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무원노총)이 지난달 20일로 통합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6월 옛 공노총·교육청노조·광역연맹이 통합해 법내 최대 공무원노조인 공무원노총이 탄생했다. 반 년간 공동지도체제로 운영되다 지난해 12월 2기 통합 집행부 선거를 통해 조진호(55·사진) 위원장이 선출됐다. 그는 명실상부 단일지도체제를 구축해 11만 공무원노총을 이끌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갈월동 공무원노총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조 위원장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우리 조합원들이 국민의 손과 발이 되고 있다”며 “공무원노총 위상에 걸맞게 사회 전반의 갈등과 불합리한 차별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직확대 성과 … 대안 마련하며 조직 이끌 것”

- 통합 1년이 지났다. 현 집행부를 7개월간 이끌었는데.

“열심히 달렸지만 중앙조직이 만만치 않다는 걸 느꼈다. 내부 체계를 만들고 투쟁방향을 잡는 데 주력했다. 지속적으로 추진한 조직 확대에 일정 성과가 있었다. 올해 구미시청·천안시청·연제구청·노원구청·안산시청 노조가 공무원노총에 대거 가입했다. 최근에는 강원도청노조가 공무원노총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 전임 위원장 선배들이 고생한 덕이다.

이들 노조와 활동 방향과 코드가 맞아 공무원노총을 상급단체로 선택했을 것이다. 노동환경이 변하고 있으니 노조도, 투쟁방법도 변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불만을 쏟아 내는 방식의 투쟁보다는 노조가 대안을 만들어 제시하는 투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의 불합리한 점을 지적하면서 노조가 대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 것이다.”

- 통합 1주년 기념식에서 직접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언급했다. 공직사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공무원노총의 계획이 있나.

“공직사회에 비정규직이 상당히 많다. 중앙에 18만명, 지방에 12만명 등 총 30만명으로 추산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차별이 심하다. 공직사회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대한 내부 논의는 아직 초보적 수준이다. 현재까지는 비정규직 처우개선의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공무원노총은 조합원들의 권익향상과 경제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활동하지만, 우리 조합원과 같은 사무실에서 더 열악하게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처우 문제를 해결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여기에 정부도 나서야 한다. 처우는 그대로 둔 채 고용안정만 보장하는 무기계약직도 제도적으로 손 봐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입장이다. 정부와 협상을 통해 제도 개선에 나서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안행부와 상시 노사협의체를 통해 현안 풀겠다”

- 대정부교섭은 어떻게 되고 있나.


“2008년 교섭안을 제출했지만 교섭은 해보지도 못하고 계속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정부는 대정부교섭단 중 전국공무원노조(옛 민공노·법원노조) 교섭위원 자격에 문제가 있다며 교섭을 미루고 있다. 단체교섭응낙가처분을 신청했지만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공무원노조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후에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는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최근 공무원노조측에게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만 교섭단에서 빠져 주면 그 자리는 비워두고 우리가 최선을 다해 교섭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달 19일까지 답을 받기로 했다. 우리는 빠른 시일 내에 어떤 형식으로든 대정부교섭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현재 법외노조인 전국공무원노조와의 관계는 어떤가.

“지난 3월 공무원노조가 펴낸 ‘공무원노동운동사’에서 2006년 대정부교섭 자체를 부정하는 내용을 실어 공무원노총이 유감을 표명했다. 이 외에는 특별히 좋거나 나쁠 일이 없었다.

공무원노조의 법내 인정이나 노조활동으로 인한 해직공무원 복직 문제는 당연히 정부가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무원 노사관계를 갈등관계에서 소통관계로 전환하려면 정부가 결단해야 한다. 정부가 공무원노조의 활동 자체를 막아 놔 소모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의 활동자체를 제한해 놓고 불법이니 뭐니 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다.”

- 안전행정부와 상시 노사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는데.

“대정부 교섭이 중단돼 있기 때문에 현장문제를 풀어나갈 테이블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현안이 발생했을 때 정부에 협의를 요청하고 그때그때 대응했는데 이제는 정례화된 자리를 만들어서 터놓고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 5월22일 유정복 안행부장관이 면담에서 상시 노사협의체 구성을 약속했다.

이달 중순께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속적으로 현장 조합원들이 필요로 하는 현안을 분야별로 나눠 안행부 담당자들에게 제시할 것이다. 상시 노사협의체를 통해 현안문제를 잘 풀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회복지공무원 잇단 죽음 인력충원이 답”

- 최근 사회복지공무원의 잇따른 자살문제는 어떻게 보나.


“인사제도로 풀어야 할 문제다. 사회복지공무원들이 과중한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행위를 하니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사회복지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인사평가시 가점을 부여하고 수당을 인상한다고 했다. 그런데 사회복지공무원들이 언제 수당을 올려 달라고 했나. 실질적인 인력충원이 이뤄지지 않는 한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 정말 사회복지공무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면 현장과 대화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게 노조와의 대화다. 공무원노총과 30분만 논의해도 해결방안이 나올 것을. 답답하다.”

-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개정에 대한 공무원노총의 입장은 무엇인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도입과 조합원 가입범위 확대다. 정부가 기본적으로 노조의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노조 가입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노조 간부들이 제대로 활동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

노조활동은 기본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교섭이나 협의는 그 다음 문제다. 공무원노조와도 공감대를 이루는 부분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단일안을 내서 추진하면 더 수월하게 개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정책, 공무원노총과 협의해야”

-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 노사관계를 어떻게 보나.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 노동계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정부 3.0’ 추진 기본계획 내놓으면서도 공무원 노동계를 빼놓은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정부정책을 현장에서 성공시킬 수 있는 이들이 바로 우리 조합원들이다. 잘못된 부분이든, 잘 된 부분이든 성공하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 조합원들이다. 공무원노총과 상의하면 현장에서 부작용 없이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겠다. 공무원노총과 협의해야 한다.

노조도 마찬가지지만 정부의 결정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미래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함께 이해하고 제 것으로 소화해서 추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소통이 부족했다.”

- 임기 주요 계획은.

“단기적 과제는 조속히 성과를 내고 중장기 목표는 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지금 가장 절실한 문제는 완전한 6급 근속승진이다. 현행 6급 근속승진 요건은 7급에서 12년 이상 재직자 중 근무성적이 상위 20% 이내에 들어야 한다. 1년에 한번 시행한다. 공무원노총 조합원들 중 7급에서 12년 이상 된 분들이 7천명이 넘는다. 상위직급 없어서 근속승진 이끌어내는 데 그분들 절실하다 하루라도 빨리 이뤄야 한다. 12년 이상 근무했으면 근속승진이 되도록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안행부 상시노사협의체의 첫 번째 안건이다.

또 다른 목표는 공직사회 내부에 지금도 남아있는 불합리한 제도와 차별, 비공개 행정을 없애는 것이다. 우리가 국민들에게 진실하게 다가가야 국민들이 우릴 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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