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승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되는 일이 있었으면, 거기 올라갔겠냐? 그러려니 해라.”

몇 년 만에 고등학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뜬금없이 전화해서 “되는 일이 없다”는 필자에게 친구가 한, 얄밉지만 현실을 정확하게 얘기해 주는 대답이다.

3일이면 철탑농성을 한 지 벌써 230일째. 10일만 지나면 8개월을 꽉 채우고, 1년의 3분의 2를 25미터 상공에서 살게 된다. 2평 남짓한 하늘에서 되는 일이 있을 게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지만 ‘그러려니’는 잘 안 된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목록에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대차 주식을 제외하고 모든 유가증권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불법파견 문제를 관장하는 노동부장관이 직무연관성이 있는 현대차 주식을 소유했다는 파문이 일자 노동부 대변인은 “주식이 소량이고 바빠서 신경 쓰지 못했다”고 밝혔다. 장관이 소유한 50주 총액은 지난달 24일 종가기준 1천20만원이다.  

 

장관 해명에도 ‘그러려니’가 안 되는 이유는 뭘까. 노사관계 주무부처 장관이 10년째 불법파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현대차 주식만 소유한 것 자체가 공정성을 상실한 것인데 이에 대한 사과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2013년 최저임금 노동자 10개월 임금보다 많고,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 170만명의 1년 연봉보다 많은 금액을 신경 쓰지 않고 살 수 있다는 말에 거리감을 느꼈기 때문이다.<표 참조>

장관에 대한 거리감뿐만 아니라 현대차 불법파견과 관련한 노동부와 노동위원회의 태도를 접하면 ‘그러려니’는 더 어려워진다.

지난달 1일 노동부는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4월3일 접수한 ‘현대차 불법파견 시정 요구’에 대한 답변에서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근로자 파견 사업을 하거나 허가의 취소 또는 영업의 정지처분을 받은 후 계속해 사업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의 판정만으로 확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행정관청을 통해 해당 여부에 대한 별도의 확인이 필요합니다”라고 회신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3월19일 판정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사건’ 판정서를 66일 만에 발송했고, 조합원은 72일이 지나 이를 수령했다. 노동위원회법 제17조의2는 “의결 결과를 지체 없이 당사자에게 통보”하고, “처분의 효력은 명령서·결정서 또는 재심판정서를 받은 날부터 발생한다”고 돼 있다. 또한 통보기간은 노동위원회 규칙 74조(심판사건의 종결) 2항에서 “노동위원회 심판사건을 종결한 때에는 판정서 등 그 결과를 30일 이내에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할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 279명은 노동위원회의 직무유기로 최소 42일간 판정효력을 상실했다.

상황이 이 정도면 방하남 장관은 노동부와 노동위원회를 관장하는 책임자로서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할 내용을 <매일노동뉴스> 지면을 빌려 아래와 같이 공개질의를 하고자 한다. 빠른 시일 안에 성의 있고, 명확한 답변을 기대한다.

첫째,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징계 판정을 받은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 279명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사용자는 누구입니까.

둘째, 현대자동차(주)가 현대차비정규직지회 교섭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태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할 수 있습니까.

셋째, 중앙노동위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32개 업체는 불법파견 업체입니까. 또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19조(폐쇄조치 등) 적용 대상입니까.

넷째, 판정 결과를 30일이 지나 발송한 것은 노동위원회의 정상적인 절차입니까. 직무유기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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