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태 기자

‘한국공업신문’이라는 곳이 있다. “회사가 존재해야 노조도 존재한다”는 기치 아래 “한국 최초의 보수노동신문”을 자처한다. 홈페이지에는 회사 전화번호와 주소도 없다. “양대 노총의 협박으로 게재하지 못한다”고 설명돼 있다.

울산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올해 3월이다.

자신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으로 소개한 노동자가 화난 듯한 목소리로 편집국에 전화를 걸어왔다. 빨리 조치를 취해서 언론시장에 발도 못 붙이게 하라고.

그래서 알게 됐다. 호기심에 찾아본 기사는 가관이었다. “나쁜 진보노동신문과 못된 노조는 대한민국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글이 홈페이지 머리기사였다. 아무런 근거 없이 "매일노동뉴스는 나쁜 노동언론"이라고 비난했다.

매일노동뉴스 식구들은 한번 웃고 넘어갔다.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한국공업신문은 지난달 26일 민주노총·금속노조·현대차지부에 사과하는 내용의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언론중재위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이 회사는 5월8일자로 “현대자동차, 망하는 길만 남았다. 이유는 단 하나! 노조 때문에”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민주노총이란 생겨서는 안 될 조직으로 인해 현대자동차는 쇠락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한다. 물론 그 녹을 받아먹고 있는 현대차 노조원들은 더욱 인간쓰레기 같지만”이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현대차지부가 강력하게 대응했던 모양이다.

4일자로 게재돼 조회수 1위에 오른 논평은 기가 막힌다. ‘민주노총, 정말 비리 사슬 끊을 의지 있나’라는 제목이다. 2005~2006년 발생한 민주노총·쌍용차노조 비리사건을 언급하면서 “민주노총이 혁신방안을 제시하고 계급적 산별전환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고 보니 7년 전인 2006년 6월에 보도된 인터넷언론 참세상의 논평을 그대로 베껴 놓은 것이었다. 언론사로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다. 윤리의식은 언감생심이다.

문제는 이런 언론사가 버젓이 기사를 쏟아내는 환경이다. 노동계를 아무런 근거 없이 공격해도 언론사 지위를 유지하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 말이다. ‘노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멀어도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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