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다시 파업이 문제다. 현대차·기아차 노동자들이 파업한다고 문제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이 나라에선 노동자가 하는 파업은 줄곧 문제다. 언론은 노동자 파업으로 올해 현대차가 총 9만8천625대를 생산하지 못해 총 2조203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심지어 지난 20· 21일 1·2조 2시간씩 부분파업으로 3천203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분명 파업이 문제다. 25일 현대차에 따르면 그렇다고 보도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용자 현대차가 집계해서 노동자 파업이 문제라고 보도자료로 배포해서 언론은 받아쓰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조 단위의 천문학적 손실 앞에 현대차·기아차 노동자놈들이 자동차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청취자인 국민은 보고 듣고, 정규직 노동귀족들이 대한민국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독자인 국민은 읽는다. 노동자 파업 때문에 현대차·기아차의 협력업체가 죽어간다고 협력업체 사장을 동정하고, 비정규직은 파업은 꿈도 못 꾼다고 비정규 노동자의 파업의 자유를 말한다. 노조들 극성에 자동차 공장이 모두 없어지고 도시가 파산한 미국 디트로이트시처럼 강성노조들이 그들의 운명을 재촉하고 있다고 저주를 퍼부어대는 것이 오늘 대한민국에서 파업이 문제다. 결코 동정 없이 저주받는 파업의 자유가 문제다.

2. 파업하는 게 뭐가 문제라고. 온통 경제 망치고 나라 망치는 파업이라고 난리다. 파업이 별건가. 일하지 않는 것. 그거 말고 또 뭐가 있나. 일하다 싫으면 않는 거라고 사람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나. 사람이 부리는 소와 말이야 말을 듣지 않으면 채찍이라도 휘둘러대서 쟁기질하라, 마차질하라 하지만 사람은 아니다. 사람이니 사냥도 하다, 그만 할란다 하면 하지 않았던 거고, 논밭일도 하다,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았던 거였다. 지쳐서든 지겨워서든 하기 싫으면 않았던 것, 그것이 이 세상에서 사람이 살아 왔던 방식이었다. 그러다 배고프다, 노는 것도 지겹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하겠다 해서 일해 왔던 거였다. 그런데 파업이 문제다.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아서, 지겨워서, 그도 아니면 나도 하기 싫으면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한번 내지르기라도 하고 싶어서 일하지 않는 파업을 한다고 문제다. 무엇이 문제라고 하는 것인지, 알고 보면 그것은 다 사람다운 사람의 일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무노동무임금이라고 선언하고서 사용자는 파업 노동자에 대해선 임금지급의무가 면제되고(제44조 제1항), 노조가 파업 기간에 대한 임금 지급 요구해서 파업해서는 안 된다고 그러면 불법이고 국가가 직접 나서서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범죄라고 규정해 놓았다(제44조 제2항, 제90조). 노동자 파업에 급여도 안 주면서, 그걸 받겠다 파업이라도 하면 처벌해서라도 파업은 무노동무임금이라고 법의 못을 박아 임금 받을 수 없게 해놓은 대한민국에서 어째서 경제니 뭐니 해대며 안 된다고 하는 건지 오늘도 노동자를 대리하고, 노조를 변론하는 나는 알쏭한 것은 절대 아니고 달쏭하기만 하다. 일하는 사람이 임금도 못 받고서 일하지 않는 걸 두고 도대체가 어쨌다고 안 된다 하는 것일까. 자신이 파업 노동자의 부양가족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게 경제니 뭐니 걱정되면 자신이 회사 경쟁력 높일 수 있게 최저임금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 파업은 자유가 아니라고 열악한 협력업체 공장 찾아가 비정규직노동자가 돼서 잔업, 특근으로 밤낮으로 365일 열심히 일해 주겠다고 하면 되는 것이겠다.

