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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혁명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오늘은 4·19 혁명 기념일이다. 53주년을 맞이한 4·19 혁명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출발점이었다. 3·15 부정선거로 정권을 유지하려 했던 이승만 대통령은 규탄과 항의시위가 이어지자 권좌에서 물러났다. 4월 혁명으로 새 헌법이 만들어졌고, 60년 7월29일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다.

민중들의 민주화 열망도 들불처럼 타올랐다. 민중들의 정치적 진출을 바탕으로 진보정당이 결성되는 한편 자주적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통일운동이 확산됐다. 노동계도 마찬가지다. 어용노조 반대와 노조 민주화 투쟁이 일어나면서 이승만 정권에 기생해 온 대한노총은 밑동부터 흔들렸다.

「한국노동운동사 100년의 기록」의 저자 이원보 선생에 따르면 60년 한 해 388개의 새 노조가 결성됐다. 이에 노조수는 59년 558개에서 60년 914개로 늘었다. 조합원수도 28만438명에서 32만1천97명으로 증가했다. 노동쟁의는 59년 95건에서 60년 227건으로 늘었다. 파업참가 조합원수는 4만9천813명에서 6만4천335명으로 확대됐다. 이처럼 새 노조 결성과 노조 민주화투쟁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 가운데 종전과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화이트칼라층으로 분류된 은행원·신문사·교직원의 노조결성이다. 교원노조는 5·16 군사쿠데타로 등장한 박정희 군부정권의 탄압으로 끝내 합법성을 얻지 못하고 해산됐다. 이는 최근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일고 있는 ‘전교조 설립등록 취소 논란’과 묘하게 맞물린다. 4·19 혁명 이후 교원노조의 결성과 전개과정을 살펴보면 이랬다.

교원노조 결성의 진앙지는 대구 시내 초·중·고등학교다. 60년 5월7일 교원들은 노조를 결성했고, 이는 부산으로 확산됐다. 그 해 5월22일에는 한국교원노조연합회라는 전국조직으로 거듭났다.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과 학원 자유화·민주화를 위해 투쟁한다는 강령도 채택했다. 그런데 정부는 교직원들의 자발적 노조 결성과 활동을 불허하고 해체지시를 내렸다. 국가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이후 교원노조가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문교부 장관을 고발하자 정부는 교원노조의 핵심 기반이었던 경북지역 교원 400여 명을 전근 발령 내렸다.

그 해 7월 민주당 장면 정권이 출범했지만 교원노조에 대한 불허와 탄압 기조는 그대로였다. 장면 정권은 교원노조를 교원연합회 또는 교원조합으로 하고, 단결권은 인정하되 단체행동권을 금지한다는 당근책을 내놓았다. 반면 종전의 어용단체였던 대한교육연합회를 개혁하는 대신 교원들의 노동운동을 가로 막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 정권의 이중성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교사들은 대규모 항의 시위와 단식으로 맞섰고, ‘스승 없이 학원 없다’고 외친 학생들의 동조단식도 확산됐다.

이런 공방전은 다음해인 61년까지 이어졌으나 교원노조는 끝내 합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 해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부세력이 교원노조에 철퇴를 내렸기 때문이다. 교원노조는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역사에 등장한다. 89년에 결성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그것이다. 1천500여명의 해고자를 내면서 싸운 끝에 전교조는 1999년 마침내 합법화됐다. 교원노조가 사회적으로 존재 인정을 받기까지 40여년이 걸린 셈이다. 합법화된 전교조가 올해 14주년을 맞이한 것을 감안하면 전교조는 반세기를 넘어 실체화된 노동조합임을 알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교원노조는 민주화의 상징이자 척도였다.

지난 16일 김정훈 전국교직원노조 위원장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만났다. 전교조와 교육부 수장이 만난 것은 2011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이 자리에선 공교육 정상화와 관련해 의견이 오갔지만 예상대로 ‘노조 설립취소 논란’도 이어졌다. 서남수 장관은 “전교조가 현행법에 맞게 규약 개정을 해 달라”고 제안했다. 서 장관의 제안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0년 내린 규정개정 시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현직 교원이 아닌 해고 교원이 전교조에 조합원으로 가입한 것이 관련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원노조법에 따르면 교원만 교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는 근로자가 아닌 자는 노조에 가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대로 하면 서 장관과 노동부 논리는 하자가 없다. 지난해 1월 대법원은 노동부의 시정명령이 적법하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현행법을 들어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4·19 혁명 이후 반세기를 넘어 사회적 실체로 인정받은 교원노조를 부정하는 것이자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원노조를 사실상 해체시킨 박정희 정권의 유산을 박근혜 정부가 이어받았다는 논란이 일 수 있다. 사회적 실체로서 전교조를 부정할 수 없다면 문제가 되는 법을 개정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그간 해고자·실업자도 차별하지 말고 근로자 개념에 포괄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음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도 한국정부에 관련법 개정을 권고했다.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노조법을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의 권고에 맞도록 수정하라는 얘기다. 노동자에게 단결권을 온전히 보장하라는 것이다. 이는 53년 전 4·19 혁명 당시 메아리 쳤던 외침이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혁명의 교훈이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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