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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적용이 평등하지 않은 현실
이주현
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

헌법 제11조

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11조는 법적용의 대상이 되는 모든 국민을 공평하게 다뤄야 한다는 법원칙과 국민 개인의 권리인 평등권을 동시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법 앞에 평등”이란 행정부나 사법부에 의한 법적용상의 평등을 뜻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입법권자에게 정의와 형평의 원칙에 합당하게 합헌적으로 법률을 제정하도록 하는 것을 명령하는, 이른바 법내용상의 평등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입법부·행정부·사법부 모두 평등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옛 민주노동당에 매달 소액을 기부한 선생님들에 대한 징계처분 취소사건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민주노동당의 공개적인 CMS 계좌로 한 달에 5천원 또는 1만원을 기부한 것이 국가공무원법에 위반된다며 교육감이 징계를 한 것입니다.

일선 학교 선생님들의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각 학교는 연말 세액공제시 세액공제 항목으로 정치자금 기부를 안내하며 적극적으로 이를 장려해 왔기 때문입니다. “정치자금 기부”, “정당(후원회 및 선관위 포함)에 기부한 기부금”, “정치자금영수증”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며 세액공제 안내를 해 놓았습니다. 그래 놓고 돌변해 학교가 장려하는 대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행위가 위법하다며 정직·감봉·견책 등 징계를 했습니다.

반면 한나라당 당원으로 가입하는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데 그치지 않고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로 공천신청을 하고, 그 대가로 당비 명목 180만원을 음성적으로 납부한 교사들은 단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을 뿐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았습니다. 행위의 불법성은 비할 바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법규정의 적용 자체에 차이를 두고 불평등을 조장하는 경우뿐 아니라 정확히 적용되는 법규정이 있음에도 훨씬 무거운 법규정을 무리하게 적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에게 적용되는 일반교통방해죄가 그렇습니다.

형법 제185조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집 앞 도로가 폐기물 운반 차량의 통행로로 이용돼 집에 균열이 발생하자 길 위에 담장을 설치한 집주인에게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길을 가로막고 앉아서 차량의 통행을 일시적으로 방해한 집주인의 행위에 대해서는 위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사실 도로에 앉거나 서 있는 행위를 명시하고 있는 법규정은 따로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68조는 금지되는 행위 중 하나로 “도로에서 교통에 방해되는 방법으로 눕거나 앉거나 서 있는 행위”를 규정하고,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벌칙규정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형법 제185조의 “기타 방법”이라는 모호한 규정을 들어 훨씬 중한 죄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신고된 범위 내에서 도로에 앉거나 서 있는 참가자가 대부분이지만, 행위가 위법하다고 평가할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경우 도로교통법 규정을 적용해 2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형을 선고해야 할 수 있습니다. 10년 이하의 징역·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선고가 가능한 형법을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법 그 자체는 모두에게 평등할지 모르나 법적용은 결코 평등하지 않은 현실 앞에서, 나는 언제쯤 헌법 제11조의 “모든 국민”에 속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내 자리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봅니다.

이주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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