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은 지금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 오는 26일 공공기관 가운데 최초로 대구로 지방이전을 한다. 수행업무도 대폭 변하고 있다. 감정원의 핵심기능이었던 감정평가는 민간으로 이양되면서 대폭 축소됐다. 대신 민간에서 수행하던 △부동산 가격공시 총괄 업무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 △감정평가 정보체계 구축 및 운영 △상업용 건물 임대사례 조사 △지가변동률 등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지원하는 공적조사·통계업무가 핵심업무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의 와중에 금융노조 한국감정원지부(위원장 구종서)는 사측이 전면화하려 했던 인사드래프트 제도와 명예퇴직 시행 등 노동유연화 조치들을 투쟁으로 극복했다. 특히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대구로 지방이전을 하게 되면 유연근무제의 활용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지부는 전망했다.

지부의 당면과제는 본사 이전을 앞두고 노동조건 저하 없는 이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근로시간 정상화라는 큰 틀에서 인사이동 원칙의 명확화·시간외 근무제도 개선·PC-OFF제 시행 등을 통해 지방이전에 따른 조합원의 사기저하를 보상하고, 조직문화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복안이다.

- 대구로의 본사 이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기업 중에서도, 금융노조 소속 지부 중에서도 최초다. 혁신도시 허허벌판으로 내려간다. 대구 지자체의 준비는 기대 이하다.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하는 조합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통대책·편의시설·안전문제 등 모든 게 제로베이스다. 지부는 직원설명회와 사전답사를 통해 조합원의 불안을 해소하고, 조기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노사 역시 매일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방이전에 따른 문제를 최소화하고, 연착륙하는 데 집중하겠다.”

- 위원장 임기가 막바지다.

“공기업 선진화, 대구이전, 출퇴근 투쟁 등 현안이 넘쳐났다. 현안 대응에 골몰하다 보니 지부 분회장 및 집행간부에 대한 교육과 조직력 배양에 힘쓰지 못했던 것 같다. 3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내가 갖고 있는 에너지의 많은 부분을 거기에 쓸 것이다.”

- 임기 동안 만족스러웠던 일과 아쉬웠던 일을 하나씩 꼽는다면.

“국회와 정부를 두루 만나면서 사적업무 이양과 공적기능 강화 등 감정평가 선진화의 결실을 거뒀다. 비록 법이 아닌 행정조치(관보고시)에 의한 것이긴 하나 공적업무로의 변환을 통해 감정원의 장기 비전과 위상강화에 보탬이 됐다고 생각한다. 반면 계속 지켜 오던 오전 9시30분 출근과 오후 5시30분 퇴근제를 2개월여의 투쟁 끝에 양보했던 일이 후회로 남는다.”

- 어떤 위원장으로 남고 싶은가.

“감정원은 인원은 많지 않지만 이해관계가 그 어느 조직보다 복잡하다. 자격증 유무에 따라, 다양한 직군에 따라, 본점·지점 간, 청장년 간 갈등과 대립이 있어 왔던 게 사실이다.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계층과 직군 간 갈등을 해소하고 단순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직 내부의 일체감과 동질성 향상에 기여한 위원장으로 평가해 준다면 영광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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