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국회에서 싸우겠다고 했을 때 기대가 컸다. 국회에서 24시간 비상대기를 하는 의원들의 모습 또한 신선했다. 민주당 의원과 보좌관들이 국회에서 쪽잠을 자니 간이침대 판매량이 늘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환노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벼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기초연금제 논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파동 등 굵직한 이슈가 정국을 강타하는 동안 노동이슈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노동계는 국정감사에서 이런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최근 고용노동부로터 설립신고서 반려와 '노조 아님' 통보 경고를 받은 전국교직원노조·전국공무원노조 사건이 최대 노사관계 현안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환노위 의원들이 국감을 계기로 노동문제를 쟁점화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 배경이다. 앞서 환노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7월 정기국회와 국감에서 8가지 주요 의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을 협의했다. 삼성전자서비스·티브로드 같은 간접고용 문제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웬걸. 국감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분위기가 지난해보다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적어도 노동 분야에 국한해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환노위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증인 40명과 참고인 19명을 확정했다. 이 가운데 노동부 소관 증인(21명)과 참고인(15명)은 36명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현대차 사장·쌍용차 사장·한국마사회장 직무대행·홈플러스 대표가 주요 증인으로 채택됐다. 간접고용·현대차 불법파견·일자리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환노위 국감 전야는 긴장감이 감돌지 않고 되레 차분하다. 게다가 4대강 사업이 국감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103명의 증인·참고인을 부르기로 했다. 환노위도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다른 상임위원회에서도 4대강 사업을 다룰 예정이다.

환노위 소속 홍영표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4대강 보 해체 특별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민주당의 장하나 의원,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도 유사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국회의원들이 상임위의 경계를 넘어 이슈를 따라가는, 혹은 선점하려는 예년의 모습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국감과 대비된다. 19대 국회 첫 국감에 앞서 노동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당시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와 산업현장 폭력용역 관련 청문회가 잇따라 열렸다. 소문으로 나돌던 노조파괴 전문 용역업체와 노무컨설팅업체의 실체가 드러났다. 쌍용차의 경우 청문회에서 밝히지 못한 것을 국정조사로 이어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해 환노위 국감에서 노동부 소관 증인 및 참고인은 58명이었다. 올해 환노위 국감에서 채택한 노동부 소관 증인·참고인보다 22명이나 많았다. 특히 지난해 환노위 국감은 청문회의 연장전이자 대통령 선거 전초전이었다. 이러니 대선에서 야당 후보뿐 아니라 박근혜 후보마저 쌍용차 국정조사를 약속하지 않았겠나.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국감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노동문제도 이에 못지않다. 노동문제를 소홀히 다룰 이유가 없다. 24시간 비상대기와 원내투쟁을 선언한 민주당 의원들부터 심기일전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 국회의원별로 따로국밥을 마는 모습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애초 논의했던 대로 간접고용 등 노동현안을 의제화하는 데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테면 민주당 소속 환노위 위원들은 노동문제, 국토위 위원들은 4대강 사업에 집중하면 된다. 모든 상임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일부 현안에 쏠리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4대강 사업에 집중하되 환노위 소속 의원은 이에 조력하는 혜안을 가졌으면 한다. 이는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풀어야 할 몫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간접고용 등 노동문제를 의제화하고 풍부한 논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현안 사건 당사자를 증인과 참고인으로 불러, 묻고 따지는 것이 국감의 전부는 아니지 않는가. 민주당 의원들의 분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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