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박근혜 정부가 내건 고용률 70%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5년간 해마다 238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창조경제’를 외치고 있지만, 국민 56%가 “창조경제와 이전의 경제정책이 다르지 않다”고 답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설문조사 결과만 봐도 일자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날 여지는 높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이 가장 낙관적인 데이터를 적용해 분석한 결과도 5년 뒤인 2017년까지 최대 66.9%의 고용률 달성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고용률 70% 달성은 과연 가능할까.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당연히 장애인 고용률이 높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두 가지 지원이 필수적인데요. 일하고자 하는 장애인에게 보조장비와 사람(근로지원인)을 붙여주는 겁니다. 이러한 지원이 잘 갖춰졌을 때 기업들도 장애인 고용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요. 중증장애인의 눈과 입이 돼주는 근로지원인을 확대하고,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합니다.”

이성규(52)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의 말이다. 2011년 이사장에 취임한 뒤 중증장애인 고용문제 해결에 주력해 온 이 이사장은 “현재 근로지원인 1명이 중증장애인 2~3명의 업무를 보조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고용지원인의 확대는 장애인 고용을 지원하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월 100만원 수준인 이들의 급여를 현실화하고, 현재 파견형태로 고용돼 있는 이들의 근로자성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가 2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실에서 이 이사장을 만났다.

“장애인 고용, 양은 늘었지만 질은…”

- 90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제정되고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시행되면서 공단이 설립됐다. 올해로 설립 23년째다. 그 사이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상황은 얼마나 개선됐나.

“90년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률은 0.43%였다. 지난해 장애인 고용률은 2.35%다. 이 기간 동안 약 2%가량 장애인 고용률이 높아졌다. 일본의 경우 장애인 고용률 1%를 올리는 데 20년이 걸렸다고 한다. 양적으로 보면 장애인 고용은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고용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고용의 질이라는 문제의식도 커지고 있다.”

- 장애인들이 느끼는 취업한파는 여전하다.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2.5%인데, 실제 30대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1.8%에 불과하다.

“장애인 의무고용 기업의 지난해 장애인 고용률은 2.27%다. 이 가운데 일자리 창출 여력이 큰 30대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1.8% 수준에 그쳤다. 기업들은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돈(부담금)으로 때우려 하거나, 장애인을 채용하더라도 중증장애인 보다는 경증장애인을 선호하는 상황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의무고용률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목표치가 주어지면 ‘절반은 해야 한다’는 정서를 갖고 있지 않나. 의무고용률이 유럽 수준인 6% 정도로 높아지면 적어도 3%는 달성될 것 같은데…(웃음). 단계적으로는 내년부터 50인 이상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2.7%로 상향된다.”

- 장애인 채용을 꺼리는 것은 공공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가 공공기관 장애인 의무고용비율 3%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솔선수범해야 할 청와대가 이 정도다.

“공공부문 장애인 고용이 중요한 이유는 공공부문에서 안정성과 지속성이 따라주는 ‘괜찮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공단은 공공기관에 중증장애인이 들어가서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직무영역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국방부가 우리 공단과 MOU를 체결하고 최근 3년 동안 100명이 넘는 중증장애인을 채용했다. 사람들은 ‘장애인이 어떻게 국방부에서 일을 하느냐’고 의아해 하는데, 행정직이나 전산직 업무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 국방부의 사례는 다른 공공기관에 좋은 선례가 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관장 또는 최고경영자의 마인드다. 국방부의 사례도 국방부 장관의 흔쾌한 동의가 있어 가능했다. 고졸 채용과 장애인 채용을 늘려 좋은 평가를 받은 중소기업은행의 경우도 행장의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중증장애인 취업 지원, 공단 인력도 늘어야”

- 중증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말인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중증장애인이라는 말의 어감이 너무 무겁다. 마치 노동력이 완전히 소멸되고 장애만 남았다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도 중증장애인으로 분류되지만, 이들은 컴퓨터를 다루는 업무를 수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공단이 대여하는 각종 보조기구들도 장애인들의 업무 적응을 돕고 있다. 저시력 장애인에게는 확대경을, 두 팔 대신 두 발로 컴퓨터를 다루는 장애인에게는 전용 자판기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전체 취업 장애인 중 중증장애인 비중이 매년 1%씩 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이러한 경향에 따라 공단의 사업방향도 전환되고 있다. 경증장애인 위주로 영세기업에 취업시키던 패턴에서 중증장애인을 ‘괜찮은 일자리’로 취업시키는 쪽으로 사업의 방향을 틀고 있다. 중증장애인을 지원하려면 아무래도 손이 더 많이 가고 고려할 사항도 많다. 공단 인력이 지금보다 늘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답답하다. 사회진출의 첫 발을 떼는 장애인 청소년의 진로를 설계하는 공단 '워크투게더센터'의 인력은 전국 6개 권역에 총 18명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공공기관 구조조정이라는 일률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 그동안은 장애인의 취업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앞으로는 고용의 질을 따져야 할 것 같다. 장애인들이 주로 취업하는 분야는 어디인가.

“단순노무직이나 계약직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전체의 40%에 달한다. 2011년 장애인고용패널조사에 따르면 중증장애인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89만9천원으로, 같은해 전체 근로자 월평균 임금(242만8천원)의 3분의 1수준을 겨우 넘었다.

중증장애인 중 지적장애인의 경우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 잘 적응한다. 또는 약물치료를 받거나 신장투석을 받아야 하는 장애인의 경우 별도의 치료시간이 보장된 유연근무제가 적합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근로형태와 임금수준을 모두 고려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대기업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모델”

- 결국 장애인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최근 공단과 대기업들이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 협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성과가 어떤가.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란 장애인 의무고용사업주(모회사)가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 자회사가 고용한 장애인을 모회사의 장애인 고용률에 산정해주는 제도다.

2008년 도입돼 현재까지 포스코·삼성·LG·STX·NHN 등 65개 기업이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고, 그 중 29개사가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이들 업체에 총 1천여명의 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른 편의시설을 갖추고, 최저임금액 이상의 급여를 지급한다.

제일 좋은 건 모기업이 장애인을 직접 채용하는 것이지만, 최근에는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에서 업무를 습득한 장애인이 모기업 본사로 스카우트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여기엔 장애인 고용 확대도 포함돼 있다. 장애인 고용률 제고 방안을 제시한다면.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당연히 장애인 고용률이 높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두 가지 지원이 필수적이다. 일하고자 하는 장애인에게 보조장비와 사람(근로지원인)을 붙여주는 것이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눈과 입이 돼주는 근로지원인을 확대하고,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현재 근로지원인 1명이 중증장애인 2~3명의 업무를 보조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고용지원인의 확대는 장애인 고용을 지원하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월 100만원 수준인 이들의 급여를 현실화하고, 현재 파견형태로 고용돼 있는 이들의 근로자성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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