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 방미 기간 중 현지에서 여성 인턴직원을 성추행한 뒤 급거 귀국한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이 사건 발생 이후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으로부터 귀국을 종용받았다고 밝히자 청와대는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며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야권은 국정운영에 대한 청와대 차원의 반성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12일 "여성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 중 발생한 국격 실추 사건이 청와대 내부의 싸움질로 변질·호도되는 것에 경악한다"며 "박 대통령의 오기인사·불통인사에서부터 빚어진 것인 만큼 해결의 책임 또한 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이 윤 전 대변인 개인 차원의 것이 아니라 국정운영에 실패한 정권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청와대는 사건 발생 이후 줄곧 윤 전 대변인을 경질하는 차원에서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11일 오후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고위공직자로서 워싱턴에서 품위를 손상한 것이 윤 전 대변인 경질의 큰 원인이고 사건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과 이 수석의 말을 종합하면 사고 발생 이후 곳곳에서 청와대의 개입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이남기 수석이 '대통령 방미에 누가 되지 않도록 빨리 워싱턴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야 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도 10일과 11일 잇따라 개최한 기자브리핑에서 이 수석과 윤 전 대변인이 귀국 전 사태해결을 위해 회의를 했던 사실을 시인했다. 윤 전 대변인의 말대로 이 수석이 귀국을 종용했다면 청와대가 범죄 혐의자를 도피시키는 데 개입했다는 비난이 불가피하다.

청와대의 사과 방법과 내용을 두고도 비난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이 귀국한 지 세 시간 뒤인 10일 늦은 밤 이 수석은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피해여성에 대한 사과는 빠졌고, 대통령에게만 굽실거렸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논란이 커지자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12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방미 성과에도 대통령 방미 기간 청와대 소속직원의 민망하고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사의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청와대를 향해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윤창중씨의 도피행각에 청와대의 조직적 결정이 있었는지 철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은 "진실공방이 중요한 것이 아닌 만큼 모든 상황의 총책임자인 박 대통령이 대국민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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