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식 변호사
(법무법인 공간)

대상판례 / 대법원 2011도12440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

본 사안의 개요

2008년 9월15일 골프장 캐디인 A와 관리자인 B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 이를 빌미로 갑 회사는 사전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A를 출장명단에서 제외해 출장을 시키지 않았다. 이에 그 제재조치가 부당하다고 생각한 그 회사의 캐디들로 조직된 노동조합(분회)의 일부 조합원들은 그 노조의 분회장의 지시에 따른 자율적 판단하에 출장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분회장의 출장거부 지시를 수긍하지 못하는 일부 조합원들은 그대로 출장했다. 그 과정에서 오전 40분 동안 출장이 지연됐다. 또한 그 사건 당일에는 출장 등 골프장 경기운영에 영향을 주는 안개가 심하게 낀 상태였다.

이에 대해 검사는 A를 업무방해죄로 기소했고, 그 사건을 담당한 원심은 “피고인이 2008년 9월16일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약 40분가량 노조원들의 출장을 거부하도록 했다”며 “출장거부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춰 보면 경기보조원들의 출장거부 행위를 근로자들의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행위가 이 사건 골프장에 대한 사전고지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면서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위력업무방해죄로 판단했다.

본 판결의 핵심적 내용

그러나 대법원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본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피고인은 2008년 9월16일 오전 40분 동안 출장배치를 받은 경기보조원들을 상대로 출장을 거부할 것을 순차 지시해 그들이 소극적으로 출장을 나가지 아니하였을 뿐, 그 당시 피고인과 경기보조원들이 집단적으로 골프장에서 골프장 운영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어떠한 적극적 행위를 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②피고인의 지시로 출장을 거부한 경기보조원들이 약 18명에 불과하고, 그 기간도 2008년 9월16일 오전 40분에 불과하므로, 전체 경기보조원들 숫자 및 골프장 운영시간과 비교해 경기보조원들의 출장거부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는 점 ③골프 경기의 특성상 경기 진행에 반드시 경기보조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어서, 경기보조원들이 출장을 거부하더라도 경기 진행이 다소 지연될 수 있을 뿐, 경기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경기보조원들의 출장거부로 반드시 골프장 운영자에게 수입 감소 등의 불이익이 발생하게 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④고소장에서는 경기보조원들의 출장거부로 고객들이 한동안 골프 경기를 시작하지 못했다고 기재됐을 뿐, 그 때문에 골프 경기를 하지 않고 돌아간 고객들이 있었다는 기재는 없었고, 이 사건 골프장 운영팀장인 ○○○도 수사기관에서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가(○○○에 대한 진술조서), 원심에 이르러 비로소 경기보조원들의 출장거부로 골프 경기를 하지 않고 돌아간 고객이 있었다고 다른 취지로 진술하고 있고, 이 사건 골프장 예약시간표에도 경기보조원들의 출장거부로 골프 경기를 하지 않고 돌아간 고객이 있었다는 취지의 기재는 없는 점에 비춰, ○○○의 위와 같은 원심 진술은 믿기 어렵고, 달리 그날 경기보조원들의 출장거부로 말미암아 골프장 수입이 감소하는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⑤이 사건 당일 아침에 골프장에 안개가 심하게 끼었던 점을 고려할 때 그 당시에 경기 진행이 지연됐던 것이 반드시 경기보조원들의 출장거부 때문으로 보기도 어려운 점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경기보조원들에게 출장을 거부하게 한 행위가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 피해자인 이 사건 골프 운영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정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

대법원은 위력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에 대해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므로, 폭력·협박은 물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되고,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범인의 위세, 사람수, 주위의 상황 등에 비춰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세력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일시·장소, 범행의 동기, 목적, 인원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9. 5. 28. 선고 99도495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5732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9186 판결 등 참조).

즉, 대법원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하기에 족한 폭행·협박’과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하기에 족한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으로 크게 구분하여 위력업무방해죄에서의‘위력의 태양’을 판단하고 있다.

먼저, 위 전자에 관한 판례에 관해 살펴보면, “본시 휴식과 담화의 장소로서 정온을 필요로 하는 다방 내에서 불의의 침입자에 의하여 상당시간 고성으로 악담을 반복하고 혹은 격외의 기물을 반입하는 등 사로 취합 중의 내객에게 혐오와 염정을 일게 함으로서 불가불이산을 촉구함이 될 것인즉 이는 십분 다방 업무의 방해라고 아니할 수 없다”라고 판시한 대법원(1961.2.24 4293형상864) 판결 등이 있다.

다음으로, 위 후자에 관한 판례에 관해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승낙을 받지 아니하고 미술학원에 대한 폐원신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사전에 통고를 한 뒤 폐원신고를 한 이상 피해자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켜 이를 이용해 피해자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피해자가 운영하고 있는 학원이 자신의 명의로 등록돼 있는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폐원신고를 함으로써 피해자의 업무를 위력으로써 방해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고 판시한 ‘무단 폐업신고 사건’(대법원 2005.3.25 선고 2003도5004 판결)이 있다. 또 “채권자의 권리행사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방법에 의해야 하는 것이므로, 가령 우월한 경제적 지위를 가진 대부업자가 그 지위를 이용해 채무자를 압박하는 방법으로 채권추심행위를 했다면 이는 위력을 이용한 행위로서 위법하고 그로 인해 채무자의 업무가 방해될 위험이 발생했다면 업무방해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고 판단한 ‘대부업자 채권추심 사건’(대법원 2005.5.27 선고 2004도8447 판결) 등이 있다.

근로자들의 집단적 노무 거부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 관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

이에 관해 대법원은 “근로조건의 유지 또는 향상 등의 쟁의행위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다수 근로자들이 상호의사 연락하에 집단적으로 일시에 조퇴하거나 결근하는 등 노무제공을 거부함으로써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했다면 이는 다중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라고 판시(대법원 1991.4.23 선고 90도2961 판결)한 이래, 일관되게 근로자들의 집단적 노무 거부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다가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지므로(헌법 제33조 제1항), 쟁의행위로서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춰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원합의체로 종전 판례를 폐기하기에 이르렀다.(대법원 2011.3.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본 판결의 의의

본 판결은 A가 출장거부를 지시한 점은 적극적인 작위행위이나 그 지시에 따라 일부 조합원들이 소극적으로 출장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전원합의체 판결의 연장선상에서 있는 판결이다. 또한 A가 주도한 출장거부는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출장조건에 관한 것이어서 근로조건 유지·향상을 위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헌법이 정한 기본권 행사인 점을 고려해 예측불가능성과 막대한 가해성(加害性)의 엄격한 요건하에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본 위 전원합의체 판결과 그 궤를 같이 하는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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