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애림
전국비정규직
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일자리 협약, 고용률 70% 로드맵 등 ‘고용률 70%’가 박근혜 정부 노동정책의 최고 지표가 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노사정 일자리 협약이나 노동부의 로드맵을 살펴보면 정부 일자리 대책의 핵심은 사실상 노동시간단축과 임금체계 개편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2000년대 이후 성장을 통한 노동수요 증가보다는 노동시간단축이 취업자 증가에 더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다시 말하자면 기업의 이윤이 커지고 성장한다고 해서 고용이 크게 증가하지 않고, 노동시간 감소를 통한 일자리 쪼개기가 취업자 증가에 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의 노사정 일자리 협약은 이런 흐름 속에서 일자리의 유지 내지 창출을 위해 기업측의 노력보다는 노동측의 타협을 강조하고 있다. ‘노사정 협약’이라고는 하지만 자본과 정부측의 할 일은 대부분 "노력한다"로 표현돼 있는 반면 노동측의 양보와 관련해서는 "적극 추진한다"고 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정년연장과 연계한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간 관련 규제 개편과 시간제 일자리 확산 등이다. 일례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60세 정년 법제화는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임금피크제·임금구조 단순화 등 임금체계 개편에 노사가 적극 협력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연차휴가 활용 촉진과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직무재설계와 인력 재배치 협력도 포함됐다.

한마디로 노사정 일자리 협약은 고용률 증가를 위해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에 협력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일자리 협약을 두고 경총 관계자는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하르츠 개혁은 98년 출범한 독일 사민당·녹색당 연립정부가 노동시장제도 개혁을 기치로 2002년 2월 출범한 ‘노동시장에서의 현대적 노무급부를 위한 위원회’, 이른바 하르츠위원회(Hartz-Kommission)를 통해 2002~2003년 동안 4개의 노동시장 개혁입법(Hartz I~IV)을 진행한 것을 일컫는다. 폭스바겐의 경영자 출신인 하르츠가 위원장인 위원회는 2005년까지 실업률을 5%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사회법전과 관련 노동법제를 대폭 개정했다.

여기에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규제 완화,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초단시간 일자리(미니잡)와 개인사업자(자기주식회사) 창출 지원, 국가의 책임보다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노동연계 복지체계로의 전환, 공공 직업알선기관의 성격 변화와 실업급여 축소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하르츠 개혁을 거치면서 정규직 고용 위주였던 독일에서도 최근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이 급증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95년 14.7%였던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2008년 20.7%로 증가하면서 “지난 수년간 독일만큼 저임금 부문의 증가와 임금감소를 경험한 국가는 없다”고까지 평가된다(한국노동연구원, 국제노동브리프 2012년 1월호, 17쪽 참조).

독일은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유럽연합(EU) 국가 중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기꺼이 양보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실업자와 비정규직들이 존재한다.

하르츠 개혁이 실업률 감소를 기치로 고용과 사회보장에서 정부와 자본의 책임보다 노동자·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추진했던 것과 비슷하게, 노사정 일자리 협약도 ‘고용률 70%’를 기치로 노동측의 양보와 협력을 강조하고 노동시간·임금체계 개편을 강력히 추진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르츠 개혁은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 급증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노사정 일자리 협약 역시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노동비용 삭감에 주안점이 맞춰져 있다. 그만큼 전반적 임금삭감과 저임금 일자리 양산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일자리 문제가 국민행복과 연관돼 있는 것은 맞지만 ‘고용률 70% 달성’ 그 자체가 정책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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