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가 위장도급·불법파견 형태로 협력업체를 운영해 왔다는 의혹에 대한 협력업체 수시근로감독 과정에 고용노동부 고위관계자의 입김이 작용하고, 이 같은 개입이 감독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일선 근로감독관의 증언이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올해 6월부터 두 달여간 진행된 삼성전자서비스 수시감독에 참여했던 노동부 근로감독관 A씨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계자와 전화통화한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13일 공개했다.

◇"불법이었다가 180도 바뀌었다"=A씨에 따르면 노동부가 당초 1개월간 진행할 예정이었던 수시감독을 한 달 연장하기로 결정한 시점을 전후해 감독의 방향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근로감독이) 연장되기 전까지는 이거 불파(불법파견)다, 어떻게든 우리가 (제대로 조사) 해 나가자, (불법을) 잡아 나가자 하는 분위기였다”며 “그랬는데 갑자기 노동부 실장에 보고가 들어간 뒤 바람이 빠져 버렸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나는 접근할 수도 없는 고위공무원의 입김이 이렇게 내려왔다”며 “이마트(불법파견 근로감독)는 안 그랬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180도 확 바뀌어 버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밤늦게 전화를 걸어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사실을) 지금 나 혼자 감당하기가 힘들어서”라며 “(노동부 최종보고서에 근로감독관들의) 의견은 빠지고 실태만 들어갔는데, 이건 어느 정도 (윗선에서) 자기들끼리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노동부는 수시감독을 종료하며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종합적으로 볼 때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으로 볼 수 없다”는 애매한 결론을 내렸다. A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수시감독 결과에 노동부의 정치적 의도가 반영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수시감독 협력업체 4곳 중 2곳 삼성전자서비스가 지목=수시감독 대상 협력업체 선정 과정도 석연치 않다. 은 의원이 이날 추가로 공개한 삼성전자서비스 남인천센터 오아무개 대표이사의 조회 발언 녹취록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 6월28일 조회에서 “삼성에서 추천한 협력업체가 조사대상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6월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불법파견 의혹이 처음 제기된 뒤 서울양천센터·서인천센터·포항센터·부산동래센터 등에서 관련 증거가 은폐되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그런데 수시감독 대상에서 서울양천센터·서인천센터·포항센터는 제외되고, 부산동래센터만 이름을 올렸다. 대신 삼성전자서비스가 요청한 협력업체 두 곳이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오씨는 “원래는 거기(은폐 논란이 제기된 4곳)를 조사하려고 했는데, 삼성이라는 조직이 어떻습니까”라며 “문제 있는 데만 조사를 하면 문제가 되니까, 노동부에서 동래하고 포항을 찍었고, 나머지 두 군데(남인천센터·서수원센터)는 삼성이 ‘저희가 제대로 하는 데로 추천하겠다’고 한 겁니다”라고 말했다. 전국 169곳에 달하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가운데 노동부 감독이 이뤄진 4개 업체 중 두 곳을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 지목했다는 얘기다.

노동부 감독의 핵심은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와 소속 노동자들의 근무 과정에 지배·개입을 했느냐 여부를 따지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불법 혐의를 받고 있는 원청에게 조사대상을 고르라고 선택권을 준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은수미 의원 "총체적 부실감독, 재조사해야"=이날 녹취록을 공개한 은수미 의원은 "노동부 수시감독에서 채용과 전산시스템 ID 부여, 재직자 교육과 징계·해고 등 적어도 14개 항목에 대해 부실하게 감독이 이뤄지거나, 삼성전자서비스에 불리한 정황과 증거들이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원-하청 간 업무상 지시가 원청의 전산시스템을 토대로 개인용휴대단말기(PDA)를 이용해 이뤄진 사실이 원청의 인사노무관리권에 해당하는지 등이 면밀하게 조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은 의원은 “수시감독 대상 업체가 원청에 유리하게 조정되고, 노동부 고위직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된 이번 감독 결과는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노동부가 이번 사안의 관련자를 문책하고, 재수사를 통해 원-하청 간 법적 책임관계를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를 파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고발할 계획이다. 검찰에 사건에 접수되면, 노동부가 사건을 받아 재조사를 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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