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건설산업은 정부의 규제와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산업 중 하나입니다. 기업 단위 노조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죠. 산업 특성에 맞는 산별노조를 완성해 침체한 건설경기를 다시 일으키는 제도개선에 나설 겁니다.”

건설기업노련(위원장 홍순관)이 출범시킨 산별조직인 건설기업노조가 지난달 29일로 출범 1주년을 맞았다. 홍순관(47·사진) 위원장은 2년7개월 전 건설기업노련 사무처장에 당선되면서부터 대정부 교섭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산별 전환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3월 김동욱 전 위원장의 중도 사퇴에 따른 잔여 임기를 물려받으면서부터 소산별 전환을 본격화했다.

<매일노동뉴스>는 3일 오전 서울시 운니동 삼환기업노조 사무실에서 홍 위원장을 만나 산별전환 1주년의 의미와 건설산업 위기에 대한 진단을 들었다.

- 소산별 전환을 추진한 지 1년이 지났다. 성과는.

"34개 조직 중 12개 단위노조로 시작해 현재 20개 조직이 산별로 전환했다. 이달 중 2개 조직이 가세한다. 1년 만에 전체 조합원수 대비 73.7%가 산별 소속이 된 셈이다. 틈나는 대로 산하조직 간부회의나 대의원대회를 다니면서 산별 전환의 필요성과 의미를 강조해 왔다. 수치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본다."

- 산별노조를 통해 어떤 활동을 해 나갈 것인가.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꾀하고 건설산업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을 근절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산별노조와는 다른 형태로 조직을 운영할 생각이다. 이를테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적 특성을 감안해 산별은 대정부 교섭과 투쟁에 집중하고, 임금·단체협약 교섭권은 각 조직에 두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재정 운영의 자유도 최대한 보장해 산별노조가 각 조직에 운영비를 내리는 형식이 아니라 각 조직이 산별노조에 필요한 활동비를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다."

- 산별 전환이 완성되면 건설산업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합원수로만 보면 30% 이상이 건설현장을 떠났다. 산업 자체가 지속될지 걱정될 정도다. 현재의 위기는 정부의 건설산업에 대한 철학 부족에서 기인한다. 4대강 사업이 단적인 예다. 국민적 요구나 주변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공사가 진행됐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건설경기는 오히려 추락했다. 정치적 거래에 충실했던 일부 건설기업만 반사이익을 얻는 데 그쳤다."

- 건설업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그동안 부동산 부양을 근간으로 한 정책 설계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판명됐다. 더 이상 친자본 위주의 건설정책은 안 된다. 건설산업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예컨대 정부가 국민주거시대를 열기 위해 임대주택 확충에 앞장서고, 에너지 위기를 맞아 마을마다 소규모 풍력발전소를 짓는다고 가정해 보자. 건설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얻고 국민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그런 접점을 찾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 박근혜 정부의 건설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분리발주를 주창하고 있는데 탁상공론이라고 본다. 종합건설사를 거치지 않고 전문건설업체에 공종별로 분리해서 발주하면 사고발생시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진다. 전문건설업체가 직접 입찰에 참여한다고 해서 수주기회가 확장되는 것도 아니다. 지역의무공동도급제 역시 현실적으로 지자체 발주가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지역토착 세력을 비호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

- 건설경기 부활을 위해 금융당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데.

"건설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 금융위원회가 구조조정에 나서는데 실질적인 지원은 없다. 때문에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하더라도 또다시 위기를 겪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금융위는 명확한 금융정책으로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에 미온적인 금융기관을 단속해야 한다.

건설산업 위기를 직접적으로 야기한 무분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문제다. 검증되지 않는 시행사가 투자를 요청해도 금융기관은 별다른 고민 없이 사업에 참여한다. 손해가 나더라도 이를 감당하는 것은 건설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인허가 시점부터 면밀하게 사업을 규제하고, 사업실패에 대한 책임을 금융기관에게도 지게 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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