왔던 마필관리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사회는 마필관리사들의 처참한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산재 사고를 줄이는데 힘써야 한다. 마사회는 마필관리사들을 쥐어짜고 산재 사고로 내모는 변칙적 간접고용을 중단해야 한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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