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지난 주말 현대자동차 정문 앞으로 희망버스 63대가 출발했다. 최병승·천의봉 두 노동자가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에 항의하며 세 계절을 넘게 철탑 위에 올라 있다. 희망버스 63대 중에서 일부는 청년들의 연대 희망버스였다. 청년유니온도 참가했다. 철탑 위에 있는 천의봉씨는 만으로 32살의 청년이다. 그리고 비슷한 나이의 청년들이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로 고용불안과 차별 속에서 노동자이자 한 명의 인격체로 고통을 받고 있다. 대법원에서 사내하청의 불법성과 그 지위를 인정했음에도 현대차는 부정하고 있다.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문제는 현대차 현장의 비정규직 문제이지만 청년의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에 노조를 창립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 또한 청년 시절에 부푼 꿈을 안고 노동자가 됐을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는 각종 대학과 자매결연 등을 통해 인턴이나 수습 방식으로 청년 노동자들을 채용하고 있다. 불법파견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말이다.

최근 매일노동뉴스가 출판한 간접고용에 대한 <사라져 버린 사용자 책임>이라는 책이 있다. 다양한 간접고용을 통해 사용자도 찾지 못한 채 스스로 노동자성이 상실돼 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비단 청년만을 특화해서 분석한 책은 아니었지만 필자에게는 청년 노동자들의 근무조건으로 읽혔다.

몇 달 전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청년 10여명이 노동상담을 해 왔다. 노동자성도 사용자도 갈수록 모호해지는 새로운 계약서를 앞에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전후 맥락은 이해가 되지만 기존의 노조는 그 청년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토로할 곳이 없었고 노조 사람들도 본인의 일이 아닌 것처럼 대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 청년들은 계약기간과 근무조건의 차이, 그리고 본인들의 직업적 전망 때문에 사용자에게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불안한 노동을 견뎌 내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전체 노동의 문제다. 하지만 청년의 문제이기도 하다. 청년들은 첫 직장부터 사용자도 노동자성도 불분명한 직장에 내몰리게 된다. 내가 만나는 상사가 내 사용자가 아닌 현장에서, 사용자가 바뀌고 현장도 수시로 바뀌는 근로조건에서 청년들은 노동을 하는 게 아니라고 버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노동자라도 되기 위해 대기업이며 공공기관만을 바라보며 오랜 구직기간을 견디고 있다. 투쟁을 할 현장도, 싸울 사용자도 없고, 그 말을 토로할 노조도 없다. 비정규직의 노조조직률은 단 2%라고 한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조합원의 평균 연령은 4년 전 43.8세에서 4세 증가했다고 한다. 청년를 비롯해 새롭게 들어오는 노동자의 권리, 노동자의 근무조건·규모에 대해 함께 고민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노조의 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도, 사회도 청년들을 노동자로 만들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희망버스가 사회연대로서 여전히 유효하다면 장기투쟁 사업장과 함께 이제 청년에게로 달려가야 한다. 투쟁의 현장도, 싸울 사용자도 없는 청년들에게 희망버스는 상상 속의 버스일지 모른다.

노조와 시민사회의 연대가 철탑과 천막을 넘어 동일 사업장의 청년과 사회에서 일하는 다양한 청년에게로 가 닿지 않는다면 또 다른 현대차, 또 다른 삼성전자서비스센터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한 전직 총연맹 위원장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할 때 이런 말을 했다. “왜 공부를 열심히 하느냐, 대부분은 노동자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청년들에게도 제대로 된 노동자라는 이름을 달아 주기 위해, 투쟁의 현장과 싸울 사용자를 찾아주기 위해, 그 힘으로 노동의 가치를 전체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만들기 위해 상상의 희망버스가 청년에게로 향할 때다.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 (yangsou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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