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 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13마1279 간접강제

대체근로금지가처분은 만족적 가처분에 해당한다. 본안 판결을 통해 얻고자 하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가처분이다.

즉 잠정적으로나마 사측의 대체근로 채용이 위법한 것임을 확인하고, 위법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사측에 주어지게 된다. 이 부작위의무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금전배상으로 의무이행을 강제하는 간접강제 신청이 필요하다.

대법원은 지난달 20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의 간접강제 신청에 대한 사측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이 대체근로금지가처분 신청사건의 결정사항 불이행시 1일 100만원의 금전을 간접강제로 인용한 원심결정을 확정한 것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부의 대체근로금지가처분 신청사건에서 “피신청인은 신청인들의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해 제3자를 채용 또는 대체하거나, 도급 또는 하도급을 줘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회사측이 퇴직자를 쟁의행위 기간 중 다시 채용해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게 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위법한 대체근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회사측은 ‘환매조건부 채권의 만기에 따른 급박한 사정’으로 인해 잠정적인 조치였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43조가 금지하고 있는 대체인력의 투입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는 회사측에 ‘급박한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그와 관계없이 쟁의행위 중 노조법 제43조 대체근로금지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돼야 함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급박한 사정 있어도 대체근로 투입 안 돼

쟁의행위라는 개념 자체가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상대방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임에도 사측의 위법행위로 인해 쟁의행위의 기능을 전혀 수행할 수 없게 됐다는 점, 지부의 쟁의행위가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도 사측에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재판부는 회사측의 위법행위를 금지할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즉 지부 및 그 조합원들의 단체행동권에 대한 긴급하고 현존하는 침해행위가 존재한다는 점, 이를 시정하기 위해 긴급한 보전의 필요성이 필요하다는 점 모두 인정됐다. 만족적 가처분은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엄격한 소명을 요함에도 노동가처분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일부 신규채용 직원들이 불법 대체인력으로 판단 받지 못한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쟁의행위로 인해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느냐 여부가 판단의 핵심인데, 재판부는 쟁의행위 전 인력알선 요청, 인력충원 계획 등 신빙성이 의심되는 사측의 증거들을 들어 불법 대체인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업장을 떠나 쟁의행위 중인 자들이 사내 시스템에 접속해 불법 대체근로를 확인하고 입증자료를 구비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정은 차치하더라도 단체행동권이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불법 대체근로 해당여부의 판단에 있어서는 그 소명의 정도를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한다.

대체근로금지가처분 인용결정 후에도 사측의 위법행위가 계속되자 지부가 제기한 간접강제신청 사건에서 재판부는 대체근로금지가처분결정 이후 사측이 신규채용한 3명 또한 불법 대체인력에 해당함을 추가로 인정하고 간접강제 인용결정을 했다.

쟁의행위에 참여한 조합원의 업무를 신규채용된 자가 수행하고 있는 점을 인정하고 간접강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회사측은 해당 3명이 대체인력이 아니고 각 팀에 배치돼 보조업무를 담당하는 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3명이 배치된 팀의 경우 수년 동안 구성원 수에 변동이 없었던 점, 지부의 쟁의행위 돌입 후 경력사원을 신규채용해 팀 인력이 충원된 점, 신규채용자가 채용되기 전 직장에서 종사한 경력과 담당했던 업무, 신규채용 후의 직위 등에 비춰 3명이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만을 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회사, 신규채용 쟁의 관련 없음 입증해야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입증할 자료는 모두 회사측에 있다는 점, 노조로서는 이러한 사정을 입증하기 매우 곤란하다는 점을 감안해 신규채용 전후의 사정 등을 풍부하게 참작한 판단인 것이다. 앞선 가처분사건에서 불법 대체인력 해당여부 판시와 비교해 매우 바람직한 판시라고 생각된다.

회사측은 가처분결정 이유에서 A를 대체하기 위해 B를 채용한 부분만을 대체근로로 인정했으므로 가처분결정의 효력은 A를 대체하는 인력 채용만을 금지하는 것으로 한정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처분권주의에 위배된다고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가처분결정 효력을 자의적으로 축소시키는 주장에 불과하다. 서울서부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 모두 가처분결정의 주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대체근로금지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를 제한하지 않은 채 노조법 제43조에 위반되는 대체근로의 금지를 명한 것이므로 사측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처분권주의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라 할 것이다.

대체근로금지가처분신청은 노동가처분 중 흔한 유형은 아니다. 노조 입장에서 소명자료를 확보하기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회사측에 노조법 제43조 대체근로금지 의무를 부과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불법 대체근로 해당여부 판단에 있어 엄격한 소명을 요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채용 전후 제반사정을 참작해 불법 대체인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간접강제결정은 앞으로 제기될 대체근로금지가처분 신청사건 및 간접강제 신청사건에 있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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