3. 일하지 않는 것이 범죄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고 대한민국 헌법 제33조가 보장한 노동기본권의 행사라니 당당한 노동자의 권리 행사라는 것인데. 어, 이것도 수상하긴 하다. 이 세상에서는 노동자에겐 일하지 않는 것도 권리라니 수상하다. 어째서 일하지 않는 것이 다 권리라고 하는 것인지. 임금을 받으면서 일하지 않는 것이라면 분명히 권리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임금도 못 받고서 일하지 않는 것을 어째서 노동자에겐 기본권이고 권리가 된다는 것일까. 헌법이 노동자의 기본권이라고 선언하지 않았으면 그마저도 보장되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 노동자를 위해서 헌법제정권자 대한민국 국민이 결단했다는 참으로 불쌍한 권리다. 그런데 일해서 근로의 대가 임금으로 살아야 하는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면 살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참으로 가난한 권리다. 우리 세상에서 일하는 자, 그는 노동자다. 어찌 보면 우리 세상에서 일하는 것으로 특화된 자가 노동자다. 그는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하는 자이다. 그가 일할 수 없을 때에야 그는 노동자가 아니다. 그런 그가 사용자가 제시한 조건이 불만이라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일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을 가난한 권리로 보장받았다. 그리고 그나마 노조를 조직할 만하고 그걸 행사할 여건을 갖추고 있어서 하겠다고 거창하게 파업투쟁이라 선포하고서 행사해보겠다 하고 있다. 그럼 노동자, 너희들도 모처럼 사람으로 일하고 싶지 않을 때 하지 않는 권리를 행사한다니 그 동안 근로계약상 의무만 죽어라 이행한다고, 그래야 임금 받는다고 일해 왔는데 거기서 벗어나 사람의 권리 행사하겠다니 모처럼 박수 받을 짓하네 하고 사람으로서 박수라도 보내야 하는 것 아닐까.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면. 그리고 파업한다니 노동자들 모처럼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행사한다니 언론은 특별방송, 특집기사로 편성해서 과연 이번 파업이 성공할 것인지, 노동자들은 사용자를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인지, 이번 파업은 역대 몇 번째의 파업이고 성공하면 이 나라에서 어떤 새로운 노동자권리를 확보하게 되는지, 노조 파업전술에서 부족한 점은 뭐고 그걸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의지가 약한 노조간부는 어떤 자들이고 이들이 사용자의 매수에 넘어갈지 어떨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주시해야 한다고 시청자들에게 짚어주고 하는 걸 볼 수는 없는 것일까. 이런 상상을 하는 나는 불온한 것일까. 특히 노동자 파업권을 약화시키는 파업의 불참자와 이탈자는 어떤 자들이고 어떤 불이익을 줘야 하고 이들에게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등 민사책임을 물릴 입법정책 긴급간담회를 노동법 전문가 김아무개 변호사를 불러 생방송하고 긴급 취재하는 걸 보는 일은 노동기본권과 노동자권리에 미쳐 있는 내 꿈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노동자권리 타령을 하고 사는 나조차도 몽상이라고만 여기고 있다.

4. 지금까지 이 세상에서는 매일 기업이니 경제니 해서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위해 사용자의 영업의 자유, 그 권리 행사의 대상과 방법, 그 효율성과 적합성 등에 관해 언론은 보도하고, 국민의 눈과 귀는 보고 듣고 읽어 왔다. 분명히 영업의 자유는 직업선택의 자유니 뭐니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기본권이고, 마찬가지로 근로의 권리, 노동기본권도 노동자인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런데도 그 취급이 다르다. 하나는 특별한 제한과 금지가 없으면 행사할 수 있는 기본권이고, 다른 하나는 특별한 보장이 있어야 행사할 수 있는 기본권이다. 하나는 주인 취급받는 기본권이고 다른 하나는 노예 취급받는 기본권이다. 우리 세상은 권리가 사람을 규정짓는다. 결코 사람이 권리를 규정짓고 있지 않다. 주인 취급받는 권리를 가진 자는 우리 세상에선 주인이고, 노예 취급받는 권리를 가진 자는 우리 세상에선 노예일 수밖에 없다. 자본의 자유 앞에서 노동의 자유는 한 없이 작기만 하다. 영업의 자유 앞에서 파업의 자유는 자유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지금 이 세상에서 우리가 노래하고 있는 자유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파업 앞에서 자유는 편파적이다. 노동자의 자유, 파업의 자유는 차별당하는 자유다. 도대체가 단 한 번이라도 노동자의 기본권, 파업의 자유를 행사한다고 환영한다는 방송 뉴스를 들어본 적이 없다. 아무리 불법파견 사업장이라고 판결을 받아도, 아무리 직장폐쇄와 용역투입으로 노조탄압 사업장이라고 처벌을 받아도 사용자의 불법행위, 부당노동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노동자들이 임금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위대한 결단을 내렸다고 칭찬하는 신문 기사를 읽어본 적이 없다.

5. 파업은 불법이 아니다. 파업은 범죄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파업은 노동자인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런데도 최근까지 파업은 업무방해죄로 처벌받는 범죄였다. 아직도 단순히 일하지 않는 파업조차도 범죄다. 대법원 판례는 기껏해야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행사해서 사용자에게 중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가 아니라면 업무방해죄로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할 뿐이다. 노조가 임금 등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노조법이 정하고 있는 조정절차와 찬반투표절차, 수단과 방법을 준수해서 해야만 불법을 면하고 범죄를 면한다. 이건 무엇인가. 대한민국 노조법에선 파업은 아직도 원칙적으로 불법이고 범죄라는 것이다. 노조법에서 정한 주체·목적·시기와 절차·수단과 방법을 지켜서 하는 예외적인 경우만 파업은 불법과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파업의 자유, 아직 대한민국에선 노동자의 권리가 아니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자유로 보장받아도 문제라고 비난받고 저주받고 있는 노동자의 가난한 자유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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