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선전팀장

박근혜 정부의 야심 찬 공약이었던 ‘고용률 70% 달성’의 실제 방안이 시간제 일자리 양산으로 귀결될 모양이다. 대통령이 직접 선진국의 예를 들면서 “시간제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라고 계몽하고, 곧 발표될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핵심이 시간제 일자리라는 국무총리의 언급도 있었다.

시간제 일자리를 양산해 고용률을 양적으로 증가시키는 한편 시간제 근로에 대한 차별을 줄여 일정한 보완을 해 보자는 구상은 사실 김대중 정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이 정규직 고용을 축소해 가고, 기업의 이윤 증가가 고용창출로 이어지지 않게 되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고용창출 방안이 매우 제한돼 버렸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가 각각 이름은 조금씩 달리 붙였어도, 공공부문에서의 고용확대와 시간제와 같은 비정규직 고용확대 지원에 일자리 정책의 주안점을 뒀던 이유다.

그런데 이른바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정책이 간과하거나 혹은 은폐하고 있는 점은 고용불안과 차별이 심한 ‘나쁜 시간제’ 일자리가 아닌 차별이 없는 ‘좋은 시간제’ 일자리 역시 노동자에게는 생활임금을 보장할 수 없는 ‘불완전한 일자리’라는 사실이다.

사실 현행 노동법에서도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은 금지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은 그 사업장의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비율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고 있고, 기간제법은 사용자가 “단시간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말하자면 주 40시간을 일하도록 계약한 노동자에 비해 주 20시간 근무하는 시간제 노동자에게 임금 등 근로조건을 절반 수준으로 보장한다면 이는 노동법상 차별이 아니다.

문제는 주 40시간 일하도록 계약한 전일제노동자도 기본급만으로 생활을 할 수 없는 마당에, 전일제노동자에 비해 ‘비례적으로 노동조건이 보장’되는 시간제 노동자는 ‘차별 없는 시간제’ 일자리만으로 먹고살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통계청 발표로 올해 3월 현재 시간제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65만1천원이다. 전체 노동자 주당 평균 노동시간(43.5시간)의 절반 정도(21.4시간)를 일하는 시간제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 월평균임금(217만원)의 절반을 ‘차별 없이’ 보장받는다고 해도 100만원 안팎으로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런 저임금 시간제 노동자에게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도 종종 언급된다. 이런 지원들이 나쁠 것은 없으나,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한편 시간제 노동자의 70%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이 이들의 저임금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되기도 한다. 즉, 가사와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에게 짧은 시간 일할 수 있는 시간제 일자리가 적합하고, 짧은 시간을 일하는 만큼 저임금도 합리적이며,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여성이 ‘부업’으로 이 정도 임금이면 괜찮은 것 아니냐는 인식이 그것이다. 여성노동에 대한 이런 차별적 평가는 한 걸음만 나아가면 ‘학업을 병행하는’ 청소년·청년 노동자에게, ‘능력이 떨어지는’ 중고령 노동자에게,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에게 저임금을 주는 것도 괜찮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요컨대 정부가 말하는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가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4~5시간 일해도 먹고살 수 있어야만 한다. 결국 전체 노동자의 소득상승 없이는 불가능할 일이다. 시간제 일자리로는 생활을 꾸리기가 어려워서 투잡·스리잡을 뛰어야 하는 노동자의 현실과 주 40시간 근무만으로는 안정된 소득을 얻을 수 없어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에 목을 매야 하는 노동자의 현실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진정으로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적지 않다. 우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 전체 노동자가 ‘8시간 노동으로 먹고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공공부문부터 4~5시간을 일해도 먹고살 수 있는 생활임금을 보장하고, 공공부문과 계약을 맺는 사업주는 이런 생활임금을 지불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초과노동 없이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반듯한 일자리의 핵심이 돼야 할 것이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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