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청문회의 스타는 단연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다.

2차 청문회가 끝나자마자 권은희 전 과장을 칭찬하는 글이 사나흘 동안 인터넷을 달궜다. 국민들은 당당하게 진실을 말하는 그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냈다.

권 전 과장은 청문회 증언을 통해 적어도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단순한 격려 차원의 전화를 했다는 부분만큼은 거짓이었음을 밝혔다. 여권과 보수언론에겐 미운털이 확실하게 박혔다. 그래도 워낙 권 전 과장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아 보수언론도 함부로 그를 비판하기 어렵게 됐다.

그런데도 마치 마지막까지 의무를 다하듯 조선일보가 21일자 5면에 ‘청문회의 야권 스타에 대한 아쉬움’이란 제목의 <기자수첩>을 썼다. 조선일보의 3단짜리 박스기사 형식의 <기자수첩>은 3분의 2 가량을 권 전 과장의 당당하고 소신 있는 발언에 할애했다. 흠집을 잡아낼 게 군색한 조선일보는 권 전 과장이 “객관적 사실이라기보다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밝힌 대목도 적지 않았다”고 반전을 노리며 비판했다.

조선일보가 말하는 권 전 과장 자신의 주관적 의견 표명은 두 가지다. 12월16일 경찰의 중간수사 발표가 ‘대선에 영향을 미쳤는지’ 하는 부분과 국정원 여직원의 감금 여부였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권 전 과장이 객관적 사실을 말하지 않고 주관적으로 답했다고 몰아세웠다.

그런데 청문회 녹화영상을 다시 들여다보면 중간수사 발표에 대해 권 전 과장은 법조인답게 슬기롭게 답했다. 권 전 과장은 대선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자신이 객관적 데이터를 갖고 있지도 않고 답변할 성질의 것도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다만 경찰이 그 시점에 심야에 수사발표를 굳이 강행한 점은 상식적으로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이 질문을 권 전 과장에게 던진 그 자체가 이미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라는 소리였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 하면 이 질문에 권 전 과장은 “재판을 앞둔 사안이라 개인적인 의견을 말할 수 없습니다”라고 답했어야 옳았다는 소리다.

권 전 과장은 감금 여부에 대해서도 당시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대며 감금으로 볼 수 없었다고 답했다.

조선일보는 ‘광주의 딸’ 같은 색깔공세나 펴면서 무수히 권 전 과장에게 주관적 의견을 물어댔던 새누리당 국조특위 위원들의 질문도 문제 삼아야 옳았다.

그래도 여론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조선일보는 기사 제목부터 조심스럽게 권 전 과장에 대해 ‘아쉬움’이라고 달았다. 만약 권 전 과장에 대한 여론이 중립적이었다면 ‘아쉬움’ 정도의 제목에 그쳤겠나.

동아일보는 21일자 13면(사회면) 머리기사로 휴대폰 통화종료 버튼을 안 눌렀다가 요금폭탄을 맞은 사연을 소개했다. 아내와 통화를 끊었다고 생각하고 만취 상태에서 불륜을 저지르던 남편이 이혼 당한 사례를 소개했다. 기사는 휴대폰 통화 뒤 종료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계속 통화 중 상태가 된다는 점을 소개하면서 만취 상태나 전자기기 사용이 익숙치 않은 노인층에서 이런 피해가 자주 일어난다고 소개한다. 해마다 이런 피해구제 건수는 500~1천여건에 달한다는 거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머리기사 바로 아래 지난해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을 논의하는 회동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엿들어 보도한 한겨레신문 기자에게 법원이 선고유예 판결한 것을 2단 기사로 붙여서 보도했다. 독자들이 마치 한겨레신문 기자가 불륜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착각하게 편집했다.

1970년대 박정희 군사정권 때 동아일보의 편집기자였던 고 안종필 차장은 ‘시위기사는 1단으로만 편집’하라는 군사정부의 보도지침에 항의하며 여러 1단짜리 시위기사를 한데 묶어 편집해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 오늘날 동아일보는 안 차장을 희한하게 반면교사하고 있다.

울산저널 편집국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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