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9일째 농성을 벌여온 유가족 등 용산참사진실규명위원회 회원들이 16일 아침 한국공항공사 본사 건물의 현관문을 열려고 하고 있다. 안쪽 로비에서는 또 다른 유가족이 농성을 하던 중 고립돼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김석기 사장은 취임식을 마쳤다. 정기훈 기자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임명 9일 만인 16일 취임식을 열고 공식집무에 돌입했다. 하지만 자격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공사 청사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 사장은 "조직의 변화를 주도하고 신성장사업 및 해외공항사업 확대와 민항공산업 발전지원이라는 창조경영과 혁신전략으로, 공사가 공공성과 기업성을 함께 실현하는 진정한 국민의 공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장 출신인 김 사장은 2009년 용산 철거민 진압을 지휘해 6명의 사망자를 낸 이력과 항공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장 공모 때부터 자격논란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공사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면접에서 모두 최하위 점수를 받고도 사장으로 임명된 사실이 드러나 '낙하산·보은인사의 결정판'이라는 비난에 휩싸였다.

김 사장은 이달 7일 청와대로부터 임명을 받고도 한국공항공사노조와 용산참사 유가족·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출근저지 투쟁에 막혀 청사 출입을 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 15일 저녁 노조집행부를 설득해 이날 취임식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취임식에 앞서 입장서를 내고 "메아리가 없더라도 세상에 외쳐 보자고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투쟁을 시작했다"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외침으로 인해 한국공항공사와 구성원들의 명예가 얼룩질 수 있다는 판단에 의해 김석기 사장의 취임을 용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와 용산 유가족의 투쟁방향이 다소 다르다는 점을 상호 이해하며 그동안 천막투쟁에 함께해 주신 유가족에게 다시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의 취임과 노조의 이 같은 결정에도 용산 유가족들과 용산참사진상규명위는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며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박래군 용산참사진상규명위 집행위원장은 "3개월 후 용산참사 5주기까지 지속적으로 출근저지를 포함한 퇴진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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