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中) 대통령이 17일 경찰의 대우차 노조 폭력 진압과 관련해 ‘깊은 유감’ 을 표명한 것은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사회불안 요인으로 급격히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과잉진압의 현장지휘 책임 등을 물어 부평 경찰서장과 인천 지방경찰청장을 잇따라 직위해제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악화된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노동계가 춘투(春鬪)와 연계해 전면적인 정치투쟁으로 나설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노동계 시위 현장에서도 ‘생존권보장’ , ‘구조조정반대’ 등의 구호와 함께 ‘정권타도’ 구호가 등장하는 등 노동운동에 질적인 변화가 눈에 띄고 있다.

이에 따라 여권 내에서는 노동계가 반정부투쟁에 나설 경우 자칫 ‘사면초가’ 의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노동계를 더이상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이미경(李美卿) 의원이 “경찰이 법원의 가처분결정을 무시하고 노조원의 노조사무실 출입을 저지한 것은 불법행위”라며 “대우차 사태는 과잉진압이 틀림없다”고 공개적으로 노조를 편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권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이 경찰의 폭력진압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배포한 데 대해 민노총 박훈변호사의 ‘폭력선동’ 발언 등 노동계의 문제점을 알리는 대국민 홍보전으로 맞서야 한다는 강경론도 있었지만 대세는 아니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노동운동가 출신인 이태복(李泰馥) 대통령복지노동수석의 기용 자체가 노동계에 대한 유화기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한 김대통령의 유감 표명도 그런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유감 표명과 함께 “세계 어느 나라도 시위 집회를 허용하면서 불법과 폭력을 용납하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대적인 대정부 공세를 펴고 있는 야권과 일부 과격 운동권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은 셈이다.

김대통령의 유감표명에 대해 민주노총은 즉각 “뒤늦게나마 대통령이 경찰의 잘못을 인정한 것을 환영한다”(손낙구·孫洛龜교육선전실장)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번 사태는 시위문화의 차원이 아니고 잘못된 정책을 경찰을 동원해 강행하려다 발생한 일이므로 앞으로도 상황이 좋아질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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