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옥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회
해우 법률사무소)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3.5.14 선고 2012구합20755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1. 사건의 경위

원고 삼성노조(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는 삼성그룹과 그 계열사 또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조직 대상으로 2011년 7월13일 설립된 전국 단위의 노조다. 삼성노조는 산별노조이므로 전국의 사업장에 흩어져 있는 조합원과 직원들에게 노조의 설립과 그 활동내용을 알리기 위해서는 온라인 홍보가 가능해야 한다. 삼성에버랜드 사업장 하나만 해도, 부지가 넓고 직원들의 업무장소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온라인 홍보방법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러나 직원 중 한 명이 삼성에버랜드 사내 전산망으로 삼성노조의 설립 필요성을 알리는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냈다가 회사에서 예고도 없이 이메일을 모두 삭제해 버렸다. 그리고 사내 전산망으로는 인터넷상의 삼성노조 홈페이지를 볼 수 없게 차단했다. 그리고 삼성노조 설립 후 노사협의회에서 (회사측이) 삼성노조에 대한 부당한 발언을 한 데 대해 노조 위원장이 반박하는 글을 사내 전산망에 올렸다. 그러자 인사팀 차장이 이를 삭제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직원들이 스스로 인터넷에서 삼성노조 홈페이지를 찾아 읽지 않는 이상 온라인으로는 적극적인 홍보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삼성노조는 노조소식지를 직원들에게 직접 배포하기로 했다. 이 사건은 삼성에버랜드 근로자인 조합원들이 직원들에게 노조소식지를 배포하려다가 발생한 사건이다. 삼성노조는 2011년 8월26일과 27일, 그리고 같은 해 9월9일과 16일 노조 설립을 알리고 노조 의미를 설명하는 소식지를 배포하고자 했다. 되도록이면 회사의 시설관리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소식지 배포 시간을 점심시간과 퇴근 후로 정했다. 배포장소도 직원들이 IC카드를 찍고 들어가는 ‘백합보안실’이라는 경비실 밖에서 나눠 주려고 했다. 놀이공원의 특성상 에버랜드의 영업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이지만, 직원들은 A조와 B조로 나눠 A조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B조는 오전 11시 출근, 오후 9시 퇴근하는 방식으로 개별적으로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삼성노조는 2011년 8월26일 백합보안실 밖에서 오후 9시 퇴근하는 직원들에게 소식지를 배포하기로 했다. 오후 9시 조합원들이 소식지를 배포하자, 용역경비원들이 조합원들을 가로막고 직원들에게 “그냥 가세요, 그냥 가시면 돼요”라고 말하며 소식지를 못 받게 했다. 심지어는 직원이 들고 있는 소식지를 빼앗아 가버렸다. 조합원들은 어쩔 수 없이 퇴근하는 직원들이 통근버스를 타는 곳으로 가서 소식지를 배포하려고 했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가 통근버스 승차장을 바꾼 데 이어 통근버스 승차장에서도 용역경비원들이 소식지 배포를 방해하고 소식지를 받은 직원들에게서 소식지를 회수했다. 직원들은 통근버스가 원래 와야 할 장소에 오지 않아 한참동안 우왕좌왕하다가 퇴근했다. 다음날에는 삼성노조가 점심시간에 전날과 같은 장소인 백합보안실 밖에서 소식지를 배포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날엔 과장과 차장들이 나와 서 있었고 용역경비원들이 전날과 마찬가지로 직원의 손에서 노조소식지를 빼앗았다. 점심식사를 하고 나오는 캐리비안 베이 직원들을 조합원들과 떼어놓기 위해 정문쪽으로 돌아가게 했다. 직원들은 상사들인 과장과 차장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노조소식지를 마음 놓고 받지 못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이때부터 통근버스 승하차장을 변경해 백합보안실 안쪽에서 퇴근하는 직원들을 승차, 기숙사 현관 바로 앞에서 직원들을 하차시켰다. 삼성노조는 영업장소 안에서 소식지를 배포하는 것을 삼가려고 했으므로 백합보안실 안쪽에서 승차하는 퇴근하는 직원들에게 소식지를 나눠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영업장소가 아닌 기숙사에서 하차하는 직원들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통근버스 하차장소도 8월26일 이전에는 ‘기숙사 현관에서 100미터 이상 떨어진 기숙사 정문’이었으나 그 이후부터는 통근버스를 아예 기숙사 현관 앞에 정차시켜 그곳에서 퇴근직원들이 하차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9월9일과 9월16일에는 삼성일반노조 소속 조합원들도 함께했다. 양일 오후 9시 삼성노조 조합원들이 노조소식지를 들고 기숙사 현관 앞으로 다가가자 용역경비원들이 조합원들을 막아섰다. 마침 통근버스가 현관 앞에 정차해 퇴근직원들을 하차시키자 삼성노조 조합원들은 소식지를 나눠주려고 했는데 용역경비원들이 이를 가로막았고 심지어 인사팀 차장은 소식지를 빼앗아 갈기갈기 찢어서 땅바닥에 내팽겨 쳤다.

