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울산저널
편집국장

프랑스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이 지난 25일 노동자 파업으로 관광객 입장을 중단시켰다. 에펠탑 직원 300여명은 이날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에펠탑노조는 “시설이 너무 낡아 매일 3만명에 이르는 관광객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며 “안전 문제뿐 아니라 직원들의 노동환경과 근무의욕마저 저하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처음 시작된 에펠탑 서쪽 엘리베이터 보수공사는 아직까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이상은 중앙일보 27일자 국제면(19면) 단신기사다. 우리 언론은 이런 일이 한국에서 벌어져도 이렇게 담담하게 보도할 수 있을까.

경복궁이나 서울 남산타워가 노동자 파업으로 멈춰도 이렇게 보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외신이라서 그렇다 치더라도 프랑스 국내 언론은 어떨까. 르몽드는 물론이고 르 피가로도 담담하긴 마찬가지다.

요즘 시민단체 어디 가나 박원순 서울시장 칭찬이 대단하다. 정작 서울에 있는 시민단체 말고 멀리 떨어진 울산의 한 시민단체 중견간부는 박 시장의 시정을 보고 감탄해 마지않는다.

물론 전임 오세훈 시장보다야 낫다. 그런 박 시장의 서울시가 다음달부터 지하철 자전거 휴대 승차를 토요일에도 허용한다.(국민일보 27일자 10면)

2011년 연말까지 서울살이 11년 가운데 상당한 기간을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업무를 봐 왔던 나로선 환영할 일이다. 세계 어딜 가나 자전거 이용자가 많은 도시는 여유로웠다. 서울도 최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전 정부의 유인촌 장관도 자전거 애호가였다. 물론 그는 수백만원짜리 산악자전거를 즐겼지만 서울의 자전거 길은 많이 늘었다. 특히 한강 고수부지에 있는 자전거 길은 잘 정비돼 있다.

그러나 서울 도심에서 자전거 출퇴근은 여전히 위험하다. 나는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된 여의도공원 옆 차도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한 운전자로부터 경적과 함께 “인도로 올라가서 타라”는 꾸지람을 듣고 황당했다. 자전거는 원래 차도로 달리는 게 정상이고 인도 위를 달리면 오히려 불법이다.

서울에서 자전거 타기에 가장 위험한 도로 중 한 곳은 공덕로터리에서 마포대교로 올라서는 길이다. 마포대교에 오르기 직전 강변북로로 빠지는 우회전 두 개 차선은 늘 차들로 붐비고, 자전거에게 절대 길을 내주지 않는다.

그동안 지하철에 자전거를 싣고 타려면 일요일에만 가능했다. 그것도 10량의 전동차 가운데 맨 앞과 맨 뒤 각각 한 칸만 허용했다. 서울시가 이를 토요일까지 확대 운영하겠다는 소리다.

하지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에겐 토·일요일에 지하철에 자전거를 싣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주말엔 출퇴근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주말에 양평이나 파주쯤으로 하이킹을 떠나는 사람들만 혜택을 본다. 고급 레저용 자전거로 별난 취미를 가진 여유 있는 사람들은 환영할 일이지만, 교통비를 아끼려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서민들에겐 아무 도움도 안 된다.

2009년 겨울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탄 지하철은 한 칸 건너 한 칸이 자전거 전용칸이었다. 평일에도 마음대로 자전거를 싣는 그들은 여유로웠다. 일반도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얼어붙은 겨울 빙판길은 새벽만 되면 자전거 길부터 말끔히 정비됐다. 한 손에 담배를 피워 문 여성 자전거 운전자도 있고, 아이 둘을 자전거에 태우고 출근하는 사람도 있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생계형 출퇴근 ‘자출족’보다 레저용 자전거족에게만 혜택을 늘리는 서울시정에 유감이다.

울산저널 편집국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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