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또 반려다. 이명박 정부에서 세 차례 반려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다시 반려됐다. 공무원노조의 기대는 다시 무너졌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고용노동부장관이 민주노총을 방문하고서 해고자 조합원자격 관련 공무원노조의 규약을 개정하면 설립신고를 받아주는 것으로 고용노동부와 면담하고 조율돼서 대의원대회를 열어 규약을 개정한 뒤 설립신고 했던 것이라는데 이번에도 반려다. 공무원노조의 조직과 활동으로 해고된 조합원들까지도 관련 법령에 따라 조합원 자격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규약 개정까지 하고서 내부 논란을 무릅쓰고 어렵게 다시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래서 더욱더 공무원노조는 기대했던 것인데 무너졌다.

뭐라고 한 걸까.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은 노동조합의 범위와 관련해 “공무원이 면직·파면 또는 해임되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82조 제1항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법 제2조에 따른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노동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6조 제3항). 고용노동부는 위 규정을 내세워 반려했다. 규약 제7조 제2항 본문에는 ‘조합원이 부당하게 해고되었거나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조합원의 자격을 유지한다’고 하고 있으나 단서는 ‘구체적인 조합원 적격에 대한 해석은 규약 제27조 제2항 제7호에 의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향후 중앙집행위원회가 구체적인 조합원 적격에 관한 해석을 하면서 해직자의 조합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여기서 고용노동부가 말한 ‘향후’란 설립신고증이 교부된 후를 말한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일까. 해직자의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조합원의 자격을 유지한다고 정하고 있다. 관련 법령인 공무원노조법에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해서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까지만 조합원 지위가 인정되는 것이라고 해석되는 것이라면 그렇지 않은 해직자는 조합원 지위를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단서에서 구체적인 조합원 적격에 대한 해석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하도록 정하고 있다 해도 이는 본문 규정이 정하고 있는 조합원 자격의 유지 여부에 관한 관련 법령을 초월해서 해석될 수 없다. 이런 내 주장을 믿기 어렵다면 규약에 따라 중앙집행위원회가 해직자의 조합원 지위를 인정하는 경우 이에 관해서 법원의 판결을 받아보면 된다. 우리의 법원에서 관련 법령에 의해서 해직자의 조합원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공무원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를 무시하고 조합원 지위가 있다고 결의한 경우 그 효력을 인정해줄지 판결을 받아보면 된다. 당연히 중앙집행위원회의 해석권한은 관련 법령을 초월한 것이 아니라고 판결할 것이다. 이 나라에서 설립신고증을 받은 수많은 노동조합의 규약들에서 규약·규정의 해석을 대의원회·중앙위원회·중앙집행위원회 등에서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용노동부 주장에 따른다면 모조리 반려했어야 했고, 이미 설립신고를 했더라도 노동조합 지위를 박탈해야 마땅하다. 해고자 조합원자격 등을 포함해 향후 언제든지 그 규약은 노조법에 반해서 해석될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대의원대회에서 ‘해직자의 신분을 보장’한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소지가 크다”"고 반려의 배경을 덧붙였다. 노동조합의 활동을 하다 그 때문에 해직된 자를 그 노동조합에서 신분을 보장해주는 것이 어째서 설립신고 반려의 배경이 됐다는 것일까. 대의원대회에서 신분보장이 조합원 지위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도 아니다.

이번 고용노동부의 반려처분은 명백히 위법하다. 이미 법원이 공무원노조가 제기했던 반려처분취소소송을 기각했다 해도 이번 반려처분에 관한 취소소송은 인용돼야 마땅하다. 이 나라에서 법이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번 고용노동부의 반려처분은 법 앞에서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공무원노조법을 폐지해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 설립과 활동 등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공무원노조법 제1조) 기능하지 못하는 법률이라면 국가법률정보센타의 연혁법령집에서 찾아보는 것으로 족하다.

