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의료원노조

“과거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환경을 딛고 선배들이 노조를 이끌어 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끄러웠던 일, 자랑스러웠던 일 모두를 자양분 삼아 다음 50년을 위해 당당히 걸어가겠습니다.”

연세의료원노조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노조는 지난 1963년 2월 설립된 후 조합원들의 고용안정과 권리신장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의료기관에서 노조가 설립된 것은 연세의료원노조가 처음이다. 노조는 지난달 말부터 다채로운 창립 기념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반세기 이어온 역사를 스스로 축하하며 새로운 50년을 꿈꾸자는 취지다. 이수진(44·사진) 위원장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신촌동 세브란스병원 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노조의 50년 역사를 정리하고 기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며 “또 다른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시민·환자와 함께한 창립기념 행사

이 위원장을 포함한 노조 간부들은 올 초부터 창립기념 행사를 준비했다. 콘셉트는 조합원과 시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었다.

“50주년이자 최초의 의료계 노조라는 점에서 뭔가 의미 있는 행사를 만들고 싶더라고요. 그러다 우리만의 축제가 아닌 지역민들과 함께 하고 축하도 받는 행사가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노조는 지난달 27일 세브란스 올레길에서 조합원과 입원환자·지역주민 등이 참가한 가운데 ‘환우와 걷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달 중순엔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한 ‘주먹밥 콘서트’를 열었다. 노조는 이날 주먹밥 500인분을 판매해 마련한 수익금을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쓸 생각이다.

이 위원장은 “아직도 일부에선 노조를 과격한 집단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러한 막연한 거부감을 불식시키는 것도 노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바로 지난 2007년 간호등급 상향조정과 다인병상실 확대 등을 요구하며 벌였던 파업이다. 당시 이 위원장은 노조 부위원장으로 파업 지도부로 활동했다.

“여러 노조와 시민단체의 연대가 큰 힘이 됐는데요. 반면 보수언론이 저희를 ‘탈레반’에 비유한 기사는 조합원들을 큰 절망에 빠뜨렸습니다. 이때 소통과 연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노조는 당시 파업 이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용산참사 유가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쌍용자동차·서희산업·MBC 등 투쟁 사업장이 있을 경우 연대에 나서고 있다.

“올 임단협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

그가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12.1% 가량이 병원이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노사가 만나 조합원들 앞에서 펼친 토크 콘서트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는 가장 민감한 화두였다.

“이날 토크 콘서트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대해 ‘겉으로는 가족, 속으로는 먼 친척’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요. 그 말을 듣고 참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과거 노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합의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정체 상태입니다. 올해 교섭에서부터 사측에 '10년 후에도 그대로 있을 일자리라면 반드시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요구할 예정입니다.”

조합원들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다. 그는 지난 2011년 4월 취임하며 "조합원 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후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고충처리위원회 등을 열어 조합원들의 가려운 곳과 아픈 것을 살피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를 토대로 △의사들의 권위의식에 따른 갈등 해소 △국제의료기관 평가로 인한 과도한 노동 방지 △인력 확대 △인수인계 시간 근무시간 인정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성서를 보면 50년마다 한 번씩 희년이 온다는데요. 안식년을 일곱번 맞이한 후 이듬해 빚쟁이와 노예를 해방시킨다는 거예요. 연세의료원노조가 50주년을 맞았습니다. 50년 후엔 조합원과 비정규직 모두가 기쁨이 가득한 희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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