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네상스서울호텔

노윤형(43)씨는 이달 7일 새벽 인터넷 기사를 보다 눈을 의심했다. 그가 일하는 르네상스서울호텔이 매각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우선협상 대상자인 이지스자산운용은 호텔 건물을 철거하고 오피스텔 건물을 짓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호텔에서 근무하는 700여명의 직원 중 누구도 알지 못했다.

노씨는 97년 입사해 16년 동안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프런트 업무를 수행했다. 그는 “너무 갑작스럽게 접한 호텔 철거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길바닥에 나앉지 않으려면 경비원으로 취업하거나 포장마차라도 차려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호텔업계에서는 주로 20대를 채용하기 때문에 재취업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노씨는 “오피스텔 공실률이 높은 상황에서 굳이 호텔을 철거하고 오피스텔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을 이해할 수 없다”며 “호텔 철거를 막기 위해 생존권을 걸고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직원 700여명 안중에 없는 삼부토건”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르네상스서울호텔은 특1급 호텔이다. 지하 2층과 지상 24층의 건물에 493개의 객실과 9개의 레스토랑을 갖췄다. 직원은 700여명이다. 19일 관광서비스노련 르네상스서울호텔노조(위원장 서재수)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이달 10일 이지스자산운용과 호텔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호텔을 헐고 오피스텔과 상업시설이 갖춰진 복합빌딩을 신축할 예정이다.

문제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텔의 지주회사인 삼부토건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사업을 추진하다 2011년 4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같은해 6월 르네상스서울호텔을 담보로 채권단으로부터 7천500억원의 신규자금을 2년 만기로 대출받았다.

삼부토건이 호텔을 담보로 대출받은 사실을 당시 노조도 몰랐다. 삼부토건은 "호텔 매각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약속했다. 그런데 올해 4월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1조1천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지주회사인 삼부토건의 잘못된 경영으로 매년 당기순이익을 내는 르네상스서울호텔이 철거되게 생겼다”며 “삼부토건은 700여명의 직원과 가족에 대한 대책이나 배려 없이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업투쟁으로 고용안정 쟁취할 것”

르네상스서울호텔은 삼부토건의 자회사인 남우관광이 소유하고 있다. 노조는 이달 7일 남우관광에 고용안정협의회 운영과 고용보장을 담은 고용안정협약서 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남우관광측은 이달 중순께 “계약내용에 ‘변경된 사업주가 근로자들의 고용을 계속적으로 보장하고 사업장 폐쇄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노조와 고용안정협의회를 개최해 성실히 협의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포함되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문구로 변경해 노조에 회신했다. 노조는 “최대한 노력한다는 것은 말장난”이라며 “회사는 직원들의 생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16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21일부터 본격적인 매각저지 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조는 삼부토건 본사와 이지스자산운용 본사 앞에서 매일 집회를 개최하고, 28일 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서재수 위원장은 “호텔 철거는 고용률 70% 달성을 국정과제로 밝힌 박근혜 정부의 정책방향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철거를 강행한다면 조합원들이 호텔 옥상으로 올라가 목숨을 걸고 철거저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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