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승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필자는 6월3일자 <매일노동뉴스> 지면을 통해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공개질의를 한 바 있다. 올해 3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32개 업체가 불법파견 업체인지, 또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19조(폐쇄조치 등) 적용대상인지를 물었다. 필자는 같은 내용을 질의회시를 요청했고 노동부는 27일 다음과 같은 답변서를 보내왔다.

중앙노동위원회의 불법파견 재심판정은 회사측이 이를 수용하지 아니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므로,

1) 현재까지 파견사업으로 확정됐다고 할 수 없으며, 추후 법적 쟁송이 마무리돼 불법 파견근로자로 확정된다면, 원청사의 근로자로 의제되거나 고용의무 대상이 돼 직접고용된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유지·개선에 관한 단체교섭 노사 당사자는 현대자동차(주)와 전국금속노조[현재 교섭대표노조]가 됩니다.

2) 불법파견 사업이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이 건만으로 사업장 폐쇄조치를 행하기는 곤란한 상태입니다.(근로개선지도1과-8756)

노동부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사내하청과 묵시적 근로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노동위원회 판정에 따른 정규직 이행강제·불법파견 업체폐쇄·직접교섭 주선 등 어떠한 행정적 조치도 취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과 노동위원회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현대차 정규직”이라고 판단한 것을 무시한 것이다. 도대체 노동부는 어떤 근거로 현대차 불법파견을 판단하는 것일까.

스스로를 부정하는 노동부

노동부는 2004년 현대차 모든 사내하청(127개 업체)과 모든 공정(9천234개)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다. 현대차가 개선계획서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자 울산동부경찰서에 고발까지 했다. 2010년 7월 대법원은 “현대차는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하며 노동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정작 노동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상황에서 하청업체 조사를 한 결과 2004년과 동일하게 운영(상호와 업체장 변경 안 됨)하고 있는 업체만 20곳이 넘었다. 그런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노동부가 현대차 눈치를 보고 있거나,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대법원 위에 있는 노동부

대법원 판결과 노동부 행정해석이 차이가 나면 대법원 판결 취지를 검토해 신중하게 변경하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왜냐하면 노동부 행정해석은 노동현장에서는 법처럼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부의 행정해석 변경은 갈팡질팡이다. 통상임금이나 원청의 사용자성 등 노동자에게 유리한 행정해석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도 변경을 하지 않는다. 반면 노조에 불리한 내용(서울지하철 사례)은 아무런 근거 없이 해석을 바꿔 뒤늦게 법원에서 “행정해석이 잘못됐다”는 판결을 받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다.<표 참조>

 

노동위원회 없애고, 노동법원 만들어야

노동부는 노동위 결정을 사용자가 거부하고 소송을 하자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노동위 판정이 아무런 판단근거가 될 수 없다면 차라리 노동위를 없애고 바로 법원 판결을 받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법원 판결에 따라 위법행위를 처벌하고, 행정지도를 하는 것이 노동부의 자의적인 행정해석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부당해고 사건처럼 노동위를 포함해 최대 11심(대법원 판결 3번)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 노동법원을 신설해야 한다. 노동법원에 노동위 기능을 포함하면 된다. 그래야 최소한 노동자 보호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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