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승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올해 여름 날씨가 유별나서인지 특별한 여름휴가를 보낸 사람이 많다.

금속노조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의 강성용 수석부지회장은 휴가 첫날 체포됐다. 지회 간부들은 현대차 용역으로부터 폭행당한 수석부지회장이 치료받을 수 있게 불구속 수사를 위한 탄원서를 받으러 다녔다. 경찰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조합원 면회도 금지시켜 울산중부경찰서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휴가기간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분들(탄원서 2천500여장)이 구속수사의 부당함을 제기했지만 그는 끝내 구속됐다.

강성용 수석부지회장은 유치장에서, 지회 간부들은 경찰서 앞과 철탑농성장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박현제 지회장과 김응효 조직1부장은 체포영장을 피해 합동수사본부 형사들과 숨바꼭질을 하는 특별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또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에 연대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일부 간부(정규직)들은 지회 수배자와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울산경찰청 합수부 형사들과 함께 휴가를 즐겨야 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회장 가족들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여름휴가를 보내는 실정이다.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에 함께한 연대단체 회원들은 늦은 밤 자택에서 울산경찰청 형사들과 대면해야 했다.

박정식 열사 투쟁대책위원회는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상복을 입고, 정몽구 회장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는 노숙농성으로 휴가를 대체했다. 철탑농성을 하는 천의봉 사무장과 필자는 34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철탑 위에서 조합원들이 해 주는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잠을 자는 등 일상을 보냈다. 희망버스 이후 몰아치고 있는 공안몰이에 한숨 쉬는 일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리고 지옥 같은 휴가가 끝났다. 멈춰 선 공장의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고, 중단됐던 현대차 불법파견 특별교섭도 재개될 것이다. 그런데 현대차와 검경은 불법파견 특별교섭에 참여하는 핵심 교섭위원들을 체포·구속시키려 하고 있다.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장에게는 체포영장, 수석부지회장에게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현대차아산사내하청지회장은 출두요구 불응을 이유로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전주비정규직지회는 현대차로부터 3억원의 손배청구를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 지도부를 구속하고, 조합원을 탄압하며 대외적으로 ‘노사 자율교섭’을 주장하는 현대차의 태도는 어디를 봐도 이치에 맞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파견 특별교섭은 재개될 수 없고, 재개된다 하더라도 어떠한 결과도 도출할 수 없다.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를 농간했기에 더 큰 투쟁만을 불러올 뿐이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5차 희망버스 계획을 발표한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12일 철탑농성 300일에 맞춰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14일에는 양재동에서 박정식 열사 정신계승과 현대차 불법파견 승리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름휴가를 마친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도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8월 투쟁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지도부를 구속시킨다고, 조합원을 탄압한다고 끝날 싸움이었다면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은 10년간 지속될 수 없었다. 지회는 2005년·2006년·2010년 지도부가 구속·수배되고, 1천명이 넘는 조합원이 부당징계와 손배·가압류를 받았지만 ‘불법파견 인정!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포기하지 않았다. 10년을 싸워 온 것처럼 또 한 번 어려움이 찾아왔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과거처럼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다. 다만 이번은 혼자가 아니라 희망버스에 함께한 많은 시민·노동자·학생 동지들과 함께 극복할 것이기에 더 빠르게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것이다.

박정식 열사의 어머니께서는 “하청업체랑 교섭하는 것은 정식이 뜻도 그렇고 조합원들도 원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당부하셨다.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는 반드시 정몽구와 끝장을 봐서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현대차가 ‘모든 사내하청노동자 전원 정규직 전환’을 이행하게 만들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 여정에 많은 분들이 언제나 함께해 주실 거라 믿으며, 다시 투쟁을 결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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