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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만든 법을 어기는 우리나라 정부기관
김용주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대구지사)

고대의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고 하면서 아무리 불합리한 법이라도 법은 지켜져야 한다며 사형을 선고받고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는 아주 유명한 일화(다만 최근 이와 관련된 책이 출간되면서 소크라테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며, 이 일화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억압적인 법 집행을 정당화하는데 악용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로 우리들 세대에 기억되고 있다.

이 일화의 진실 여부 혹은 이데올로기적 측면을 떠나서라도, 국가가 만든 법은 그 입법 정신에 따라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으며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러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최하며 세계의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다고 선전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스스로 만든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32조에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하며,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은 제1조를 통해 “이 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현재 우리 정부기관들이 이러한 헌법과 근로기준법의 내용을 과감히 부정하고 있는 모습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제도는 ‘신체적·정신적 이유로 원활한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 증진’을 목적으로 그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며, 전국의 수많은 활동보조인들이 이 제도를 통해 근로를 제공하고 사회적 노동의 의미를 찾아가며 장애인들과 함께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제도의 여러 가지 문제점(제한적인 활동보조 이용시간·서비스 수급자격의 제한·사회적 공공성의 부재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제도를 위해 열심히 현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활동보조인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및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보건복지부 사업지침의 문제”일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관련 지침을 변경 시행하면서 심야가산·휴일가산·중복가산 등의 부분에 있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내용으로 지침을 고시했다. 근로기준법에는 연장·야간·휴일근로시 통상임금의 50%를 각각 가산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를 무시하고 시간당 1천원의 급여만을 가산하도록 하고 있다. 현장에서 활동보조서비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많은 사업 참여기관의 대표자들은 국가기관인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를 경우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형사적인 책임을 받아야 하는 범법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비단 이러한 문제는 이 제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예전부터 사회복지시설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들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보건복지부의 지침(사회복지사들의 실제적인 연장·야간근로시간에도 미치는 못하는 고정적인 연장근로수당의 지급 문제)과 노인장기요양제도상의 요양보호사와 관련된 지침(올해부터 요양보호사들의 저임금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 처우개선비의 지급 기준을 마련함에 있어 모호한 규정 및 감액사유의 확대 등으로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분으로의 대체 및 약속된 임금 인상을 거부하고 처우개선비로 대체하는 문제 등의 악용사례 발생) 및 어린이집 종사 근로자들도 근로기준법에 맞지 않는 내용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근로기준법의 내용을 몰라서 이런 잘못된 사업지침을 내린 것일까? 그렇다면 이는 그나마 다행이다. 누군가의 문제제기를 통해 관련 내용을 숙지하고 바로 정정하면 되는 문제이니까.

대구지역에는 얼마 전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제도 등과 관련해 사회서비스분야의 사회공공성을 강화하고 관련 종사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사회서비스시장화 저지와 사회서비스노동자 대구지역모임(가칭)’ 이라는 단체가 구성됐고,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었다. 이 설문조사에서 활동보조인으로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낮은 임금과 강한 노동강도로 인한 근골격계 증상의 심화, 근로기준법에도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 등의 문제에도 사회와 장애인에 대한 일종의 봉사를 한다는 의미와 책임감으로 활동보조인 직업 자체에 대해 높은 수준의 만족도와 긍지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처럼 현장에서 자신의 노동을 통해 장애인과 사회취약계층에 희망을 제공하고 의미 있는 활동을 펼쳐 나가는 활동보조인들이 헌법 및 관련법에서 정한 최소한 수준의 보호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과연 세계의 선진국대열에 들었다고 하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 것인가.

우리 정부기관에는 과거의 소크라테스는 아닐지라도 법에서 정한 내용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최소한의 법적 양심을 가진 이들이 진정 하나도 없는 것일까.

김용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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