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용산참사 유족이 눈 감고 가만 섰다. 애써 벌린 자동문 좁은 틈에 손가락 구겨 넣고 아무 말 없었다. 문 너머 그곳 어딘가에서 신임 사장의 취임식이 순조로웠다. 밤새워 지켜 그 문은 분명 열린 적 없었다니 김 사장은 뒷문·쪽문·옆문·개구멍, 그도 아니라면 비밀스러운 땅굴을 통했나. 그곳 한국공항공사 건물엔 적어도 두 개의 문이 있었다. 정문 아닌 것은 분명했다. 개구멍이라고 유족들은 말했다. 충성스런 개를 위한 뒷문 말이다. 추정이다. 그리하여 두 개의 문(問)이 여전히 남는다. 김 사장은 어디로 들어갔나. 용산참사의 진상은 무엇인가. 풀리지 않는 질문 앞에서 이충연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한숨이 짙었다. 정문 돌파는 끝내 힘겨웠다. 노조 천막 사라진 뒤라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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