2. 해고자. 사용자로부터 사업장에서 추방된 자다. 공무원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해고자는 원칙적으로 노동조합 조합원이 될 수가 없다.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설립신고는 반려된다. 설립신고가 됐다 해도 취소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그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노조법 제2조 제4호 단서). 결국 해고자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으로부터도 추방된 자다. 무슨 이런 저주받은 노동자가 다 있나. 자신의 사용자로부터 부정당하는 것을 넘어 노동자 권리를 위해 그 사용자에 맞서 노동조합으로 함께 단결했던 노동자들로부터도 부정당해야 한다니. 도대체 노동자의 단결권 행사를 보장하고 있다는 법이 어떻기에 이 나라에서 해고자는 어디서든 추방되고 부정돼야 한다는 것인지 살펴보자. 빌어먹을 법인지 아닌지.

문제의 공무원노조법 제6조 제3항은 공무원의 노동조합 가입 범위를 정하면서 둔 규정이다. 이와 유사한 규정이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에도 있다. 즉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본떠서 만든 조항이다. 노조법 제2조 제4호에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 한다”고 본문으로 정하고, 그 단서로 해고자에 관해서 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노조법 규정을 두고서 해고자는 원칙적으로 노조 조합원이 될 수 없으나 예외적으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해서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시까지는 그 자격을 유지한다고 알고 있다. 다만 특정 사업장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지 않는 산별노조 등 초기업노조는 구직중인 실업자 등도 조합원 자격이 인정되는 것이고 따라서 해고자도 인정될 수 있다고 해석해왔다(대법원 2004.2.27. 선고 2001두8568 판결). 과연 이 해석론이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라고 한 노조법의 정의규정(제2조 제1호)에 합치되는 것인지 나는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이 노조법상 근로자 정의는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이면 현실적으로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실업자, 해고자라도 근로자라고 봐야 한다. 기업별노조와 초기업노조 등 노조의 조직형태에 따라 달리 봐야할 근거를 이 정의규정에서 찾을 수 없다. 구직 중인 실업자, 해고자 등을 포함해서 근로자이기만 하면 조직형태를 불문하고 규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조합원 자격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공무원의 노조에서 해고된 공무원에 관해서도 다르지 않다. 공무원인 근로자에 관한 것인데 공무원노조법은 가입범위를 6급 이하 공무원 등으로 정하고 면직, 파면 또는 해임된 공무원은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시까지는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다(제6조). 법은 공무원도 근로자라고 정하고 있다. 헌법 제33조 제2항은 “공무원인 근로자”의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 보장에 관해서 규정하여 근로자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노조법 제2조 제1호에서 정의하고 있는 근로자에 공무원도 포함된다. 노조법 제5조는 근로자의 노조 조직과 가입의 자유를 규정하면서 다만 공무원과 교원은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공무원노조법이 바로 그 법률이다. 따라서 공무원도 노조법이 정의한 근로자에 포함되는 것이니 그 정의에 따라 해고된 공무원이라도 공무원의 노동조합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고 보아야 한다. 해고된 공무원의 조합원 자격에 관하여 규정한 위 공무원노조법 제6조 제3항은 본래 조합원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 해고된 공무원의 조합원 지위를 일정한 경우에 보장해주겠다는 것이지 그 반대 취지의 것이 아니라고 해석해야 한다. 공무원노조법은 “대한민국헌법 제33조 제2항에 따른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무원의 노조 설립,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이 공무원노조법의 제정 목적을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의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잘못 읽고서 설립신고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는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 반려처분을 하는 것이다.

해고자가 조합원이 될 수 있느냐. 이 문제는 해고자가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이 보장된 근로자냐고 묻는 것이고, 그 대답에서 답을 찾으면 된다. 단결권은 단결의 주체인 노동자 스스로 조직대상의 범위를 정할 수 있는데서 시작된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반려처분은 노조법, 공무원노조법이 규정한 해고자의 노조 가입에 관한 조항을 잘못 읽고서 부당노동행위로 구제신청한 경우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시까지만 해고된 공무원의 조합원 자격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해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해고자와 조합원 자격에 관한 논의가 사치스럽기조차 하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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