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대표

5일은 카를 하인리히 마르크스가 탄생한 지 195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1818년 이날 독일에서 태어났다. 그는 독일만이 아니라 세계 노동자와 전체 인류에게 커다란 기여를 한 인물이다. 마르크스에 대한 가장 압축적인 평가로는 그의 가장 가까운 동지였던 엥겔스가 그의 묘지에서 행한 추모연설이 있다. 엥겔스는 마르크스의 업적으로 역사유물론의 발견과 잉여가치설의 발견을 들었다. 그러나 그는 마르크스를 이렇게 평가했다.

“마르크스는 다른 무엇이기에 앞서 혁명가였다. (…) 어떤 방법으로든 자본주의 사회와 그것에 의해 창조된 국가제도를 전복하는 데 기여하는 것, 현대 프롤레타리아의 해방에 기여하는 것, 그것이 그의 삶의 진정한 소명이었다.”

그런데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가 붕괴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마르크스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채 시작되기도 전에 지식인들에 의해 ‘죽은 개’ 취급을 받으며 폐기됐다. 이렇게 폐기처분되지 않았더라도 그의 사상과 이론은 심하게 왜곡됐다. 따라서 마르크스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마르크스를 복권시켜야 할 뿐 아니라 그에 대한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

첫째, 마르크스를 혁명가에서 개혁주의자로 둔갑시키는 문제다. 어떤 지식인은 이렇게 말한다. “자본주의가 결국은 자기모순으로 멸망할 것이라는 마르크스의 예언은 빗나간 것이다. (…) 마르크스가 제시했던 공산주의 ‘혁명’ 이념이 결코 실현될 수 없는 하나의 허구로 폭로된 지금 (…) 만약 사회관계를 바꿀 수 있는 해방의 힘이 현실 속에 이미 들어 있다면, 사회적 정의는 마르크스가 예언한 혁명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합리적 개혁만으로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마르크스 사상의 핵심인 사회변혁을 부정하고 대신 사회개혁을 대안으로 삼는 방향에서 마르크스를 복권시키자는 것이다.

둘째, 인간의 역사는 자연의 법칙처럼 인간과 독립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이론의 문제다. 이른바 구조주의자들의 “주체 없는 과정”으로서의 역사다. 이런 이론은 마르크스가 발견한 역사유물론에 대한 명백한 왜곡으로서 초인간적인 자연법칙이 인간의 역사를 결정하는 것처럼 역사를 신비화시킨다. 그러나 이런 이론은 마르크스의 저술 속에서 분명하게 부인되고 있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비코가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인간의 역사는 우리가 만들었지만 자연의 역사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양자의 차이가 있다.”

셋째, 타인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는 한 재화만이 아니라 용역(서비스)도 가치를 생산한다는 식의 마르크스 경제학에 대한 왜곡이다. 이것은 부르주아 경제학이지 마르크스 경제학이 아니다. 마르크스 경제학에 따르면 사용가치가 아닌 것은 비록 상품으로 교환된다 하더라도 ‘진정한’ 의미에서 상품이 아니며 따라서 가치를 생산하지 않는다. 사용가치란 자본주의 사회만이 아니라 어떤 형태의 사회에서든지 인간에게 자연필연성으로 요구되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물질적 신진대사에서 인간이라는 주체가 마주하고 있는 대상으로서의 자연의 측면을 말한다. 즉 인간에게 있어 자연 그 자체가 사용가치이고 자연에 인간 노동이 가해져서 산출되는 노동생산물(物)이 사용가치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공기·처녀지·자연의 초원·야생의 수목 자체가 사용가치라고 했다. 나아가 자연을 생산의 어머니, 노동을 그 아버지라고 비유했다.

따라서 어떤 용역이나 서비스의 결과로 자연적인 것,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적인 것이 산출된다면 그 용역이나 서비스는 사용가치를 낳지 않는다. 그러한 서비스 제공 과정은 생산과정이 아니라 소비과정이다.

넷째, 사회주의 사회란 노동해방 사회이며, 인간해방은 노동해방이 이뤄지고 난 다음에 고민하고 추구해야 할 과제라는 단계론적 이론이다. 그러나 일찍이 마르크스는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소외된 노동과 사적소유의 관계를 고찰해 본 바에 따르면 사적소유 등으로부터의, 노예제로부터의 사회의 해방은 노동자들의 해방이라는 정치적 형식으로 표현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렇지만 그러한 표현은 노동자들의 해방만이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노동자들의 해방 안에 보편적 인간해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혁명가로서의 마르크스의 사상·이론에 대해서는 많은 왜곡이 있다. 차차 함께 공부해 갔으면 좋겠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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