이에 대해 삼성노조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회사의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삼성노조의 구제신청을 기각(경기 2011부노131)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회사의 8월26일과 27일 제지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만 같은 해 9월9일과 16일 제지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정해 삼성노조가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 사건의 쟁점

삼성에버랜드는 기숙사 현관 앞으로 가서 퇴근하는 직원들에게 노조소식지를 배포하려 한 것이 공동주거침입으로서 정당한 노동행위가 아니기에 회사가 이를 방해해도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해고자와 육아휴직자들은 영업장 내에 들어와서 노조활동을 해서는 안 되고, 삼성노조 조합원들 이외에 일반인들이 함께 소식지를 배포하려 한 것이고, 노조소식지 내용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회사를 비방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조합원들의 행위는 정당한 노조활동이 아니라 주거침입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삼성에버랜드가 2011년 9월9일과 16일 사건을 이유로 삼성노조 조합원들을 상대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으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수원지법은 무죄를 선고(2013.2.18 2012고정1511 판결)했고 현재 항소심(수원지법 2013노1127)이 진행되고 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조합원들 일부가 육아휴직 중이었다고 하더라도 삼성노조 조합원의 지위는 물론이고 삼성에버랜드 근로자의 지위가 상실된 것은 아니다”며 “해고자인 조합원도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해서는 안 되므로 여전히 회사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삼성노조 조합원들은 조합활동인 이 사건 유인물 배포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이 사건 유인물의 주된 내용은 삼성노조의 설립 사실을 알리면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등이고, 설령 그 내용 중에 다소 자극적이고 과장·왜곡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이 사건 유인물을 배포한 목적이 참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실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유인물을 배포한 시간은 오후 6시께로 에버랜드의 영업시간 중이었다. 그러나 ①이 사건 유인물 배포가 이뤄진 장소는 사업장 안이 아니라 기숙사 주차장 부근 또는 현관인 점 ②참가인이 통근버스의 승하차 장소를 변경함에 따라 조합원들이 이 사건 기숙사 주차장 부근이나 현관에서 이 사건 유인물 배포를 하게 된 점 ③조합원들이 퇴근하는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유인물을 배포했고 그 과정에서 폭력적이거나 파괴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점 ④조합원들이 기숙사 내부까지 진입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유인물 배포가 그 행위의 동기·시기·태양 등의 측면에서 사회 통념상 참가인의 영업이나 업무를 방해했다거나 지장을 초래해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규율이나 제약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조합원들이 삼성에버랜드의 근로자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이 사건 유인물을 배포하거나 피켓시위 등을 했지만, 그 인원이 집단적 위력을 보일 정도였다거나 참가인의 관리직원 등이 압력이나 불안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조합원들이 유인물 배포에 앞서 2011년 8월26일과 27일에도 에버랜드 정문 부근에서 유인물을 배포하다가 관리직원 등에 의해 제지를 당한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관리직원 등은 근로자와 아닌 사람을 구분하거나 확인해 개별적으로 조치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무작정 유인물 배포 등을 제지한 점 등을 고려하면,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사정만으로 조합원들의 유인물 배포행위가 노조활동으로서의 정당성을 잃게 된다고 볼 수 없다.

삼성에버랜드가 통근버스 하차 장소를 갑자기 기숙사 현관 앞으로 변경한 점, 삼성에버랜드가 30여명 정도의 관리직원 등을 통근버스 하차 장소에 배치해 조합원들의 소속이나 유인물의 내용을 확인해 보지도 않고 유인물 배포를 제지한 점 등에 비춰 삼성에버랜드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

결국 삼성에버랜드가 조합원들의 행위를 제지한 것은 노조법 제81조 제4조에서 정한 ‘근로자가 노조를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뤄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4. 결론

법원이 삼성에버랜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배척하고 많은 면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여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삼성에버랜드가 “오래 전부터 통근버스 승차 장소를 변경하기로 협의하고 그 협의 결과에 따라 통근버스 승차 장소를 변경한 날이 마침 2011년 8월26일이었고, 이를 직원들에게 모두 공지했다”는 거짓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 점은 다소 아쉽다. 직원들은 그러한 공지를 받은 적이 없었고, 그 결과 통근버스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오지 않아 한참 동안 우왕좌왕 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삼성노조가 산별노조라는 점에서, 그 구성원이 단순히 삼성에버랜드 근로자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법원도 인정했는데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주체를 너무 좁게 해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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