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동상가대책위

지난 26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군자동 세종대 앞 상가세입자 천막농성장 주변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세종대가 최근 강제철거를 예고해 상인들이 12일째 천막농성 중이었다.

도훈(54·사진) 군자동 상가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길게는 40여년간 상가를 운영하며 어린이대공원과 역사를 함께한 상인들에게 빈손으로 거리로 나가라고 하는 건 죽으라는 것과 같다"며 "강제철거가 단행된다면 맨몸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도 위원장은 지난 2008년 세종대 정문 옆에 레스토랑을 열었다. '도카페'라고 이름 짓고, 돈가스 등을 팔았다. 인테리어도 그가 직접 했다. 한때는 노동자 5명이 일할 정도로 레스토랑은 성업했다. 도 위원장은 "세종대 학생들이 밤을 새는 시험기간과 축제기간에는 상가들도 밤샘영업을 하며 학생들과 함께 세월을 보냈다"며 "청년들의 열기와 에너지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행복은 길지 않았다. 2010년 8월 세종대는 "상가 일대를 교지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재계약 의사가 없다는 내용증명서를 도 위원장을 비롯한 상인 14명에게 보냈다. 세종대가 상가 건물을 매입함에 따라 상가세입자들은 다른 삶의 터전을 찾아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상인들은 군자동 상가대책위를 꾸리고 "대학은 3년간 단 한 번도 상인들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도 위원장은 "세종대는 상인들을 높은 보상금만 요구하는 떼쟁이로 호도하는 허위기사를 언론에 내보냈다"며 "투쟁하지 않으면 보상해 주겠다는 식으로 상인들을 회유하며 상인들을 이간질했다"고 주장했다.

세종대측은 "학생들 등록금으로 부담이 전가될 수 있어 상인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보상금액은 받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도 위원장은 "상가건물 소유주는 학교가 아닌 세종대 재단인 대양학원"이라며 "세종대가 아니라 대양학원 재단이 보상비와 이주대책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가운데 세종대는 최근 교육부 감사에서 교직원 사학연금 22억원을 학생 등록금으로 불법 대납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도 위원장은 "학생 등록금을 불법으로 횡령한 세종대가 등록금을 아껴야 한다는 엉뚱한 이유로 상인들에게 법을 운운하는 건 모순"이라며 "세입자들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상인들의 나이는 40세 중반에서 70세까지로 대부분 고령이다. 상가규모도 영세하다. 그럼에도 세종대는 이사비용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 위원장은 "새 장사를 시작할 수 없는 상인들에게 대학측은 빈손으로 나가라며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현실적인 이주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나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맨손으로 나가거나 철거를 당해서 나가거나 벼랑으로 내몰리는 건 마찬가지"라며 "세종대가 강제철거를 강행한다면 제2의 용산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도 위원장은 "3년간 인내해 온 상인들에게 극한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세종대는 지금이라도 지역사회·주민·상인·학생과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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