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아 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

그는 시원하게 뻗은 제주도 어느 해변의 사진을 보면서 천막에서 무더운 여름을 보낸다. 이십 년 넘게 기타를 만들던 그는 해고 노동자다.

1988년 노조를 인정하라는 파업을 시작으로 그는 질기게 공장에서 버텨 왔다. 회사는 2007년 4월 정리해고에 이어 2008년 8월 폐업이라며 공장 문을 닫아걸고 기계설비를 전부 반출했지만 그는 노조 사무실이 있는 공장을 조합원들과 묵묵히 지켰다.

대법원 정리해고 무효 확정판결도 무시

대법원은 2007년 4월 콜트악기에서 단행된 정리해고에 대해 무효라고 확정판결했다. 지난해 2월의 일이다. 당시 재판부는 (회사가) 당기순이익을 계속 유지했고, 전자기타 세계시장 점유율이 30%로 높으며, 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비율이 높아 동종업종 평균보다 양호한 데다, 차입금이 전혀 없어 재무구조가 매우 안전하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이어 해고 이후 인력이 부족해 연장·휴일근로를 실시한 것은 주문량 감소로 인한 구조조정이라는 정리해고 이유와 배치되는 점, 정리해고를 하면서 관리직 직원들의 임금은 인상한 점 등을 종합해 정리해고를 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를 비롯한 노동자들은 법원 판결을 이행하라면서 복직을 요구했다. 그런데 회사는 복직이행을 거부하고 대신에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조합원들에게 지난해 5월 다시 해고통지를 했다.

회사는 법인등기부에서 형식상 기타 제조·판매업을 중단했지만, 해산결의나 정리절차를 밟지 않았다. 실질적으로는 폐업 전과 동일하게 관련회사들을 통해 기타 제조판매업을 하고 있는 것이어서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당해고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한편 새로운 해고통지와 동시에 회사는 공장을 팔았다며 매매계약서를 들이댔다. 노조가 싫어서 회사가 기계를 빼내고 방치해 뒀던 공장은 가스충전소가 된다고 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4년 가까이 공장을 팔지 않고 있었던 것은 그를 비롯한 조합원들을 쫓아내고 공장을 다시 돌려 기타를 만들려는 속셈이 분명해 보였다.

공장 매매 전부터 회사는 그와 조합원들에게 노조사무실과 공장에서 나가라고 했고, 전기와 수도를 끊은 데 이어 급기야 법원에 부동산 명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부당해고 또는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해 복직소송 중인 그와 조합원들은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사무실을 이용하고 공장을 출입할 권한이 있다고 항변했다. 산업별노조 조합원이 해고된 후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계속 다루고 있는 경우 조합원 지위에서 노조사무실에 출입할 권리가 있음은 여러 판례에서 인정된 법리다. 그런데 회사가 공장부지 자체를 제3자에게 매도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매수인에게 대항하기는 어려운 상황을 만든 것이었다.

2천382일차 복직투쟁 중인 콜트노동자

그와 조합원들은 공장을 지켰다. 건장한 철거용역들을 앞세워 나가라고 협박했지만 노조사무실과 공장을 지키기 위해 늙은 노동자는 온몸으로 버텼다. 올해 2월 그와 조합원들은 법원의 강제집행문을 앞세운 용역들에 의해 결국 공장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8월 현재 그들은 아직 공장을 떠나지 않았다. 공장 앞 천막에는 그 노동자와 해고된 조합원들이 복직투쟁을 하는 노조사무실이 살아 있다. 공장과 본사를 오가며 회사를 향해 일하게 해 달라는 그들의 당당한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2천382일차 콜트농성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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