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울산저널
편집국장

얼마 전 숨진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죽어서도 뒷말이 많았다.

제대로 된 영국의 노조간부들은 그를 추모하기는커녕 저주했다. 대처는 왜 그런 악연을 만들었을까. 최근 비밀 해제돼 언론발을 타고 있는 대처의 노조관이 말썽이 되고 있다.

“우리는 포클랜드에 있는 외부의 적과 싸워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훨씬 더 싸우기 어렵고 ‘자유에 더 위협’이 되는 우리 ‘내부의 적’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 이 말은 대처 총리가 1984년 7월 영국 보수당 평의원에서 한 발언이다. 여기서 ‘내부의 적’은 바로 영국노총이다. 대처가 말하는 ‘자유에 더 위협’이 되는 존재도 노조다.

대처가 말하는 ‘자유’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영국 법에도, 우리 법에도 자유민주주의가 나오지만, 동시에 노동3권도 나온다. 그들이 만든 법조문 어디를 봐도 노동이 자유와 충돌하진 않는다. 아마도 대처의 ‘자유’는 특정한 사람들만의 자유인가 보다.

80년대 초반 탄광노조 탄압으로 악명을 떨친 대처의 노조에 대한 적대적 입장이 영국 국립문서보관소가 지난달 31일 비밀 해제해 공개한 문서에서 확인됐다. 가디언은 30년이 지나 공개된 영국 내각 문서에서 노조의 힘을 무력화하려 한 대처의 오랜 야망이 얼마나 끈질기게 펼쳐졌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는 한국 언론 대부분이 다루지 않았으나, 경향신문은 2일자 18면 ‘사람면’에서 다뤘다. 국제면이 아닌 사람면에서 다룬 게 좀 어색하긴 했다. 대부분의 신문이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런 대처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롤모델이다. 그래서 한국 언론들이 보도를 회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대처는 노조 개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에도 반대해 무지막지하게 노조를 다루라고 지시했다. 노조 파업엔 군대를 동원할 것도 모의했다. 노동법을 고쳐 노조가 아예 신규산업에서 조합원을 한 명이라도 더 늘리는 걸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대처의 이런 노조파괴 활동에 진짜 힘이 돼 준 사람들이 다름 아닌 전직 노조활동가들이었다. 항만노조 파업 땐 전직 노조위원장이 앞장서 노동자들을 이간질하고 파업을 파괴했다. 그 덕분에 그는 부수상이란 직함까지 달았다.

한국의 새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 고용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오히려 줄었고 반대로 실업은 늘었다.

이런 사이 동아일보가 오랜만에 정부의 고용률 부풀리기를 폭로하는 보도를 했다.(동아일보 8월7일 1면과 3면)

정부가 발표한 고용률 70%를 맞추기 위해 각 부처별로 발표 수치를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중복계산돼 겹치는 일자리가 수두룩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동아일보는 ‘묻지마 일자리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 이후 이런 폐단은 늘 계속돼 왔다. 해마다 정부는 몇 년 뒤까지 몇 백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하지만 그건 늘 공무원들의 책상 위에서만 존재하는 일자리였다. 노무현 정부 땐 문화관광부 직원 한 명이 일자리 정책을 짜내느라 연일 야근하다가 과로사하기도 했다.

울산저널 편집국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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