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한 전직 노조간부가 문자를 보냈다. “오늘 중앙일보 사설, 참 섬뜩합니다”라고.

아침에 얼핏 본 문제의 그 사설은 ‘한국 경제 발목 잡는 현대기아차 귀족노조’라는 제목이었다. 사설은 현대차가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한 올해 3월부터 연속 10주째 주말특근을 못한 걸 비판하면서 시작한다.

중앙일보 사설은 “노조 위원장이 합의한 주말특근을 노조의 몇 개 분파가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썼다. 이런 귀족노조 때문에 정몽구 회장이 최근 해외공장 확대와 국내 생산물량 축소를 언급했다고 썼다.

주말특근의 재개 여부는 현대차 노사가 지금도 협의 중이다. 회사는 중앙일보 뿐 아니라 여러 언론을 동원해 노조를 압박했다. 지난주 초 울산MBC는 노사 합의사항을 몇몇 노조 활동가들이 거부해 무산됐다며 특히 1공장을 겨냥해 이들을 집중 비난하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지역의 일간지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역시 노사가 협상 때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원을 총동원하는 전력투구에서 비롯됐다.

현대차는 주말특근 교섭에서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협력업체 임원들을 동원해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피케팅도 벌이고 있다. 이들이 들고 선 피켓엔 “협력사 직원들의 고용과 임금안정도 고민해 주십시오”라고 쓰여 있다. 이들이 말하는 ‘협력사 직원’은 노조 말로 하면 사내와 사외에 널려 있는 ‘하청노동자들의 생존권’이다. 정작 200일 넘게 철탑 위와 아래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있는데도 주말특근만 해결되면 "협력사 직원들의 고용과 임금이 안정된다"는 이들의 주장은 공허하다. 어쨌든 이 피케팅도 노조 압박의 수단일 뿐이다.

중앙일보는 "노조의 몇 개 분파가 합의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고 말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8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주말특근 교섭을 다시 하기로 했다.

언제쯤 우리 제조업은 주말에 공장 안 돌리고도 기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을까. 대형 산불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공무원과 공공기관은 요즘 금요일 밤부터 가동을 중단하고 주말엔 쉰다. 대량 생산으로 차가 넘쳐나는데도 주말까지 돌려서 목표 물량을 맞춰야 돌아가는 세상은 정상이 아니다.

이어 중앙일보 사설은 “현대기아차가 엔 약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도요타가 달러당 80엔 시절에도 6%의 영업이익을 냈고, 지금 같이 달러당 100엔 시절엔 엄청난 이익을 내기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도저히 맞서기 어려운 상대라고 엄살을 떨었다.

그런데 달러당 120엔이 넘었던 지금보다 더 심한 엔 약세 때인 2008~2009년 일본 경제는 결코 지금처럼 좋지 않았다. 엔 약세가 무조건 우리 수출기업에 불리하기만 한 건 아니다.

나는 귀족노조를 성토한 중앙일보의 7일자 사설보다, 9일자 같은 오피니언면에 실린 ‘취재일기’가 더 섬뜩하다. ‘심각한 중학생 학력 부진, 수준별 수업으로 풀자’는 이 주관 가득한 기자수첩은 정말이지 섬뜩하다.

기자는 “학교알리미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구 등 사교육이 만연한 일부 교육특구를 제외하고는 중학생의 학력 부진 현상이 심각했다”고 말한다. 칼럼은 너무도 당연한 현상을 갖고 ‘중학교 수준별 수업’이란 이상한 결론으로 치달린다.

이렇게 전체 학생의 학력이 떨어졌는데 매번 세계학력평가에서 우리나라가 핀란드 다음으로 늘 2위를 달리는 건 어떻게 해석할지. 우리보다 못한 미국·영국·일본은 초등학교부터 수준별 수업을 해야 하는지.

문제는 강남 교육특구의 교육과잉이다. 이걸 치료하는 게 먼저다.



울산저널 편집국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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