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해 금산분리를 무력화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헤지펀드를 투입해 투기판을 키우려 한다는 비난도 나왔다.

금융노조는 11일 “대형 투자은행(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기업 신용공여 기능을 허용한 것은 전통적인 은행과 보험·증권으로 나뉜 업종 권역별 규제의 벽을 사실상 허문 것”이라고 논평했다. 노조는 “금융산업이 업종·분야를 뛰어넘어 서로 섞이고 엉킬수록 아주 작은 위기조차 그 진원지에 이어진 다양한 끈을 통해 순식간에 증폭되고 확산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는 재벌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대형 증권사 위주로 자본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자본시장법에는 IB의 조건을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로 제한했다.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현대증권만 이 기준을 넘어섰다. 노조는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를 허용함으로써 재벌대기업집단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금산분리를 강화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방향은 사실상 무력화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결국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300%(애초 정부안)에서 100%로 제한하고, 개별차주에게 공여할 수 있는 한도를 자기자본의 25% 이내로 규제했다. 노조는 이에 따라 “거시적인 금융정책 방향이 이런 금융복합화를 지향하는 한 어떤 규제장치를 마련한다 해도 시스템 리스크의 비정상적 증대를 막을 수가 없다”고 못 박았다.

투기자본감시센터도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탐욕스러운 대형 투자은행들의 위험한 투자를 규제하지 못하면서 금융 공공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는 바로 규제를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를 이해하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소수의 금융자본 이해만을 대변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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