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

나는 민주노총 임원선거에서 기호 3번 신승철-유기수 후보조를 지지한다. 첫째, 신승철·유기수는 공조직 중심의 통합력 강화를 주장한다. 단위사업장으로부터 산별과 지역본부, 그리고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와 대의원대회 등 공식체계를 통해 단결하고 통합하자고 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반성과 성찰을 전제로 솔직히 이야기해 보자. 지금까지 우리는 어떻게 해 왔던가. 우리는 지난 10년을 정파의 시대라고 부를 정도로, 정파가 공조직을 좌지우지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던가. 지난해 벌어진 통합진보당 폭력사태도 그 연장선에 있었던 것임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제 그런 시대를 마감해야 한다.

나 또한 한 정파의 구성원이지만, 정파는 운동의 발전에 복무하는 것으로, 또한 민주노총을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것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어느 한 정파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정파가 힘을 모아야 가능한 것이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분열과 패권을 넘어 어느 한 편향으로 흐르지 않아야만 가능한 것이다.

신승철 위원장 후보는 2009년 민주노총 사무총장일 때 산별 및 지역본부와의 소통을 담당했고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정파의 벽을 허문 사람이다. 유기수 사무총장 후보는 항상 공조직 중심의 단결을 주장했던 사람이다. 그들이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되면, 민주노총과 산별, 지역본부로의 단결과 통합력을 실현할 것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둘째, 신승철·유기수는 노동정치 재건과 분열된 진보정당의 재구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노조의 지역정치활동과 사회연대를 통해 노동정치를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보신당·진보정의당·통합진보당·계급정당추진흐름으로 나뉘어 현장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 진보정당을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지난 시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통합의 실패를 거울 삼아 진보정당을 연합정당으로 만드는 것을 고민하자고 조심스럽게 주장한다.

이와 반대로 어떤 한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게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을 극단적 분열의 도가니로 몰아가겠다는 것으로 참으로 위험한 주장이다.

노동운동에 청춘을 바친 어떤 동지가 이렇게 말했다. “끝없이 추락해 온 민주노총이 땅바닥을 친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땅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고 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괴롭고 서글펐다.

한때 한국의 민주노총은 브라질노총·남아프리카노총과 함께 투쟁하는 세계 3대 노동운동조직으로 칭송받았다. 노조 국제회의를 하면 민주노총을 초청하려고 서로 줄을 댈 정도였다. 어디 그뿐인가. 한때 민주노총은 국민 여론조사에서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그랬던 민주노총이 지금은 중병, 그것도 합병증에 걸려 많이 아프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상황이다. 비정규직과의 연대도, 사회와의 연대도,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조직화도, 그리고 투쟁도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걱정하는 정도를 넘어 시민사회가 민주노총을 걱정할 정도가 돼 버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군가는 민주노총을 버리고 새로운 노총을 만들자고 한다. 정말 그래야 하는가. 나는 그런 류의 의견에 반대한다.

민주노총이 어떤 조직인가. 수많은 열사들의 붉은 피로 만든 조직이다. 그런 민주노총을 버릴 수는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혼신을 다해 민주노총을 살려야 한다. 신음하는 민주노총을 부여잡고 함께 아파하면서 민주노총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내 자신 금속노동자로서 금속스타일답게 툭 까놓고 얘기해 볼까 한다. 민주노총의 대다수 대의원 동지들이 신승철·유기수 후보조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후보가 세 팀이라서 쉽지는 않겠지만, 18일 대의원대회 투표가 2차까지 가지 않고, 1차에서 기호 3번 신승철-유기수 후보조가 당선돼 그 힘을 가지고 민주노총 통합력 강화에 힘을 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승철-유기수 후보조의 당선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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