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제화 노동자들이 하반신 마비를 초래하는 노말헥산 등 독성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업장 대부분이 영세해 독성·유해물질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재천·홍영표 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 건강한일터 안전한 성동 만들기 사업단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성동구 인쇄소(22곳)·제화사업장(1곳) 노동환경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쇄·제화 사업장이 다량의 유해·독성 화학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정부는 유해물질 관리 대책을 세우고 즉각적인 산업안전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사업장 23곳의 세척제 51개 제품 중 백혈병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 벤젠이 37개 제품에서, 신경독성 물질 톨루엔이 33개 제품에서, 하반신 마비를 일으키는 노말헥산이 22개 제품에서 검출됐다. 제품별 독성물질 평균 검출률이 모두 50%를 넘었다.

특히 신경독성 물질 톨루엔은 유해성으로 인해 일본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물질이다. 일본은 톨루엔 대신 디클로로메탄과 디클로로프로판을 대체물질로 사용했는데, 두 물질에 대한 장시간 노출로 17명에게 담관암이 집단 발병했다. 그중 9명이 숨졌고, 8명은 직업병으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두 물질보다 더 위험한 톨루엔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톨루엔의 평균 함유량이 58%나 됐다. 이러한 독성물질은 엄격한 관리하에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장 23곳 중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노동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비인 호흡보호구 착용률도 8%에 그쳤고, 58%만이 장갑을 꼈다. 심상정 의원은 "우리나라도 일본에서 발생한 집단 담관암 발병사태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인쇄·제화 노동자들의 직업성 암 발병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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