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희
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며칠 전 산재심사위원회를 다녀왔다. 매달 반복되지만 회의를 마치면, 아쉬움과 함께 항상 반복되는 생각이 있다. 며칠 전 회의에서는 (안건으로 상정된) 불승인사건 총 28건 중 6건이 취소돼 산재로 승인됐다.

이렇듯 산재로 인정되는 것과 인정되지 않은 것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대부분 사람들은 막상 자신이나 가족 등 문제로 닥치지 않으면 이 중요한 차이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강의 때 적절하지는 못하지만 로또나 연금복권과 비교해서 얘기해준다. 그 보다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요지다.

예를 들어 유족사건에서 일일 평균임금이 15만원, 처와 미성년 자녀가 2명이 있는 경우 ‘150,000×365×0.62÷12’로 해서 약 283만원의 연금을 매월 수령한다. 처의 연령이 40세이고, 기대수명이 85세일 경우 그 금액의 현재가치는 15억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유족에게는 생사가 달린 일이다.

대리인 선임문제, 특히 심사청구 사건에 노무사 선임도 문제다. 적어도 반 이상은 필요가 없다. 며칠 전 28건의 사건 중 8건에 대리인 노무사가 선임됐다. 산재심사위원회 사건의 특성상 순수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 많다. 가령 회전근개파열이 MRI상 진단이 되는지 여부 등이다. 8건의 대리인 선임 건 중 특별히 노무사가 선임돼서 달라질 사안이 없었다. 8건 중 취소된 1건도 마찬가지다. 사안의 성격을 잘 보고 대리인 선임을 해야 하는데, 노동자들이 이를 너무 몰라 당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보다 안타까운 사실은 노동자들이 사고성 재해에 대해 대응방법을 몰라 불승인을 받는 현실이다. 며칠 전 회의에서도 4~5건의 사안이 그랬다. 즉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또는 부딪치는 등 외상의 충격을 받은 재해 사안이다. 노동자들은 대개 당시 1회성 재해로 발생한다고 보고 산재신청을 한다.

그러나 자신의 상병이나 상병코드를 보면 외상성 파열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퇴행성 코드(주로 M code)”로 진단된다. 질병, 즉 평소 업무부담 중 사고를 당한 사안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질병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그리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거치는 것이 좋다. 거치지 않았다면 심사청구를 할 때 질병에 대한 주장을 해서 질판위로 보내 판단되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사고성 재해의 경우 정확한 재해경위가 입증되지 않거나 진술 번복시 불승인될 확률이 크다. 이는 공단 처분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관점이다. 언제 어떻게 다쳤는지를 가급적이면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재해 이후 7일 이내 병원에 내원해서 사고의 경위를 설명하고, 이것이 의무기록지에 기재되도록 요청해야 한다. 내원당시 MRI 등을 촬영하는 것이 좋고, 그렇지 못하다면 증상을 정확히 호소해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판정권한을 가진 심사위 의사들은 의무기록지에 대해 신뢰를 하지만, 주치의의 소견서나 진단서는 필름을 보기 때문에 신뢰를 하지 않는다.

순수 질병인 사건에 대해서도 사고로 신청한 사건도 있다. 며칠 전 회의에서 ‘방아쇠수지’ 상병이 그랬다. 이는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치의사가 산재에 대한 소견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산재심사위원회에서는 주로 질병보다 사고성 재해와 각종 급여 사건을 많이 다룬다. 특히 사고성 재해에서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이유는 아파도 빨리 병원에 갈 수 없는 노동환경과 주치의사의 정확한 방향제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처음 만나는 의사들이 산재에 대해 조금 깊은 이해가 있다면 이토록 당하지는 않을 듯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독일처럼 전문의사가 산재신청을 하는 제도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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